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정원이 국민 해킹”..하태경 “사람이 죽었는데, 인간에 대한 예의 지켜라”
  • ▲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자살과 관련돼, 이재명 시장이
    ▲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자살과 관련돼, 이재명 시장이 "내국인을 해킹하지 않았다면 왜 자살을 하느냐"며,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을 트위터에 올려 물의를 빚고 있다. ⓒ 트위터 화면 캡처

    국정원에서 해킹프로그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이 자살한 사건과 관련돼, 인터넷 상에서 근거 없는 음모론과 괴담이 유포되고 있다. 정치인들도 ‘아니면 말고 식’ 루머 유포에 가세하면서, 음모론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9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댓글을 올려,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죽음을 자살로 볼 수 없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재명 시장은 “내국인 해킹 안 했으면 왜 자살한단 말이냐”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특검을 주장했다.

    특히 이재명 시장은 ‘국정원 국민해킹’과 같은 표현을 동원해, “국정원이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어 이재명 시장은, 국정원이 구입한 해킹프로그램은 북한이 사용하는 OS(컴퓨터 운영체제) 환경에서는 작동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오로지 국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재명 시장은 “국정원 직원 임씨가 남긴 유서를 믿으면 바보”라는 취지의 댓글을 올리면서, 타살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재명 시장은 “극단적 선택의 원인은 국정원의 방침으로 불법사찰을 한 임씨가 책임을 혼자 뒤집어 쓴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 ▲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자살과 관련돼, 이재명 시장이
    ▲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자살과 관련돼, 이재명 시장이 "내국인을 해킹하지 않았다면 왜 자살을 하느냐"며,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을 트위터에 올려 물의를 빚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국정원이 국민을 해킹했다"고 주장하면서 특검실시를 주장했다. ⓒ 트위터 화면 캡처

    이재명 시장은 숨진 임씨가 남긴 유서의 존재에 의문을 나타내는 댓글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이 시장이 리트윗한 댓글은 “몇 번을 읽어봐도 유서 느낌보다 직장상사에게 시말서 쓴 거 같다. 유서 내용 보면 자료 삭제한 얘기가 나오는데, 상의 없이 자료를 삭제했다가 내부에서 질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정원 직원 임씨의 자살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댓글은 트위터를 비롯한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현재 이번 사건과 관련돼 인터넷 상에서 퍼지고 있는 음모론은, 국정원이 해킹 의혹을 덮기 위해 담당 직원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하고 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음모론을 퍼트리고 있는 누리꾼들은 좌파성향의 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한 <국정원 직원 자살기도 때마다 등장하는 ‘번개탄’>이란 기사를 리트윗 하면서, 임씨의 자살에 강한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인들도 음모론에 가세하고 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트위터에, <국정원 의혹 사건 때마다 직원들 자살 시도… '꼬리 자르기'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 링크를 올리면서, 누리꾼들의 음모론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숨지기 전 자료 삭제, 왜? 국정원 직원 둘러싼 의혹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자살. 그 배경과 유서의 내용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혹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며 구체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 ▲ 국정원 직원 임모씨 자살과 관련돼,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이 트위터에 올린 댓글. ⓒ  트위터 화면 캡처
    ▲ 국정원 직원 임모씨 자살과 관련돼,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이 트위터에 올린 댓글. ⓒ 트위터 화면 캡처

    일반인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임씨 자살과 관련돼 무분별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소수이긴 하지만 이런 현상을 비판하는 댓글도 올라오고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목해 비판 댓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하태경 의원은 “이재명 시장, 국정원 직원 유서를 유서 같지 않다? 제2의 유서대필 사건으로 몰아가는 건가요? 사람의 죽음 앞에서만큼은 말을 삼가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고 예의입니다”라는 댓글을 올리면서, 이재명 시장의 행태를 꼬집었다.

  •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올린 트위터 댓글. ⓒ  트위터 화면 캡처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올린 트위터 댓글. ⓒ 트위터 화면 캡처

    그러면서 하태경 의원은 “타인의 죽음을 비하하고 모독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며, 이재명 시장의 자중을 당부했다.

    앞서 국정원 직원 임씨는 지난 18일 낮 12시께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 야산에서 죽은 채 발견됐으며, 경찰은 임씨가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한 것으로 결론냈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이날 오전 5시쯤 집을 나온 뒤 가족과 연락이 끊겼으며, 임씨가 타고 있던 차량에서 A4 용지 3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 2장은 가족과 부모에게, 1장은 국정원 동료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임씨가 동료들에게 남긴 유서에는 “절대로 내국인을 해킹한 적이 없다”, “순수한 의무수행을 위해 일했다”, “이번 일로 파장이 너무 커져 부담스럽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임씨는 유서를 통해 “해킹프로그램은 대북·대테러 활동을 위해 썼으며, 내국인에 대해서는 절대로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씨는 “이번 일로 국정원의 명예가 실추돼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임씨가 해킹프로그램 논란과 관련돼 심한 압박을 받은 사실이 유서를 통해 드러나면서, 경찰은 임씨가 심적인 부담과 동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씨의 유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치권 주변에서는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연합의 정치공세가, 대북·대테러 업무를 수행하던 국정원 직원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6일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시연회를 열면서, 국정원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정원의 불법 해킹프로그램이 북한 공작원용이 아니라,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