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서 3천만원 지원... 마을기업 운영 도시락카페․배송센터․목공방 차례로 안착
  • 시장 상인회가 자발적으로 수익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 정부에서 지원받은 자금을 운영하거나 상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운영비는 상인들이 매달 내는 회비로 충당된다.

    전국 1,517개 전통시장 중 대다수가 상인회 활동을 하고 있지만 다른 형태로 시장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은 지난해 10월 전통시장 최초로 ‘마을기업’인 통인커뮤니티의 문을 열었다. 

    마을기업은 지역공동체에 산재한 자원을 이용해 안정적인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을 뜻한다. 지난해부터 행정안정부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다.

    통인커뮤니티는 정흥우 상인회장을 주축으로 심계순 관리부장, 강혜련 홍보팀장, 김정혁 배송 팀장, 임재균 DIY 공방장, 지승희 도시락카페 매니저까지 여섯 사람이 일하고 있다.   

    심계순 관리부장은 “통인커뮤니티는 시장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세 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크게 배송업무와 도시락카페, DIY 목공방이다. 그 중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도시락카페’. 

    “도시락카페는 손님들이 쿠폰을 산 뒤 빈 도시락 통을 들고 시장 안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사오는 거예요. 문을 연지 4달 정도가 됐는데 하루 평균 2백 여명의 손님들이 찾아와요. 외국인부터 인근 직장인, 대학생까지 손님 층이 다양하죠.”

    도시락 카페를 기획한 것은 정흥우 상인회장이다. 시장의 먹거리 점포를 활용해 외국인 손님을 끌어들이자는 취지다. 

    “외국인들이 우리 음식에 관심이 많잖아요. 대부분 사먹는 음식들은 양이 많아서 구매했다가 입맛에 안 맞으면 다 버리게 되요. 소포장 개념으로 음식을 팔면 외국인들이 부담 없이 사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시장 반찬가게와 음식점 등은 반찬 한 가지를 500원에 판다. 500원짜리 쿠폰 몇 장만 사면 여러 가지 반찬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심 관리부장은 “최근 호텔 쪽에서 문의가 많이 온다. 일본판, 영어판, 중국어판 전단지를 만들어 호텔 로비 등에 비치하겠다는 곳도 있다”고 했다.

    통인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배송센터도 인기다. 시장서 물건을 구입한 손님에게는 무료로 배달을 해준다. 해당 상인이 1,000원의 배달료를 내고 나머지 비용은 마을기업이 낸다. 공방에서는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목공기술을 가르쳐주고 직접 가구를 제작하기도 한다. 

    통인커뮤니티는 마을기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4개월여 만에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자체 수익도 마련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통인시장 외에도 서울 양천구 목4동시장과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이 마을기업에 뛰어들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도시락 카페’와 같이 사업이 될 만한 아이템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심계순 관리부장은 “마을 기업에서 그치지 않고 그 위 단계인 사회적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목표를 전했다. 마을 기업이 2년차까지 밖에 지원이 되지 않아 그 이후부터 스스로 수익을 내야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지원받은 사업비 3천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이제부터는 지원 없이도 수익을 내는 구조로 가야됩니다. 도시락 카페 등으로 시장에 손님도 끌고 수익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하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들거예요.” 

    통인커뮤니티는 지난해 8월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전통시장’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