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참담하다”, 구의역 사고 때와 비슷한 반응 보여
  • ▲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가 지하철 스크린도어 안전 관리 시스템과 관련해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5월 구의역 사망 사고에 이어 5개월 만에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가 또 다시 반복되면서, 인재로 인한 안전사고 이미지가 고착화 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구의역 사고 이후 1~8호선 245개 역사의 스크린도어 전수조사를 벌였다. 민관 합동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 현재까지 3번의 혁신 방안도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직접 나서 기자회견과 국정감사 등을 통해 근본적 원인을 조사해 개선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포공항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것은 2005년이다. 서울지하철 가운데 가장 빨리 설치됨에 따라 노후화도 심하고, 고장 발생 비율도 높은 편이다. 도시철도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8호선 152개 역의 평균 스크린도어 장애 횟수는 2.6건이지만, 김포공항역은 이 보다 10배 높은 27건에 달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전수조사 이후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를 '전면 교체 대상'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연속된 사고 발생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서울시가 "그럴 듯 한 말잔치"만 벌였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번 사고는 19일 오전 7시18분경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일어났다. 도시철도공사의 설명을 기준으로 하면, 희생자(30대 남성 승객)는 열차에서 내리던 중 전동차와 승강장 안전문 사이(간격 약 28cm)에 끼었다.

    사고 발생 초기, 문 사이에 낀 희생자를 발견한 한 승객이 열차 인터폰을 이용해 기관실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신고를 받은 기관사는 전동차 출입문을 다시 열었지만, 약 27초 경과 후 문을 닫고 출발했다. 희생자가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기관사는 이런 상황을 확인하는데 실패했다. 기관사는 희생자가 승강장 안전문 틈 사이에 끼어 있는 상태에서 전동차 문을 닫았고, 열차를 그대로 출발했다.

희생자는 전동차량 4-1(4호차 1번 출구)지점에서 3-4(3호차 4번 출구)지점까지 약 7.2m 거리를 끌려간 뒤 스크린도어 비상문으로 튕겨져 나왔다. 희생자는 119 대원들에 의해 고양시 명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오후 2시 김포공항역 사고수습현장지휘소에서 사고 경위를 발표했다. 사장직무대행으로 나선 나열 서비스본부장은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사고원인을 찾아 향후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나열 본부장은 '27초 후 문을 닫고 출발했는데, 사고자의 안전 유무 확인과 적절한 조치는 이뤄졌는가'라는 질문에 "전동차 출입문에 7.5mm 이상의 장애물이 끼면 전동차 운전실에 경고등이 들어오지만, 이상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답했다.

이어 나 본부장은 "시스템에 의한 확인 외에는 기관사가 운행 도중 현장까지 가서 확인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일반적으론 운전실에 있는 경고등이 작동하지 않으면 (스크린도어는 열지 않고) 전동차 출입문만 다시 여는 조치를 취하고, 이상이 없으면 출발한다"고 밝혔다.

나열 본부장은 기계적 결함 가능성에 대해 "좀 더 세밀한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센서 이상이 아닌 인터폰 신고는 드문 경우인데, 기관사가 최초 신고자에게 인터폰을 통해 상황을 물어볼 수는 없었는가"라는 질문에는 "운전실에서 인터폰을 받을 수는 있지만 걸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승객이 문에 끼었는지를 육안 식별없이 기계에만 의존하는 것이 매뉴얼인가" "CCTV를 통한 사태 파악은 불가능 한가" "전동차 문만 열 것이 아니라 스크린도어도 열었어야 하지 않았나" 등의 질문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이번 사고를 거울 삼아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나열 본부장은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죄송하다. 조사 결과가 나오는데로 다시 보고하겠다"고 덧붙였다.

  • ▲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 ⓒ뉴시스
    ▲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 ⓒ뉴시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기관사의 부주의와 더불어, 책임 기관의 미흡한 관리 실태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원인 규명이나 대책 마련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기관사는 앞서 1997년 5호선 길동역에서 전철기할출(정지선을 벗어나 정차함)로 견책 처분을 받았으며, 1999년에는 전동차 고장을 지연 보고해 경고처분을 받았다.
    사고가 발생하자 박원순 시장은 현장을 방문해 "너무나 큰 충격과 참담함을 느낀다.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구의역 사고 당시와 유사한 발언을 했다. 이어 박 시장은 "사망하신 분과 유가족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