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8일 사설 '지금이 북한에 정치회담 제의할 때인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가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출신 김형오 국회의장이 제헌절 경축사에서 남북 국회회담을 제안했다. 지난 14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정치회담 제안과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 지도자들의 황당한 정치감각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지금은 공허한 제안을 남발할 상황이 아니다.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격에 숨졌는데, 북한은 아직 진상 조사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필요한 것은 북한의 진상 규명 협력과 사과다. 이를 외면하고 있는 북한을 최대한 압박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정치인들이 모이는 회담을 제안하는 것은 좋게 말해 순진한 발상이고, 나쁘게 말해 기만적 정치 쇼다.

    북한이란 정권을 정확히 볼 줄 안다면 이런 제안은 하지 않아야 맞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북한엔 정치인이 없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장군님의 결심을 추인하고 추종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우리 국회 같은 대표성이 없으며, 당연히 결정권도 없다. 그들을 상대로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우리 정치 지도자들의 제안은 납득하기 힘들다.

    실제로 국회회담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지난 남북 관계에서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 국회회담은 1985년 전두환 정권 시절부터 끊임없이 시도됐다. 노무현 정권 당시인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한 열린우리당은 ‘남북국회회담 추진단’까지 만들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직후 임채정 국회의장도 ‘국회회담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북한은 필요할 때마다 회담에 응할 것처럼 정치적 제스처만 취했다. 어쩌면 우리 정치인들도 덩달아 정치 쇼를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북한이 이런 시늉을 해줄 상황도 아니다. 북한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가소로운 잔꾀’라고 비하했다.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고서도 이렇듯 뻔뻔한 북한을 향해 연일 회담을 제안하는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의 자존심마저 구기고 있다. 북한을 몰라 그런다면 공부를 더 해야 할 것이고, 알고서도 그런다면 더 이상 속아줄 국민이 없다는 점을 환기시켜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