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사건 희생자 추념일’지정의 문제점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전 시대정신 이사장


  • 한국은, 지난 60년간 세계의 최빈국에서 G20의 의장국이 될 만큼
    모범적인 국가로 발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과거사문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 중심적인 문제는 아무래도 항간에 뜨거운 문제로 부각되어 있는
    고교교재 <한국사>의 현대부분을 둘러싼 좌우간의 공방이겠지요.
    이 공방은 한국현대사의 과거와 전망을 둘러쌓고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1945년의 해방공간에서도 한국의 발전방향을 둘러싸고
    좌우간의 투쟁이 격렬했습니다.
    한국이 자유주의국가로 발전해야 하는지
    사회주의국가로 발전해야 하는지
    누구도 그것을 제대로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좌우간에 피비릿내 나는 투쟁이 전개되었는데,
    제주4.3사태도 그 일환이었지요.
    제주4.3폭동은 대한민국을 수립하기 위하여 치러진
    5.10총선을 방해하기 위하여 일어났던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제주4.3폭동이
    반대한민국적 폭동이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4.3폭동이 마치 민주화운동이나
    국군이나 경찰에 의한 민간인의 희생사건인 것처럼 포장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것은 아직도 한국의 민주화세력 중에는
    4.3폭동과 그 정치적 궤(軌)를 같이하는 인민민주주의적 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교교재<한국사>의 현대부분서술의 문제점도 바로 이러한 사정에 기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4.3사건에서의 희생자들에게 보상을 하고 명예를 회복시켜주려는
    조치에 대해서는 굳이 반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에는 한국사회의 발전방향이 불투명하여 좌우의 정치적 분쟁에서 국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될 수 있는 객관적 상황이 존재했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의 발전으로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줌으로써
    국민통합을 지향해야 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4.3사건희생자추념일’의 제정은 너무 지나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록 ‘4.3사건추념일’이 아니라 ‘4.3사건희생자추념일’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탄생을 방해하기 위하여 일어난 폭동과 관련된 사람들을
    대한민국정부가 추념하게 되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자기부정으로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문제로 되고 있는 민중운동사로 씌여진 <한국사>의 현대사부분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나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4.3사건희생자추념일’의 제정은
    4.3사건의‘희생자’의 후손에게도 결코 덕 될 일이 못될 것입니다.
    제주4.3사건이 대한민국의 탄생을 저지하기 위하여 발생한
    폭동임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인 한,
    그것을 ‘추념일’로 지정한다고 해서 그러한 사실이 결코 은폐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4.3사건이 대한민국의 건국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자기기만이 될 것입니다.
    어느 경우에나 추념일의 지정이 스스로 자기 이마에
    주홍글씨를 새기는 일이 되지 않을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2014년 1월 14일 安秉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