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추천 방통위원 반발로 전체회의 일정 연기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정상윤 기자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정상윤 기자

    공영방송 KBS와 MBC의 '새 이사진'을 선임하기로 한 공식회의가 석연찮은 이유로 무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열기로 한 전체회의는 일부 안건에 대해 상임위원들 간 협의·정리해야 할 사안이 남아있어 연기됐다"며 "조만간 회의 일정을 확정해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방통위는 7월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8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둔 'KBS 이사회'와 8월 8일 만료를 앞둔 'MBC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는 이사 추천·선임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방통위는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한 공지 문자에서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및 선임한을 포함한 4개의 의결안과 5개의 보고 안건을 31일 전체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기자들에게 재차 문자를 보내 "여야 추천 상임위원들끼리 아직 협의할 사안이 남아 있다"며 회의 일정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타전했다.

    뚜렷한 이유없이 회의 일정을 뒤로 미룬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8월 초부터 여름 휴가 일정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개 공영방송의 3년 향방(向方)을 책임질 이사진은 이달 중순 이후에야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방문진 이사 3연임 절대 안돼"

    방통위가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이날 전체회의 일정이 갑자기 연기된 것은 여당 추천 이사들의 연임을 막기 위한 야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반발이 거세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9일 방통위 김재홍ㆍ고삼석 상임위원은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뚜렷한 기준도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 선임을 할 수는 없다"며 "공영방송 이사의 3연임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정인이 공영방송 이사를 9년간 독점하는 것은 전례가 없을 뿐더러,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뒤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 7대 4(KBS), 6대 3(MBC방문진)으로 추천하는 관행 또한 '적임자를 뽑는다'는 대원칙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3연임 금지', '(여야간)정파적 나눠먹기 금지', '편성·제작 자율성 침해 인사 금지' 등 이사 선임에 대한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날 김재홍ㆍ고삼석 상임위원은 기자회견 말미에 "자신들이 거론한 '3가지 원칙'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놨다.

    결국 31일로 예정된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는 것은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내세운 원칙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보이콧'을 선언한 두 상임위원들의 행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상임위원이 '3연임을 노리고 있는 이사 후보'로 지목한 인물은 지난 2009년과 2012년 MBC 방문진 이사를 지냈던 현 차기환 방문진 이사와 김광동 방문진 이사로 추정된다.

    실제로 방문진 차기(10기) 이사 공모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김광동 이사의 경우, '3연임'이 유력시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차기환 방문진 이사의 경우는 다르다. 차 이사는 이번 공모에선 KBS 이사직에 지원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3연임 대상은 아니다.

    지원자 중 70% 이상이 '결격사유' 대상자


    한편 '3연임 문제' 외에도 이번 공영방송 이사 공모에는 '문재인 캠프인사'가 당당히 지원서를 내미는 등, 지원자 중 70% 이상이 '결격사유' 대상자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방통위는 지난달 20일 열린 제38차 회의에서 "KBS 이사 지원자 96명 중 67명과, 방문진 이사 지원자 60명 중 45명을 '결격사유 확인 대상자'로 정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경찰청과 관할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방송법 제48조와 방송문화진흥회법 제8조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지원자들을 솎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방통위는 31일 전체회의에서 '결격사유 대상자'로 확인된 인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지원자 중에서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고 KBS 이사를 선별 추천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