• 다섯살짜리 꼬마에서부터 팔순을 앞둔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프랑스 시골 마을 주민들이 한국 문화에 흠뻑 빠져들었다.

    3일 오후 6시(현지시간) 프랑스 리무쟁주(州)의 한 작은 도시 빌파바르에 위치한 공연장 '빌파바르 농장'.
    100명이 채 되지 않는 관객들은 양성원 연세대 교수가 이끄는 실내악 트리오 '오원'의 마지막 연주곡인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제1번 B장조'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계속 보냈으며 트리오는 3차례나 커튼콜을 해야 했다.

    이에 앞서 진행된 권인호 서예가의 서예 퍼포먼스에서 주민들은 가로 3m, 세로 8m의 흰 천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내 목소리는 삼간다"는 의미의 '장성(藏聲)'이란 단어를 대형 붓으로 써내려가는 모습을 신기한 듯이 쳐다보다 여백에 자신의 이름과 불어 및 한글 인사말로 '댓글'을 달며 퍼포먼스에 동참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주불한국문화원의 후원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한불 교류 문화예술 축제'가 막을 내린 이날 빌파바르 공연장에는 아침부터 빌파바르와 인근 마을 주민들이 모여들어 '오원'의 실내악 연주와 권인호 서예가의 서예 퍼포먼스, 명원문화재단의 다도 체험, 사진작가 배병우의 전시작품 감상, 한식 오찬 등으로 다양한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도시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 작은 시골 마을에서부터 다양한 한국 문화를 알려보자는 차원에서 양성원 교수가 기획한 이 '한불 교류 문화예술 축제'는 9일간의 행사 기간에 700여명밖에 다녀가지 않았지만 큰 성공이라고 공연장 대표인 제롬 칼턴바흐는 평가했다.

    칼턴바흐 대표는 "이곳 주민이 150명밖에 되지 않지만 이번 축제 기간에 40여명이 찾았다"면서 "서울 인구의 30%에 가까운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생각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인근 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는 77세의 폴 카로 씨는 "하루종일 다양한 행사가 이어져 지루하지 않았다"면서 "서예 체험이 신났고 음식도 맛있었으며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를 가진 게 행운"이라고 말했다.

    '빌파바르 공연장'은 과거 소와 돼지를 키우던 축사를 개조해 공연장과 전시장, 숙소로 만든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깥 소음이 없고 공기가 맑아 세계의 유명한 클래식 음악인들이 찾아와 자신의 음악을 녹음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양 교수는 이번 축제에 대해 "일반 주민들 외에도 장애인과 학생들을 상대로 한 행사가 오감으로 느끼는 교육이었으며 이들이 너무 진지하고 순수해 보람을 느꼈다"면서 "앞으로 대도시보다는 시골에서부터 이러한 '각개전투식' 한국문화 확산을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인호 서예가는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주민들이 정말로 다양한 문화를 좋아하는 것을 체험했다"면서 "시간이 모자라 서예에 대한 것을 많이 알려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