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방위 野의원 집요한 질문 공세에도 당당히 '소신 답변' 눈길민주당 도청 배후 의혹에 "도청은 사실 무근..수사 결과도 무혐의"
  • (최민희)  국장 시절 불신임투표에서 노조원의 93.4%가 반대표를 던졌어요.

    (고대영)  그동안 제가 공정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겁니다. 후배 기자들이 부끄럽습니다.

    (박민식)  옛날 민주당 도청 배후로 지목됐었는데 정말로 도청을 했습니까?

    (고대영)  제가 알기로 도청은 없었습니다. 당시 안 했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어 자존심 상하지만 수사를 받았습니다. 결론은 아무 혐의가 없다고 나왔습니다.

    (홍의락)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언제라고 생각합니까?

    (고대영)  1948년이라고 생각하고 국가 수립도 1948년이라고 생각합니다.

    16일 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고대영 후보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추상 같은 질문에도 기죽지 않고 당당히 '소신'을 설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좌우를 가르는 이념적인 물음에도, 5.16의 성격에 대해 묻는 민감한 질문에도 고 후보는 거침이 없었다.

    이날 공영방송의 차기 수장 자격으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 참석한 고 후보는 과거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과 국가·역사관, 프로그램 공정성, 수신료 인상 문제 등 KBS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을 받고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검증 받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일부 야당 의원은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진 인신 공격성 질문이나, 어떤 대답이 나와도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자극적인 질문을 던져 후보자의 성정(性情)을 시험하는 모습을 보였다.

    긴장할 수밖에 없는 자리에서 대답하기 어려운 곤란한 질문들이 이어졌지만, 고 후보는 평소 자신이 가져온 소신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정공법'을 택했다.

    고 후보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언제라고 생각하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의원의 질문에 "당연히 1948년이라고 생각한다"며 "국가 수립도 1948년"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사장 후보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1948년 중앙청 사진에도 '건국'으로 안 돼 있고, 제1호 관보에도 '대한민국 건국 30년'으로 돼 있는 것은 이승만 정권 때에도 임시정부 때를 건국으로 본 것"이라고 지적하자, 고 후보는 "자신은 일반적인 개념의 건국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부연 설명을 이어갔다.

    국토, 국민, 주권의 세 가지가 제대로 갖춰진 나라로서의 건국을 말씀드린 겁니다.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이라는 말은 무슨 뉴라이트 역사관이 아닙니다. 그냥 영어로 'establish'란 뜻으로 쓴 것입니다.


    고 후보는 "5·16은 군사쿠데타인가, 아니면 혁명인가"라는 최민희 의원의 질문에도 "한국 경제발전에 어느 정도 분수령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며 긍정적인 해석을 덧붙였다.

    5.16을 군사정변으로 본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합니다. 다만, 당시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어느 정도 극복하는 계기가 됐고, 한국 경제 발전에 어느 정도 분수령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고 후보는 사전에 가장 논란이 됐던 '민주당 도청 의혹'에 대해서도 속시원히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옛날 민주당 도청 배후로 지목됐었는데 정말 도청을 했느냐"는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의 질문에 "도청은 제가 알기론 없었다"며 "수사 결과에서도 무혐의로 나왔다"고 결백을 재차 강조했다.

    (박민식)  후보자는 과거 민주당 도청 배후로 지목됐었는데, 정말 KBS 기자가 당의 회의를 도청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십니까? 이같은 의혹의 배후로 후보자가 지목된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생각은 안듭니까?

    (고대영)  이미 검찰과 경찰에서 지목을 받았던 기자가 수사를 받고 무혐의로 끝난 사안입니다. 당시 제가 보도책임자였는데, 도청을 안했다는 걸 증명할 길이 없어, 부득이하게 수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무혐의로 나왔습니다.


    고 후보는 자신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게이트 키핑 강화'에 대해서도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KBS 사장이 되면 뉴스 큐시트를 보고 받을 계획이냐"는 최민희 의원의 질문에 "사장이 뉴스에 직접 관여해서는 안되지만, 최종 책임자로서 최종 큐시트는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문창극 왜곡 보도처럼 전체 맥락을 왜곡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균형성 있는 보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왜곡 보도와 광복 70주년 다큐 '뿌리 깊은 미래', 그리고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설 왜곡 보도 등은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 조치를 당했습니다. 저 역시 그 프로그램과 보도를 봤고, 기자로서 언론의 기본 원칙에 맞지 않게 제작됐다고 판단합니다. 팩트를 축약하더라도 전체 맥락을 왜곡해서는 안 됩니다.

    고 후보는 국장 시절, 기자들이 실시한 '불신임투표'에서 반대표가 93.4%가 나온 것에 대해서도 "그동안 제가 공정했기 때문에 기자들이 반대를 한 것"이라며 끝까지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최민희)  국장 시절, 불신임투표에서 노조원의 93.4%, 본부장 신임투표에선 84.4%가 불신임표를 던졌습니다. 독자적으로 KBS 사장에 입후보한 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고대영)  편파 보도를 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가 공정했기 때문에 반대표가 나온 겁니다. 만일 리더십이 없었으면 보도책임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겁니다. 당시 구성원들의 불만이 많았던 것은 제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 반대가 많이 따르게 됩니다. 그때 제가 취재방식 등에 변화를 준 것들이 KBS가 신뢰도 1위 자리에 오르는 토대가 됐을 겁니다.


    한편 이날 진행한 고대영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오는 19일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채택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