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문씨 증거조작 혐의 고소사건, 신속한 수사 촉구 목소리 높아
  • ▲ 지난 10월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박원순 시장이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데일리DB
    ▲ 지난 10월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박원순 시장이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데일리DB

    영상의학전문의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 등 시민 7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끝내기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씨의 치아를 치료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치과의사 문모씨의 증거조작 의혹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문씨는 박원순 시장의 경기고 1년 선배이자, 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박 시장과  친분이 있다.

    특히 문씨는 양승오 박사 사건 피고인들이 대리신검자의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자생병원 구외 엑스레이(이하 치아 엑스레이)와 관련돼, 해당 엑스레이는 박주신씨 본인의 것이 맞고, 문제의 엑스레이 사진에서 보이는 아말감 치료를 자신이 직접 했다고 주장하면서, 요양급여 청구내역 등을 검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에 대해 양승오 박사 사건 피고인들은, 문씨가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며 그의 주장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피고인들은 문씨를 모해증거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 ▲ 서울 유명대학교 치대 교수가 박주신씨 명의의 치아 엑스레이와 실제 인물사진을 비교한 결과, 동일인이 아니라고 판독한 소견서. ⓒ 뉴데일리DB
    ▲ 서울 유명대학교 치대 교수가 박주신씨 명의의 치아 엑스레이와 실제 인물사진을 비교한 결과, 동일인이 아니라고 판독한 소견서. ⓒ 뉴데일리DB

    만약 문씨의 증언과 그가 제출한 자료가 조작됐다는 피고인들의 의혹 제기가 사실로 판명난다면, 그가 주신씨의 치아를 치료했다는 검찰 진술과 법정 증언은 거짓임이 확실해진다.

    이는 곧 자생병원 치아 엑스레이는 주신씨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따라서 문씨의 증거조작 여부에 대한 실체규명은, 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해소하는 데 있어 결정적 변수라고 할 수 있다.

    문씨의 증거조작 여부는 15일 열린 ‘양승오 박사 사건’ 11차 공판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날 법정에는 치과의사 문씨가 병원에서 사용하는 요양급여 청구 프로그램을 제작한 오스템임플란트사 직원 신모씨 등 2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문씨는 위 회사가 제공한 ‘두번에’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이 사건 피고인이자 치과의사인 김우현 원장도 같은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

  • ▲ 치과병원에서 사용하는 요양급여청구 프로그램 '두번에' 화면. ⓒ 뉴데일리DB
    ▲ 치과병원에서 사용하는 요양급여청구 프로그램 '두번에' 화면. ⓒ 뉴데일리DB

    차기환 변호사는 이른바 ‘유령건강보험증’과 관련된 사안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치과의사 문모씨의 증거조작 의혹은 지난 9월25일 열린 이 사건 6차 공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앞서 치과의사 문모씨는 지난해 이 사건 피고인들을 수사 중이던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주신씨의 치아를 자신이 치료했다며, 요양급여 청구내역과 진료기록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양승오 박사와 김우현 원장 등 이 사건 피고인 4명은 지난 4월, 문씨를 모해증거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피고인들은 문씨가 주신씨를 치료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증거로 검찰에 제출한 요양급여 청구내역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건강보험증번호’를 확인했다며, 문씨의 자료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편집자 주]

    문씨는 주신씨의 치아를 치료한 증거로, 2005년 8월과 2008년 11, 12월 요양급여심사 청구내역과 심평원으로부터 받은 요양급여 지급내역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 사건 변론을 맡고 있는 차기환 변호사와 피고인들은 위 자료에 나오는 건강보험증번호가, 2009년 3월1일 박원순 시장이 ’희망제작소’에 근무하면서 취득한 직장건강보험증 번호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치과의사 문씨가 주신씨를 치료했다는 2005년 8월에는 ‘희망제작소’가 존재하지 않았다. ‘희망제작소’는 2006년 3월 27일 설립됐다.

    문씨가 박주신씨를 추가 치료했다고 진술한 2008년 11월과 12월은, 박원순 시장이 희망제작소 건강보험 자격을 취득하기 전이었다.

    2009년 3월에야 발급된 박원순 시장의 직장건강보험증 번호가, 그 이전인 2005년과 2008년 각각 사용됐다는 사실은 증거 조작 사실을 강하게 시사한다.

  • ▲ 영상의학전문의 양승오 박사(왼쪽)와 차기환 변호사.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영상의학전문의 양승오 박사(왼쪽)와 차기환 변호사.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차기환 변호사는, 주신씨가 치과치료를 받으면서 사용한 건강보험증번호와, 주신씨를 치료했다고 주장하는 치과의사 문씨가 보험급여심사를 청구하면서 기재한 건강보험증번호, 심평원의 요양급여 지급내역에 기재된 건강보험증번호가 모두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건강보험증번호의 불일치는 문씨가 병원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특성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심평원은 특정 환자의 보험증번호가 직장 이직 등의 이유로 자주 바뀐 경우,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가장 최근에 사용된 3개의 보험증번호만 프로그램에 표시된다고 설명했다.

    문씨도 지난 9월25일 열린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란 사람이 지난 10년간 모두 5번 직장을 옮겼고 그 순서가 ‘E-D-C-B-A’라고 가정하면, 프로그램에서 ‘홍길동’을 조회하는 경우 나타나는 건강보험증번호는 위 5개 가운데 세 번째(E, D, C)까지만 나온다는 것이다. 이 경우 C보다 오래된 보험증번호 B와 A는 프로그램에 노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C보다 오래된 보험증번호 B와 A를 적용해서 심평원에 요양급여를 청구한 이력을 현재 시점에서 조회하면, B와 A가 뜨는 것이 아니라, C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두번에’라는 요양급여프로그램이 가장 최근에 사용된 것을 기준으로 세 번째 보험증번호까지만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것이 심평원 측의 설명이다.

    앞서 문모씨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도 위와 같은 주장을 펴면서, 피고인들이 제기하고 있는 증거조작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문씨와 심평원 측의 해명은 중대한 모순을 안고 있다.

    현재 쟁점이 되는 건강보험증번호는 모두 5개다. 주신씨는 치료를 받을 때 아버지인 박원순 시장이 취득한 건강보험증번호를 사용했다.

    박원순 시장이 취득한 건강보험증번호를 시간의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① 60XXXXX(서울시장 당선 후 번호).

    ② 21XXXX((2011년 9월,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면서 가입한 지역건강보험 번호).

    ③ 80XXXX(2009년 3월, 희망제작소에서 취득한 번호).

    ④ 71XXXX(2005년 7월, 아름다운재단 시절 취득한 번호).

    ⑤ 73XXXX(2004년 3월, 포스코 사외이사 재직시절).


    문씨가 박주신씨의 치아를 치료했다면, 요양급여프로그램 ‘두번에’에 뜨는 건강보험증번호는 ‘60XX→21XX80XX’의 순으로 나타나야 한다.

    박주신씨는 문씨의 병원에 2005년 7월 19일부터 2014년 3월  28일까지 내원해 치료를 받았다. 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주신씨가 치아치료를 받은 곳은 문씨가 운영하고 있는 병원이 유일하다.

    따라서 ‘두번에’를 통해 조회되는 건강보험증번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80XX’라야 한다.

    그러나 2005년 7월과 8월 문씨가 주신씨를 치료하고 요양급여를 청구한 내역을 보면, ‘21XX’이 가장 오래된 세 번째 번호로 나온다.

    차기환 변호사는 지난 9월 25일 이 사건 6차 공판에서 “누군가 프로그램에 (건강보험증)번호를 쳐 넣기 전에는, 21XX는 3번째 번호로 나올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 ▲ 손명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손 원장은 지난 7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요양급여 청구 프로그램은 심평원의 심사시스템과 연동돼 있다”고 증언했다. ⓒ 뉴데일리DB
    ▲ 손명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손 원장은 지난 7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요양급여 청구 프로그램은 심평원의 심사시스템과 연동돼 있다”고 증언했다. ⓒ 뉴데일리DB

    의혹은 더 있다.

    심평원이 제출한 심사명세서를 보면, 2005년 11월, 주신씨가 사용한 보험증번호는 ‘71xx’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치과의사 문씨가 심평원에 제출한 요양급여 심사청구 내역에는 주신씨가 사용한 건강보험증 번호가 ‘80xx’로 기재돼 있다.

    심평원의 설명에 따르면, ‘청구 내역’과 ‘지급 내역’에 기재된 건강보험증번호는 다를 수가 없다.

    의료기관은 환자를 치료한 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지급받는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은 먼저 심평원에 요양급여 심사를 청구한다.

    이때 의료기관은 별도의 요양급여 청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치과의사 문씨와 양승오 박사 사건 피고인 중 한명인 김우현 원장은 ‘두번에’라는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심평원의 심사시스템과 ‘연동’돼 있다. 즉, 병의원이 A라는 환자를 치료하고 심평원에 요양급여 심사를 청구하기 위해 프로그램에 기입하는 내용은, 심평원이 운용하는 심사시스템에도 그대로 입력된다.

    따라서 병의원의 입력내용과 심평원의 심사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출력내용은 같아야만 한다.

    만약 이 둘이 다르다면 누군가 임의로 그 내용을 조작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신씨는, 심평원 및 문씨와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증 조회 내역 상 순서가 뒤바뀌어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두번에’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제작사 직원조차, ‘유령 건강보험증번호’ 의혹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면서, 치과의사 문씨의 허위증언 및 증거조작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문씨에 대한 고소사건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차기환 변호사는, ‘두번에’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험증번호를 ‘조작’하는 과정을 재현한 화면 캡쳐 사진을 공개하면서, 진료기록 ‘위·변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임의로 다른 건강보험증번호를 입력한 뒤, 프로그램에서 ‘증 번호 조회’를 누르면, 보험정보 확인란에 자신의 보험증번호가 아닌 조작된 번호가 나타난다.

    ‘두번에’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험청구를 하는 경우, 가입자 이름, 사업자 명칭, 보험증번호 등의 정보 가운데 몇 개가 달라도 심평원에 송신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 차기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