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소대'와 '허약자 요양소'를 아십니까?
    -한국 선진화포럼/ 선진화포커스 53호-
    배진영 (월간조선 차장대우)

    얼마 전 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났다. 육군훈련소(논산훈련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건강소대’에 관한 기사였다. 건강소대란 한 마디로 비만인 훈련병들을 별도로 편성,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통해 살을 빼주는 ‘특수부대’(?)를 말한다. 육군훈련소에 건강소대가 편성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 이제는 육군훈련소의 간판프로그램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육군훈련소에 따르면 교육대대별로 1개씩 편성되는 건강소대에는 입소 훈련병의 10% 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입영신체검사 때 비만지수가 110 이상인 훈련병이 대상이며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건강소대로 편성한다.

       건강소대에 편성된 훈련병들에게는 별도의 체력단련 프로그램과 식단이 제공된다. ‘건강소대’의 감량목표는 10㎏. 얼마 전 김상기 육군참모총장이 육군인터넷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의하면, 대구 출신의 한 훈련병은 이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18㎏을 감량해 화제가 됐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문득 오래 전에 읽었던 한신 전 합참의장 회고록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1950년대 말~1960년대에 사단장, 군단장, 군사령관 등을 지낸 한신 장군은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들을 별도로 편성해 그들에게는 정량보다 더 많이 밥과 고기를 먹여 체력을 회복하게 해 줬다고 한다. 한신 장군이 가는 곳마다 내세웠던 지휘지침 가운데 하나는 ‘잘 먹여라’였다.

       한신 장군이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들을 위해 별도의 부대를 운영하던 시절에서 그리 멀지 않은 1963년인가 김일성은 신년사에서 자기들과 합작하기만 하면 남조선 인민과 병사들까지 자기들이 다 먹여 살리겠노라고 큰소리쳤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 인민군에는 전에 없던 희한한 조직이 생겼다. 대대 이상급 부대마다 ‘허약자요양소’가 생긴 것이다. 인민들이 굶어죽는 판국에 인민군이라고 별 수 없었던 것이다. 그와 함께 당초 키 150cm, 몸무게 48kg이 하한선이었던 인민군의 입대기준이 키 148cm, 몸무게 43kg으로 하향 조정됐다.

       1998년 인민군이 실시한 전군(全軍)체중조사 결과 나타난 인민군 장병들의 평균체중은 43.5kg였다고 한다. 1998년에는 영양실조로 일시 귀향(歸鄕)하여 치료를 받은 군인이 11만 명, 완전 제대가 된 군인이 2만7000명, 군부대 내에서 요양하는 군인이 2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1996~ 2002년까지 7년간 영양실조로 인해 완전제대한 군인이 15만 명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

       2009년 이후 북한의 식량사정이 다시 악화됐다. 그 여파는 인민군에게도 미쳤다. 한 북한소식통은 “한 끼에 강냉이 몇 십 알이나 감자 한두 알을, 그것도 하루에 두 끼만 공급하는 부대가 많아졌다”면서 “오후엔 군인들을 무조건 재우고 되도록 훈련과 작업도 시키지 말라는 명령이 하달된 상태”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중대 정치지도원이 자기 집에 돌아와 한 달 동안 영양보충을 하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작년에 통일부는 북한군 1일 배급량은 624g에 불과하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2009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보고서는 1990년대 식량난의 여파로 북한군 징집 대상자의 17~29%가 정상적인 군복무를 할 수 없을 정도의 지적 장애를 안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역전된 남북한의 경제력은 국군과 인민군의 군 생활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북한 주민들과 인민군이 굶주리고 있다고 해서, 그들의 전쟁의지까지 약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월남 적화 직전의 월맹(북베트남)도 거지꼴이었다. 국민들이 쌀을 두 끼만 먹는데도 한 해 80만톤에서 100만톤이 모자랐다. 부식은 소금이 전부였다. 월맹군은 타이어를 잘라 샌들을 만들어 신었다. 옷은 월남에서 뺏은 것을 걸치고 속옷은 누더기였다. 구엔 반 티우 월남(남베트남) 대통령은 군사적 대비를 충고하는 이들에게 월맹의 이런 실정을 이야기 하면서 “월맹은 저대로 놔둬도 10년이면 망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곤 했다.

       하지만 망한 것은 월맹이 아니라 월남이었다. 1975년 3월 10일 월맹이 남침을 개시한 지 50일 만인 그해 4월29일 월남은 패망했다. 지도부의 부정부패로 민심은 이반했고, 민족주의자 내지 민주화운동가로 위장한 용공(容共)세력이 국론을 분열시켰으며, 군대는 싸우려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굶주린 늑대’가 ‘배부른 돼지’를 이긴 것이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진 남북한의 국력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건강소대’와 ‘허약자요양소’라를 보면서도 마냥 흐뭇해할 수는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