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에로플로트, 알로사, 로스네프티, 바스네프티, 러시아철도공사, VTB은행 등
  •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국 유가하락으로 인한 재정압박에 7개 대형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소문은 이미 러시아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1월 22일자 더 모스크바 타임스 보도화면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국 유가하락으로 인한 재정압박에 7개 대형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소문은 이미 러시아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1월 22일자 더 모스크바 타임스 보도화면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과 유가 하락으로 자원 부국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그 가운데서도 러시아는 심각한 수준의 재정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결국 급해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가 대형 국영기업 7개를 민영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英‘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가 재정난 타개를 위해 대형 국영기업 7개를 민영화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대책회의에서 매물로 정한 국영기업은 초대형 항공사 ‘아에로플로드’, 다이아몬드 광산기업 ‘알로사’, 석유기업 ‘로스네프티’와 ‘바스네프티’, 러시아 철도공사(RZD), 러시아 최대의 조선소 ‘소프콤플로트’ 등이라고 한다.

    이들 국영기업 사장단도 지난 1일 푸틴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불려갔다고 한다.

    회의가 끝난 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공보수석은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공보수석은 “러시아는 항상 외국 투자자들에 관심을 보였으며, 러시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인들과의 협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공보수석은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국영기업 민영화 회의는 ‘원칙’과 ‘큰 틀’에 대한 논의였으며, 푸틴 대통령은 내각에게 ‘민영화 기업과 관련해 더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푸틴이 2012년 대통령이 된 이후 추진하려다 중단한 대형 국영기업 민영화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에 주목한다. 국제금융기관들은 “러시아 정부가 대형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 2년 동안 러시아 경기 침체로 정부 재정에 막대한 적자가 발생해 이를 메우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2015년 11월 초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편성한 2016년 정부 재정이 국제유가를 배럴당 평균 50달러로 추정해 3%의 적자 예산을 편성한 바 있어 국제금융기관들의 추측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30달러 아래로 떨어지자, 정부 재정계획을 새로 편성하느라 정신없다는 소문도 들린다. 러시아 정부의 재정 계획 재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석유와 가스 판매로 충당하는 것이어서 가능성은 매우 높다.

  • ▲ 푸틴 대통령 첫 집권 당시 감옥에 갇힌 신흥재벌(올리가르히)들. 푸틴 대통령은 집권 후 많은 수의 올리가르히들을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했다. 하지만 몇 년 뒤 그의 측근들이 새로운 올리가르히로 부상했다고 한다. ⓒ당시 러시아 언론 보도의 유튜브 화면 캡쳐
    ▲ 푸틴 대통령 첫 집권 당시 감옥에 갇힌 신흥재벌(올리가르히)들. 푸틴 대통령은 집권 후 많은 수의 올리가르히들을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했다. 하지만 몇 년 뒤 그의 측근들이 새로운 올리가르히로 부상했다고 한다. ⓒ당시 러시아 언론 보도의 유튜브 화면 캡쳐

    얼핏 보면 러시아 국영 기업의 민영화는 매우 기발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과거 ‘舊소련 국영기업 민영화’의 역사 때문에 국내 여론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1990년대 옐친 정권 시절 舊소련군 장성이나 공산당 고위간부, KGB 출신 인사들이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 개입해 헐값으로 국가기간시설을 사들여 엄청난 부를 쌓아올렸고, 그 과정에서 일반 국민들은 생필품 부족, 원자재 부족 현상으로 큰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등장한 신흥재벌 ‘올리가르히’는 지탄의 대상이었다.

    2000년대 등장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초기에는 ‘올리가르히’를 억압하고, 국민들에게 이들이 부정축재 한 재산을 되돌려주는 듯했으나 몇 년 뒤에는 푸틴의 측근들이 ‘올리가르히’로 등장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때문에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 정부의 국영기업 민영화에 대해 불안한 시선도 보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유가 하락에 대응해 세출을 10% 삭감하고, 자동예산삭감(시퀘스트) 조치를 통해 연간 예산 가운데 1조 루블(한화 약 15조 5,000억 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국제금융기관들은 국영기업 민영화와 함께 자원수출이 아닌 다른 산업을 성장시켜야만 현재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