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
    ▲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

    2011년 11월 대선 직전에 벌어진
    동양대 진중권 교수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간에
    벌어진 <사망유희> 2차 토론회의 쟁점은,
    안철수 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딸의 [호화 유학] 문제였다.
    황장수 소장은,
    거액의 외화를 불법 송금하여
    미국 실리콘밸리 팔로알토 호화 주택에서
    안철수 대표의 딸이 머물렀다고 공개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교수의 반응은 그 유명한 “내 딸 아니거든요”였다.
    당시 <사망유희> 2차 토론의 주제가
    안철수-문재인-박근혜 등 대선후보 검증이었다는 점에서,
    진중권 교수의 “내 딸 아니거든요”란 발언은
    대선 주자 자녀들의 일은 검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랬던 진중권 교수는,
    이번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재수생 막내아들 페이스북 글을 끄집어내 “문명인이 미개인들한테 표 구걸하지는 않으시겠죠?”라며
    “자식을 잃은 부모가 절망과 고통에 몸부림치고,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이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는 [미개]한 정서라면,
    이 사회에서 문명인은 오직 하나, 사이코패스들 뿐이겠죠”
    라는 글을 게재했다.
    즉 재수생 아들의 페이스북글을 정치인 아버지의 선거 관련 이슈로 들고 나온 것이다.

    실제로 정몽준 후보는 아들의 페이스북 글 관련 유족과 국민들 앞에서 사과를 했으니, <사망유희> 토론 당시의 “내 딸 아니거든요” 논리는 현실에서 사라졌다.
    비단 정몽준 후보뿐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아들의 취업특혜 의혹에 대해
    후보 본인들이 직접 해명을 한 바 있다.
    이렇게 다들 자신들의 자녀 문제에 책임지는데,
    유독 안철수 대표의 경우만 “내 딸 아니거든요”가 적용될 수는 없는 것이다.


    안철수-박영선-이회창 자녀 사례는?
    부모 개입여부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회창씨 아들의 병역기피를 시작으로,
    각종 정치인들의 자녀들 관련 이슈의 기준을 잡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 “내 아들과 나의 책임”이고,
    어떤 경우에 “내 딸 아니거든요”가 적용되느냐는 말이다.

    첫째, 자녀의 문제에 부모의 개입 여부가 핵심이다.
    이회창씨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은,
    부모들이 나서 병역 브로커를 고용하고 증거를 은폐했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되었다.
    모두 거짓으로 입증되었지만,
    대선 당시에는 부모가 개입하여 자녀의 병역을 면제시켜주었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이슈가 되었다.

    문재인 후보 아들의 취업특혜 의혹도 마찬가지이다.
    당시 민정수석-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고위공직을 이용하여
    아들의 공기업 취업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었다.
    당연히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내 딸 아니거든요” 논리가 적용될 수 없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국회 법사위원장) 아들의 [초호화 외국인학교] 건도
    마찬가지이다.
    박영선 의원의 아들은 만 4세 무렵,
    연 등록금이 4000만원인 서울외국인학교에 입학하여,
    현재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사실상 미국인으로 크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박영선 의원은 “아들의 문제일 뿐”이라고 빠져나갔다.
    그러나 만 4세 때 외국인학교 입학을 결정한 것은 박영선 의원 부부였을 것이다.
    역시 “내 아들 아니거든요”가 적용될 수 없다.

    둘째, 자녀가 정치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사회적 위치에 올라서있느냐는 여부이다.
    이것이 이번 정몽준 후보 아들 건의 쟁점 사안이다.


    문재인 딸 측 “내 아버지 아니거든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선거 기획자인 탁현민은,
    문재인 의원의 딸이 대선 출정식에 나오지 않겠다며
    “그건 아버지의 결정이고 아버지가 하는 일인데 왜 제가 거기 나가야 하죠?”
    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의원의 딸은,
    “전 아버지 출마도 개인적으로는 반대고 저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은 더더욱 싫어요”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의원은
    “우리 가족들은 아마 각자 선택해 움직일 겁니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공개했다.
    문재인 의원의 딸 역시,
    “그건 아버지의 일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단 한번도 가족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하거나 따르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라며 손발을 맞췄다.
    쉽게 말해 “내 아버지 아니거든요” 수준의 논리였다.
    당시 문재인 의원의 딸은 이미 성인이었다.


    유학 길 접고 퍼스트 레이디 직 떠 맡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와 정 반대되는 사례가 박근혜 대통령 건이다.
    일본 내 종북세력과 연계된 문세광에 의해
    당시 퍼스트 레이디 육영수 여사가 서거를 하게 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23살의 나이에 유학을 접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퍼스트 레이디 직을 맡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퍼스트 레이디 직에 대해서는
    1979년 당시 카터 대통령 방문시 그의 부인 로잘린 여사가 평가한 내용이
    미국 국무부 기밀자료에 남겨져있다.
    이 자료에서 당시 글라이스튼 주한 미대사는
    “(박근혜는) 경험과 함께 자신의 역할에 달인이 되고 있으며,
    27세의 나이에 결혼을 비롯한 정상적 활동을 희생하며 헌신하는 것에
    고마워하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박씨는 국가 정책의 여러 주요 이슈들에 직접 관여하면서
    보수 성향을 개발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전자공학 분야의 학력은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한 안목도 제공해 준다”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이 퍼스트 레이디직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무력충돌의 위험이 내재된 분단국가의 대통령 딸이라는 현실 탓에
    그의 인생 자체가 바뀌게 된 것이다.
    미국 정부에 의해서도 높이 평가받을 수준으로 제 역할을 잘 수행해낸 것이다.

    아버지의 대통령 출마와 자신의 삶은 관계가 없다는 문재인 후보의 딸과 달리,
    그의 부인은 대선 기간 중 <어쩌면 퍼스트 레이디>란 책을 출판하여 구설수에 올랐다. 만약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그리고 영부인의 안위에 위험한 일이 닥쳤다면?
    문재인 후보의 딸은,
    과연 박근혜 대통령처럼 퍼스트 레이디 직을 수행할 수 있었을까?
    최소한 퍼스트 레이디를 공개적으로 꿈꿔온 문재인 후보의 부인이라면,
    가족 모두가 정치적 책임을 함께 져야한다고 딸을 설득해야 하지 않았을까.

    정몽준 후보는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현재 장남은 현대중공업 간부로 일하고 있고
    장녀는 정몽준 후보가 만든 아산나눔재단의 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성인일 뿐 아니라 사회 지도층에 가깝다.
    이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정치적 선택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 둘 중 한 명이 막내아들과 같은 글을 올렸다면,
    아버지의 사과 이전에 본인들 스스로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

    그러나 정몽준 의원의 막내 아들은 아직 대학교육도 받지 못한 재수생이다.
    그 재수생의 위치는 아버지의 힘으로 간 것도 아니다.
    더구나 해당 글은,
    SNS 내에서도 가장 사적인 성격이 강한 페이스북에서
    친구들과 의견을 주고 받은 것이다.
    SNS에 올린 글이 기사화될 만한 오피니언 리더는,
    정몽준 후보까지 포함하여 1천여명 쯤 될 것이다.
    대체 정몽준 후보의 재수생 아들을,
    이런 오피니언 리더풀에 누가 무슨 기준으로 포함시켰는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몽준 아들]이란 타이틀을 붙인 것도 아니다.|


    미개한 언론과 지식인의 이중성



    차라리 이번 기회에
    공인의 자녀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정치적 책임의 기준을 명확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에 불리할 때는 “내 딸 아니거든요”로 빠져나가다,
    자신들에 유리할 때는 “공인의 자녀로 책임을 지라”
    [미개한] 언론과 지식인들의 이중성부터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