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분 늦어지니 서대전역 경유하지마" vs "충청도완 교류 단절하자는 것이냐"
  • 

  •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호남의 텃밭'인 광주를 찾았다.

    이날 오후 광주 송정역에서 개최된 호남고속철도(KTX) 개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김무성-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여야 지도부도 일제히 광주로 향했다.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전남지사, 송하진 전북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등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과 지역주민 1,000여명 역시 자리에 함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축사에서 반세기 전 호남선을 달리던 태극호(太極號)와 풍년호(豊年號)를 소개하며 "조국을 사랑하는 애국심이 담긴 태극의 정신과 풍요로운 발전을 기원했던 풍년의 마음이 호남고속철도에 그대로 이어져, 호남과 대한민국 재도약의 역사를 써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무성-문재인 대표도 나란히 호남고속철도 개통에 대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외관상으로 볼 땐 화려하고 웅장한 행사였다. 대한민국 행정부의 수반인 박 대통령과 정치권을 상징하는 여야 대표가 총출동했으니, 호남고속철도 개통식은 성황(盛況) 그 자체로 비쳐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활기가 넘치는 듯한 호남고속철도 개통식의 이면(裏面)에 '관련 지역 간 반목'과 '정부를 향한 원망'이 가득차 있음을 알 수 있다.


    #. 서대전역 경유 계획에 불 같이 반발한 호남

    지난 2월4일, 코레일이 호남고속철도(KTX)의 서대전역 경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호남지역 9개 상공회의소가 이를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광주·목포·순천·여수·광양·전주·익산·군산·정읍 등 9개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광주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건설된 고속철도가 오히려 지역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다"며 정부와 코레일의 KTX 운행계획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 10년간 고속철도 개통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호남인들은 실망감과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개통을 눈앞에 두고 서대전역 경유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정치인들도 가세해 서대전역 경유 반대 여론에 불을 당겼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선거에 나섰던 이들의 주장이다.

    "호남선 KTX는 참여정부 당시 타당성 부족에도 건설했던 사업으로, 개통을 앞두고 노선을 바꾸고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 문재인 의원 
     
    "고속철도를 저속철도로 만들려는 '구상유취'한 발상은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 국가 재정면에서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서대전역 경유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말씀드린다."

       - 박지원 의원

    "원안대로 가는 게 맞다. 고속철을 저속철로 만들면서까지 서대전 경유를 하는 아닌 것 같다."

       - 이인영 의원


    호남고속철도(KTX)가 서대전역을 경유할 경우, 서울-광주 운행 시간이 45분 더 소요돼 지역민들의 이용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야당과 호남지역의 주장이었다.

  • 광주-호남 지역의원들, 호남고속철 서대전 경유 반대시위. ⓒ연합뉴스 DB
    ▲ 광주-호남 지역의원들, 호남고속철 서대전 경유 반대시위. ⓒ연합뉴스 DB


    #. 서대전역 경유 갈망했던 충남 주민들의 '한숨'

    야당과 광주-호남 지역의 목소리는 며칠째 커져만 했고, 결국 이러한 여론에 밀려 호남고속철도(KTX)의 서대전역 경유 계획은 백지화되고 말았다.

    그러자 대전권 지역 주민들이 원망(怨望)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가 대전권 지역주민들의 뿔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서대전역을 거쳐 익산까지 가는 별도의 KTX를 운행하겠다는 보완대책을 내놨지만 주민들의 성난 감정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급기야 대전권 지역 언론매체들은 "호남고속철도(KTX) 서대전역 정차 전면 배제로 시민들이 큰 충격과 실의에 빠졌으며, 대전권 정치인들이 호남에게 완패했다는 점도 엄청난 좌절감으로 다가왔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기에 이르렀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은 애간장을 태우는 모습이었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의 발언 내용이다.

    "호남 국회의원들이 KTX를 단 한편도 대전에 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이는 서울과 호남만 교류하고 충청도와는 교류를 단절하자는 것이냐. 호남 국회의원들은 이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호남선 KTX 서대전역 경유 확대 촉구 서명'에 동참한 대전권 시민 22만명 전체가 무산(霧散)된 결과에 크나 큰 상실감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 관철 결의대회'에 나선 새누리당 대전시당. ⓒ연합뉴스 DB
    ▲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 관철 결의대회'에 나선 새누리당 대전시당. ⓒ연합뉴스 DB


    #. 호남지역, 이번엔 '요금 인하' 주장하며 정부 비난

    '서대전역 경유'를 무산시킨 호남지역은 '요금 인하'를 주장하며 정부를 비난하고 있기도 하다.

    코레일이 책정한 요금이 경부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정부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호남지역의 주장이다.

    이에 코레일 측은 호남고속철도(KTX) 운임은 국토교통부에서 지정고시한 임률과 고속선, 기존선의 영업거리를 기준으로 산정했으며 노선이나 지역에 구분없이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적용임률은 km당 고속선 163.31원, 기존선 103.66원. 호남지역이 문제 삼는 용산~광주송정 운임료의 경우, 서울∼동대구보다 10.7km가 더 길고 고속선 비중이 15.6%가 더 높은 점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용산∼광주송정 전체 거리는 303.8km, 서울∼동대구는 293.1km이고 고속선 비중은 용산∼광주송정 91.8%, 서울∼동대구 76.2%이다.

    코레일 측은 "용산∼광주송정은 개통 전 고속선 비율이 39.3%로 km당 114원이 적용된 3만8,600원이었지만 개통 후 고속선 비율이 91.9%로 높아져 km당 154원이 적용된 4만6,800원으로 책정됐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동대구도 대전-대구 도심구간 고속화(44km) 사업이 6월말 완료되면, 고속선 비율이 현재 76.3%에서 93.3%로 높아져 km당 145원에서 155원으로 늘고 호남고속철도(KTX)와 같은 요금 수준인 4만4,600원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코레일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호남지역은 연일 정부를 비난하며 요금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 "김정은하고 박근혜가 붙으면 김정은 도와야제~"

    호남고속철도(KTX) 개통에도 불구하고 호남지역에서 박근혜 정부를 향한 비난이 그치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단연 '지역감정'을 떠올리는 이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구-경북(TK) 지역을 기반으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18대 대선 득표율을 살펴보면, 전북(13.22%), 전남(10%), 광주(7.76%)로 호남지역의 반감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18대 대선 때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호남지역에선 한반도 유사시 우리 정부가 아닌 북한 김정은 정권을 돕겠다는 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 관계자는 "얼마 전 광주에 소재한 전남대병원에 병문안을 갔다가 충격적인 얘기를 듣고 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언론 관계자가 전남대병원에서 들었다는 얘기를 재구성한 내용이다.

    십여명 안팎이 대합실에 앉아 TV를 시청하고 있던 중 북한 김정은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A씨: 김정은이도 자주 본께 정들것당께.
     
    B씨: 그러제잉~. 요새 김정은이 겁나게 좋아부러.

    C씨: 김정은이 박근혜하고 붙어불면 김정은이 찍어야제잉~."


    이 언론 관계자는 "깜짝 놀랄 만한 얘기가 나오는 중에도 아무런 동요 없이 가만히 TV를 지켜보던 호남지역 주민들의 반응에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전했다.

    며칠 전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쓰레기 발언'을 던져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민들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저는 쓰레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쓰레기통에서)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가지고 청와대 정무수석을 시키고, 홍보수석을 시키고 이렇게 배려를 했다."

    물론 과한 표현이었다는 점에 있어 반박 여지가 없다. 그러나 발언의 행간을 읽어 보면,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26년 만에 호남지역에 깃발을 꼽은 이정현 의원이 그간 얼마나 힘들고 답답한 나날을 보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정현 의원은 "지역발전을 위해 크게 일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인물이 새누리당이란 이유로 광주에서 또 버림받으면 안 된다는 의미로 호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역감정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대통합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어진 큰 숙제다. 박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정부를 비롯해 모두가 나서서 대통합을 이뤄야 할 시기다. "서로가 한 걸음 양보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 할 때 비로소 '지역적 문제'라는 꼬인 매듭을 풀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다같이 실천할 때다. 호남고속철도(KTX) 개통을 계기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다같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