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0 화폐개혁으로 인한 혼란으로 북한내 식량유통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양강도 농촌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했다고 데일리NK가 18일 보도했다. 당초 화폐개혁 초반 현금보유량이 적은 극빈층의 피해는 미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신권 유통이 늦춰져 시장 위축이 장기화됐고, 여기에 북한 당국의 식량통제까지 가중되면서 극빈층의 고통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데일리NK는 17일 통화한 양강도 내부소식통의 말을 인용, "갑산군 갑산읍에서 국수장사를 하던 신모씨가 11살 난 큰 딸과 함께 자기 집에서 허약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화폐교환으로 인해 장사가 안되고 개인간 식량거래마저 국가가 통제하면서 극빈층 식량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도 당에서도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사망한 신씨 가족은 북한 사투리로 '때대끼'에 해당되는 가정이었다. 때대끼란 하루벌어 하루사는 것도 어려워 '한때 벌어 한끼를 먹는다'는 처참한 뜻을 담고 있다. 장사 밑천이 없어 시장 매대에 들어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노점상을 하거나 다른 사람이 시키는 노동을 하고 하루 품삯을 받아 생존하는 사람을 때대끼라고 부른다.

    남편없이 혼자 11살, 8살 두 딸을 키우던 신씨는 갑산시장 주변을 돌며 '까리국수'를 팔며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던 전형적인 때대끼 장사꾼이었다. 화폐개혁 조치가 발표된 직후 구 화폐를 못쓰게 된다는 소문에 갑산시장에서는 물건을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없게 됐고 신씨의 하루벌이도 중단됐다. 인민반 이웃에게 옥수수를 꾸려해도 누구하나 선뜻 도와주지 않았다.

    신씨가 11살 딸과 함께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발견된 것은 지난 10일 저녁, 주말 인민반 회의를 통보하기 위해 방문했던 인민반장이 신씨와 큰 딸을 발견하고 갑산보안서에 신고했다. 다행히 둘째 딸은 숨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신씨 집에서는 구화폐 9000원 정도가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화폐개혁 전 시장물가로 쌀 4kg 정도를 살 수 있는 액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