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씨 병역 비리 의혹 제기,
보수단체의 무상급식 반대 활동,
일부 인터넷 보수언론의 박 시장 비판,
여당 의원의 박 시장 비판..이 모든 것이 사실상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의심된다는
[서울시의 내부 보고서(이하 서울시 대응 보고서)]가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문제의 보고서 <국정원 추정문건 대응조치 진행사항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시 기획조정실은 파문이 커지자,
“만들다가 폐기한 보고서”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놨다.특히 시 기조실 관계자는,
보고서의 [폐기시점]과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밝힐 수 없다”며 사실상 취재를 거부했다.그러면서 이미 폐기한 문건이 어떤 경로로 언론에 흘러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위 답변을 시의 공식입장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봐도 된다”고 답했다.시 관계자의 답변이 진실이라면,
[만들다가 폐기해 원본조차 없는] 실체 불분명의 보고서에 터 잡은 관련 기사들은
모두 오보(誤報)가 된다.그러나 시는 [폐기한 보고서]를 토대로 쓴 오보가 넘쳐나고 있는데도,
해명자료 한 장 내놓지 않고 있다.[서울시 대응 보고서]가 공개된 뒤 이틀 만에 서울시청 앞에서는,
보수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 150여명(경찰 추산)이 모여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
<어버이연합>은 문제의 [서울시 대응 보고서]가,
[국정원 작성 추정 문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목한
보수시민단체 중 한 곳이다.[서울시 대응 보고서]는
보수 시민단체와 일부 보수 인터넷 언론이 사실상 국정원의 지시를 받아,
박원순 시장을 비판하는데 앞장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 보고서는 박 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 비리 논란에 대해서도,
보수단체와 보수 인터넷 언론이
[국정원 추정 문건]의 영향을 받아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보고서는,
지난 4월 <민족신문> 김기백 대표가 박 시장에게 아들의 [공개 재신검]을 요구한 일,
트위터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주신씨 대리 신검설] 역시
(국정원의 영향을 받은) [모종의 세력]이 주도한 것으로 봤다.보고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이 “오세훈 시장 흔적 지우기에 골몰한다”며 박 시장을 비판한 것도
국정원 추정 문건에 나오는 [여론전]의 하나일 수 있다는 [가설]을 내세웠다.이밖에도 보고서는,
보수단체의 무상급식 관련 비판 역시
[국정원 추정 문건]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서울시 대응 보고서]의 파장은 상당히 크다.
좌파 언론들은 앞 다투어 보고서의 내용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이들은 [서울시 대응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박 시장에 대한 비판이 국정원 및 [국정원의 영향을 받은],
보수언론과 시민단체에 의해 이뤄졌다는 [가설]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국정원 대응 보고서]에서
국정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보수단체들은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30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연 <어버이연합> 회원 150여명(경찰 추산)은
“박원순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박 시장을 강하게 비난했다."서울시 발표는 명예훼손이다."
"우리가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면,
이렇게 많은 회원이 [폐지를 주워] 활동비에 보태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을 것."
"지난해 10월에는 월세를 8개월 동안이나 못내
건물주가 사무실을 폐쇄하기까지 했다."-<어버이연합> 회원들
회원들은 [서울시 대응 보고서]의 오류도 지적했다."보고서는 우리가 2011년부터 [무상급식 반대] 운동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2010년부터 [무상급식 반대] 운동을 해왔다.
언론 보도만 확인해도 금방 드러날 일을 가지고,
국정원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저의가 궁금하다."
자신들을 국정원과 연계 지으려는 시의 태도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시했다."<어버이연합>은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순수한 민간단체다.
터무니 없는 주장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우리는 국정원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날 <어버이연합> 집회에서는 이들이 싣고 온 [신문 폐지 뭉치]가 눈길을 끌었다. -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1톤 트럭 한 대 분량의 [폐지 뭉치]를 시청 정문 앞에 쌓아놓고 집회를 열었다.흥분한 일부 회원은 쌓아 놓은 [폐지 뭉치]를 청사 정문쪽으로 던지면서,
이를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
집회를 준비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폐지 뭉치]를 가져온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어버이연합>은,
노인들이 폐휴지를 모아 판 돈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정원과 아무 상관없다는 우리 입장을 밝히기 위해,
지난 15일 동안 모은 폐휴지를 갖고 왔다.”
이날 박 시장은,
오후 2시 30분쯤 시청 광장에서 열린 도시농업박람회장에 나타나 전시된 부스를 살펴봤다.그러나 집회가 시작된 오후 3시 전에 자리를 떠,
<어버이연합> 회원들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