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핵전략 수정하면, 美는 물론 동맹국이 ‘핵공격’ 받은 뒤에나 ‘핵대응’ 가능
  •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은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연설하면서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O)'을 지지하며 '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연설장면-美백악관 공개영상 캡쳐
    ▲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은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연설하면서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O)'을 지지하며 '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연설장면-美백악관 공개영상 캡쳐


    1945년 8월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한 뒤 미국의 ‘핵전략’은 위기 상황 시의 선제공격이었다. 이는 냉전 시절 소련에 맞서 ‘상호확증파괴(MAD)’라는 개념을 이루면서, 핵무기 보유를 통한 핵무기 사용 억제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이런 기존의 핵전략을 전면 수정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공언한 ‘핵 없는 세상 만들기’를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美현지 언론들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핵무기 선제공격’을 하지 않고, ‘핵공격 경보 즉시 반격’이라는 전략도 변경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제히 보도했다.

    美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핵실험 금지 결의안 채택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美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美의회가 그동안 비준을 거부했던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O)’에 미국이 가입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수단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추진 중이라고 분석했다. CTBTO는 모든 핵실험 자체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핵보유국’ 5대국은 가입을 하지 않고 있었다.

    美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를 불과 6개월 앞두고 미국의 ‘핵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려는데 대해 동맹국은 물론 美정부 수뇌부들조차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美워싱턴 포스트는 “일본, 한국, 프랑스, 영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핵 선제 불사용’ 정책 선언과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들 美동맹국들, 특히 일본은 ‘핵 선제 불사용’ 전략이 북한과 같은 호전적인 위협 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도 있으며, 동맹국들을 위한 ‘핵우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의 ‘핵 선제 불사용’ 선언과 관련해 정부 최고위층과 백악관 관계자들마저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핵 전략 수정’에 대해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어네스트 모니츠 에너지부 장관 등이 명확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전략 수정’이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 주변에 있는, 야욕을 가진 세력들을 자극할 것이고, 동맹국들 또한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핵전략 수정’이 우크라이나 등 유럽에서의 세력 확장을 노리는 러시아, 주변국에 대한 미사일 도발을 끊지 않고 있는 북한 등을 자극하고, 이에 대응하는 美동맹국들의 안보 위협을 가중시켜, 연대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반대했다고 한다.

  • 과거 핵실험 장면. 앞으로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고 해도 이런 폭발을 본 뒤에야 핵반격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국제핵무기폐기캠페인 홈페이지 캡쳐
    ▲ 과거 핵실험 장면. 앞으로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고 해도 이런 폭발을 본 뒤에야 핵반격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국제핵무기폐기캠페인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美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전략 수정’과 ‘핵실험 금지선언’을 두고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의견 대립을 하고 있다. 정치 전문지와 소위 ‘진보매체’는 오바마의 정책을 지지하는 편인 반면, 우파적 성향을 가진 매체들은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편이다.

    美언론들은 국내 정치적 관점에서 ‘핵전략 수정’과 ‘핵실험 금지선언’을 보고 있다. 반면 美행정부 고위층들은 미국의 세계 전략이 대폭 수정될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의 전 세계적 동맹이 재편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美안보 분야 최고위층이 오바마 대통령의 ‘핵 선제 불사용’과 ‘핵실험 금지선언’에 격렬히 반대하는 이유는 지난 70년 동안 이어오던 핵전략의 근간을 뒤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를 ‘보유는 하지만 사용은 하지 않는 최종병기’로 취급했다. 하지만 소련, 중공 등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자 “적의 핵공격 징후가 포착될 시 선제 핵공격은 물론 적이 핵무기를 쏘면 즉시 대응한다”는 개념의 전략을 세워 대응한다.

    핵무기 운반수단이 폭격기에서 대륙간 탄도탄(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으로 다양해지면서 핵공격에 대한 반격 가능 시간이 30분미만으로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핵전략을 바탕으로 “동맹국이 핵공격 또는 전략무기에 의한 공격을 받으면 핵무기로 대응한다”는 핵우산 개념도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 선제 불사용’과 ‘핵실험 금지선언’은 미국이나 그 동맹국이 적대세력으로부터 핵공격 또는 대량살상무기 공격을 대규모로 받은 뒤에나 핵공격이 가능하다는 뜻이어서 ‘핵우산’의 약화는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