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참가자 "지도부는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듯" 불만 토로유가족 살리자더니 "대통령 사라진 7시간 밝혀내라!" 정치적 구호 난무일부 시위대 경찰 통제 무시, 불법 도로점거..일반 시민들 큰 불편 초래
  • ▲ 주최 측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며 '청와대로 가자'고 요구하는 한 참가자  ⓒ뉴데일리DB
    ▲ 주최 측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며 '청와대로 가자'고 요구하는 한 참가자 ⓒ뉴데일리DB



    세월호특별법을 요구하는 집회행진에서 일부 참가자들의 비이성적 행태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청와대로의 행진을 요구하며 주최 측에 격렬히 항의한 몇몇 시위 참가자들은 차량 위에 있던 유가족에게까지 막말과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도 집회의 목적이 유가족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주최 측의 ‘돈벌이’를 위한 것인지 불만을 표시하는 참가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회를 둘러싸고 세월호 집회에 참여하는 각 세력간의 내부적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이 15일 오후 도로를 불법 점거해 소란을 피웠다. ⓒ뉴데일리DB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이 15일 오후 도로를 불법 점거해 소란을 피웠다. ⓒ뉴데일리DB



    ◆ 시위 참가자 "지도부는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듯"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규모 집회가 광복절인 15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와 세월호가족대책위 등의 공동주최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시민 수 만명(경찰 추산 1만 2천명)이 참석해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제일 먼저 연단에 오른 인사는 '찬호 아버지' 전명선 유가족대책위 부위원장.

    유가족 대표 자격으로 마이크를 쥔 전씨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를 단순 교통사고로 치부, 세월호 정국을 탈출하려 한다"고 지적한 뒤 "청와대는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사생활'이라며 애써 감추고, 김기춘 비서실장은 출석 거부로 청문회를 무력화하려 한다"며 정부 여당을 맹비난했다. 유가족대책위가 이미 정치적 세력으로 고착화됐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

    이날 집회 연단에 선 인물 중에는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총장도 있었다. 이태호 사무총장은 과거 광우병촛불시위를 주도했던 인물. 이외에도 '세월호대책회의'에는 수년 전 '광우병촛불시위'를 주도적으로 선동했던 좌파 단체 및 인사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집회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설(說)'이나 '규제완화정책으로 더 많은 안전사고가 일어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루머들이 구호로 내걸려, 오래전 광우병 파동을 일으켰던 광기 어린 집회를 연상케 했다.

    취재진이 집회현장에서 입수한 조그만 전단지에는 "세월호 사고가 원격에 의한 범죄"라는 황당무계한 주장이 담겨 있었다. "국가정보원이 무선으로 핸들조작과 무관하게 방향키를 많이 돌아가게 했다"는, 거론할 가치도 없는 낭설이었다.

    세월호대책회의는 지금껏 각종 집회에서 '유가족의 뜻'이라며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가 행진 후 집회를 자진 해산하는 등 경찰과의 마찰도 가급적 피해왔다. 그러나 주최 측의 이런 방침은 일부 '과격 운동가'들의 불만을 야기해 내부적으로 많은 반발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 ▲ 청와대로 행진하지 않고 집회를 마무리지으려는 주최 측에 반발하는 일부 참가자들이 세월호대책회의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DB
    ▲ 청와대로 행진하지 않고 집회를 마무리지으려는 주최 측에 반발하는 일부 참가자들이 세월호대책회의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DB



    집회 현장에서 만난 A씨는 매우 흥분한 모습으로 이같은 내부 사정을 취재진에게 실토했다.

    A씨는 "자신은 청와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면서 "그런데 유가족을 살리자고 모여 놓고선, 정작 지도부는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목청을 높였다.

    세월호 집회에 오시는 분들이 괜히 오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유가족들이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니까 그것 때문에 오는 것이다. 그런데 지도부(주최 측)는 애초부터 의지가 없었다. 맨날 집회로 돈을 뜯어 자기들 주머니에 집어넣기 바쁘다.


    A씨는 "뭐라도 정부에 액션이라도 취해야 할 것 아니냐"면서 "매번 집회에서 가수들 불러 노래 부르고 박수치고 끝나는데 이건 아니"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대책회의가 원탁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어 집회 방향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이러는 것 같다.


    이날 주최 측의 당초 계획은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3가를 지나 청계광장 입구로 들어선 뒤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청계광장 입구에 다다르자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당장 청와대로 가야한다며 '극렬 시위'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주최 측 관계자와 흥분한 참가자들이 격한 몸싸움을 벌이고 욕설을 퍼붓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선두 차량에 타고 있던 유가족에게 삿대질을 하며 낯뜨거운 욕설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 충격을 줬다.

    유가족을 대변하고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세월호 집회의 목적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뒤집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였다.

    광분해 있는 일부 집회 참가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 것' 외에는 그 무엇도 중요치 않아 보였다.

    주최 측도 뒤늦게 이 같은 상황을 감지하고, 흥분해 있는 참가자들에게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만 계속 가실 분들은 가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주최 측의 '느슨한 통제' 덕분에 일부 과격 시위자들은 "종각역에서 합류하자"며 불법행진을 계속했다. 수백명의 시위대가 일반 차량과 버스가 통행하고 있는 도로를 무작정 걷기 시작하면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통행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일각에선 세월호 집회가 날이 갈수록 '통제 불능' 행태를 보임에 따라 과거 '광우병 촛불시위' 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광우병 괴담'처럼 근거 없는 속설들이 점점 불어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증폭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국정원 개입설' 같은 황당무계한 루머들이 '..카더라' 식으로 공연히 퍼져나가면서 무의식 중에 '정부에 대한 분노'를 증폭시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