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로 일본서 전수받은 사업아이템 뺐겼다"고 주장한 김씨검찰 수사 결과, '김씨의 이야기'는 거짓으로 판명‥끝내 벌금형 처벌

  • 최근 딸기 풍년을 맞아 가격이 최대 15%까지 인하되면서 식재료로 딸기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날씨가 딸기 농사를 짓는데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출하량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딸기 설빙, 딸기 파르페, 딸기 슈 등 딸기를 메인으로 한 달콤한 메뉴들이 속속 등장,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지난해 디저트계를 강타한 '딸기찹쌀떡'은 올해에도 변함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생딸기 찹쌀떡'과 '생딸기 설빙 프리미엄', '생딸기 빙수' 등 생딸기 시리즈 3종 세트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그런데 '딸기찹쌀떡'의 경우, 지금은 딸기 디저트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지만, 시장 진입 초기만해도 '기술 이전 논란'으로 큰 진통을 겪었었다.

    ■ '딸기찹쌀떡'에 얽힌 기구한 사연

    논란의 발단은 2013년 7월 28일 모 방송사 교양프로그램에 '딸기찹쌀떡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1인 시위 중인 김OO(32)씨의 사연이 소개되면서부터였다.

    당시 방송에선 수년 전 일본 오사카의 한 떡집에서 딸기찹쌀떡을 맛본 김씨가, 20년째 같은 곳에서 떡을 만들어 팔고 있는 떡집 주인 다카다 쿠니오씨에게 비법을 전수 받아, 명동에서 딸기찹쌀떡 전문점을 오픈하는 내용이 자세히 그려졌다.

    일종의 틈새 시장을 파고든 딸기찹쌀떡 사업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고, 김씨는 성공한 청년창업가로 방송에까지 출연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얼마 뒤 김씨와 동업을 하던 안OO씨가 김씨에게 계약해지통보서를 보내왔다. 김씨가 정해진 시간에만 영업을 해 가게에 손해를 끼쳤고, 매출과 인테리어 등을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계약 해지의 사유였다.

    이와 관련, 김씨는 "'생활의 달인'에 소개된 뒤로 사업이 대박나자, 함께 동업을 하던 안OO씨가 딸기찹쌀떡 사업을 독식하려는 계획을 세웠었다"면서 "자신 몰래 프랜차이즈 사업을 기획하던 중, TV 출연 후 자신의 인기가 오르자 즉각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가게에서 쫓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대기업을 운영하는 안씨 친구로부터 협박당해 투자금 4,500만원도 돌려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쫓겼다"며 관련 내역을 SNS 상에 유포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안씨의 행위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마침내 김씨의 사연은 한 교양프로그램에 소개됐고, 방송 이후 다수의 네티즌은 "갑의 횡포로 김씨가 딸기찹쌀떡 사업을 하루아침에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며 동업자 안씨를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씨는 "김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김씨를 형사 고소했다.

    애당초 김씨의 사연을 취재했던 다수의 매체들은 여기까지의 내용만 장문의 기사로 소화한 뒤, ▲고소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됐는지, ▲김씨가 유죄 판결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몇몇 매체에서만 "김씨가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됐다"는 소식이 단신으로 소개됐을 뿐이었다.

  • 다카다 쿠니오씨의 언론 인터뷰 내용.  ⓒ 뉴데일리
    ▲ 다카다 쿠니오씨의 언론 인터뷰 내용. ⓒ 뉴데일리



    김씨의 주장에 무게를 둔 지상파 프로그램만 보면, 안씨는 돈에 눈이 멀어 동업자를 내쫓고 '갑의 횡포'를 부린 파렴치한 사업가였다.

    하지만 횡포를 부린 장본인은 다름아닌 청년사업가 김씨였다.

    검찰 수사 결과, '딸기찹쌀떡사건'이 김씨가 안씨를 상대로 저지른 일종의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나게 된 것.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도상범)는 지난해 4월 3일 "비난문구를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등 안OO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김씨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청년달인 김씨는 일본 장인에게 3개월 동안 기술전수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며 "일본에서 장사를 하는 다카다 쿠니오씨는 '김씨가 2~3번 찾아와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다. 자신은 장인도 아니고 기술을 전수해 준 적도 없다'면서 김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김씨가 안씨에게 건넨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2013년 10월 21일 투자금 전액을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안씨가 동원한 대기업과 조폭에게 희생당했다는 김씨의 주장도 거짓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한 인터뷰에서 "안씨의 서울대 인맥이 화려하다"며 유명 IT업체 이OO씨를 거론하는가하면 "안씨가 이번 사건에 조폭이 관여했다고 인정한 사실도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서울지방법원의 범죄사실에는 "조폭과 대기업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명시돼 있었다.

    결과적으로 젊은 청년의 일방적인 주장만 전파를 타면서, 멀쩡한 요식 사업가가 '갑질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김씨의 주장과는 달리, 사건에 개입된 대기업과 조폭은 없었고, 청년에게 기술을 전수한 일본 스승도 없었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정정 보도를 요구하는 안씨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묵살했다. 법원의 판단과 방송사의 판단은 다르다는 게 '정정보도 불가'의 이유였다.

    ■ 방송까지 탔던 청년창업가, 알고보니…

    검찰 수사 결과, 사실을 왜곡·전파하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힌 장본인은 청년창업가 김씨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은 유행처럼 퍼진 '딸기찹쌀떡'을 떠 먹는 순간에도….

    한 네티즌은 "무심코 먹는 '딸기찹쌀떡'에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다"며 "딸기찹쌀떡사건으로 운명이 뒤바뀐 안씨가 안쓰럽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역시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때만 크게 분노하고 그 뒤엔 잊어버리는 게 특성인 듯…, 이분 진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댓글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