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글로벌 위기 겪고도 ‘성장’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

    “육상 경기에서도 순풍을 받고 달릴 때와 역풍을 헤치고 달릴 때의 기록을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때와 같은 경제 호황기가 아닌 두차례의 글로벌 위기를 견뎌낸 상황에서의 선방이라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첫 해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져나왔다. 세계경제는 동반침체로 이어졌고 주가폭락, 내수위축, 수출급감 등 현상이 나타자나 대부분 외신들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즉각 ‘비상경제정부’를 출범시켰고 39차례나 회의를 진행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에 60조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비롯해 추경 38조원을 편성했다. 재정을 조기집행하고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나라보다 발 빠르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 외신들은 위기극복의 모범사례로 평가했다. 09년 금융위기 당시 선진 7개국이 -4%대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도, 우리는 플러스 성장으로 방어하며 국민들이 경제위기가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충격을 최소화했다.

    물론 그 결과 물가는 올랐지만, 이를 탓하는 것은 어찌보면 죽어가는 사람 살려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것과 같다.

    하지만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충격파가 또 들이닥쳤다. 지난해 여름 그리스, 스페인을 필두로 한 유럽발 재정위기가 본격적으로 몰아쳤다.  

    정부는 다시한 번 머리를 맞댔다. 물가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금융 외환시장 안정화에 힘썼다. 그러면서도 미래 먹거리인 신성장동력 육성에도 박차를 가했다.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저축은행 건전화 등 기업생태계를 뜯어 고쳤다.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 되며 유로존 붕괴화가 가시화되는 이 절박한 상황에서도 우린 국가 신용등급을 끌어올렸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일본 등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들의 신용등급이 세계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추세임에도 우리나라는 피치에게서 등급전망을 상향조정 받은데 이어 무디스로부터도 핑크빛 전망을 끌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스 국가부도 가능성이 눈앞에 와있는 와중에도 지난해 우리는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열었다. 세계 9번째로 달성한 위업이다. 2010년도에는 세계 수출 7대국가에 오르기도 했다.  

    2007년 사상 처음 2만달러를 돌파한 1인당 국민소득은 위기속에서도 현재 2만달러대 유지를 확고히 하며 안착에 성공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현 정부의 3.1%와 지난 정부의 4.3% 성장률을 단순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노무현 정부는 연평균 성장률 4.5%의 세계 경제 호황기 속에서의 4.3%였다. 따지고 보면 평균을 밑도는 수치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연평균 성장률 2% 중반의 세계 경기 둔화국면 속에서 3.1%를 기록했다. 평균치를 한참 상회했다. 참고로 우리나라 실질 GDP증가율은 2008년 2.3%, 2009년 0.3%, 2010년 6.2%, 2011년 3.6%를 기록한 바 있다.

    박재완 장관의 말대로 ‘역풍’을 맞으며 달린 셈이다. 다른 주자들의 성적은 더 저조했다.

    외환보유액도 2008년 2,012억달러에서 3,000억달러를 넘겼다. 일본, 중국과 통화스왑을 통해 약 1,300억 달러규모의 추가 외화유동성 공급채널도 확보했다. 이제 98년과 같은 외환사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한국의 국가 재정건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GDP 대비 33%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이 240% 정도인 것을 감안해보면 그 수준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08년 이후 OECD 국가들이 글로벌 위기극복 재원 조달로 국가부채 비율이 28.4%p나 증가했으나, 우리는 6.8%p 소폭 증가에 그치는 등 부채를 엄격하게 관리해 온 결과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그 달라진 국제적 위상은 경제활동과 성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는 어떤가.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총생산 유발효과는 무려 20조 4,973억원으로 분석되고 있다.

    EU 및 미국과의 FTA도 진행됐다. EU와의 FTA로 수혜품목들의 수출이 늘었다. 특히 FTA 이후 유럽국가들의 한국의 직접 투자가 무려 6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 초에는 그토록 좌파에서 반대하던 한미FTA도 발효됐다. 나라가 금방 망할 것처럼 온갖 괴담이 온라인을 통해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 지난 8일 미국 상무부는 4월 한국으로부터의 상품 수입액이 사상 최고치인 55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전달인 6억달러에 비해 무려 3배나 오른 18억 달러였다.

    풀어 말하면 FTA란 것이 양 국가에 대한 제로섬 법칙이 통용되는 차원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미국은 FTA를 맺고나서 3배의 손실을 봤다.

    물론 FTA체결됐다고 해서 단기간에 이득을 볼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아직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전망이 많지만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최근 좌파 매체에서는 수입산 농수산품의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FTA의 실효성을 비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로 인한 국내 농수산업자들의 피해도 거의 없다는 얘기 아닌가.

    우리나라는 세계 6번째 원전수출국이 되기도 했다. UAE로부터 한국형 원전을 수주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프랑스, 일본, 미국 등과의 경쟁에서 적극적인 비즈니스 정상외교를 펼쳤었다.

    4대강 사업은 임기 내에 마치기 위해 서둘렀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임기 내에 마치지 못할 경우 축소되거나 지지부진해 질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었을 거다. 실제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야심차게 한강 르네상스를 내세웠지만 박원순 시장으로 교체되기가 무섭게 전면 폐기 또는 축소됐다.

    때문에 4대강은 공사 중 부실시공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만족도는 갈수록 더 해질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완공 상태였지만 여름 지독한 폭우 속에서도 예년과 달리 수해를 대부분 막아냈다.

    재산피해를 막거나 파손에 대한 복구비용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이보다 더 소중한 인명 손실도 막아냈다. 향후 친수구역에 대한 개발이 이뤄지면 관광 레저 소비가 촉진될 수 있다. 이는 지방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아울러 국민들의 건강과 행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정부 지원정책에 힘입어 K-POP과 한식의 세계화가 소위 ‘한류’를 불러 일으켰다. 외국인 관광객 1천만명 시대가 도래했다. 연평도 포격 사태 등 북한의 위협이 고조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방문객은 980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각 국가별 ‘경제고통지수’에서 한국의 성적은 OECD 27개국 중 22위. 다시말해 21개국이 우리보다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보다 나은 국가는 6개국 뿐이었다.

    자. 이래도 단순히 물가 올랐다면서 이명박 정부만을 탓할텐가. 세계 경제가 태풍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결과다.

    소위 MB노믹스라 불리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적책은 ‘줄푸세 타고 747로’이다. 줄푸세,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운다. 이를 통해 747. 10년동안 경제성장률 연 7%, 국민소득 4만달러, 경제규모 세계 7위를 이룬다는 계획이었다.

    10년간을 전제로 하긴 했지만 사실 하나도 이뤄낸 것은 없다. 하지만 역풍이 아닌 순풍을 타고 달렸다면 결과는 또 모른다. 다른 건 몰라도 수출과 성장을 중시하는 이명박호가 두 번의 폭풍우 속에서도 순항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은행의 기업환경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환경 평가순위는 전체 183개국 중 무려 8위에 올랐다. 10위권 내 진입은 최초다.

    하지만 불행히도 유럽발 재정위기는 쉽게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아마도 임기 내내 이명박 정권을 괴롭힐 모양새다.

    대공황 이후 최대 파동이 우려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발 금융위기, 미국 경기침체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세계경제가 지속 저성장 또는 마이너스 성장중이다.

    앞으로도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에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하고, 서민 가계안정에도 총력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여야 할 것 없이 선거시즌의 공세에 못 이겨 무더기 복지공약를 쏟아냈다는 점이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주거보장, 반값등록금 등의 포퓰리즘이다.
    달콤한 성장정책은 없다. 한미FTA도, 4대강 사업도 성장통을 겪었다. 하지만 성장 없는 복지가 얼마나 위험한지 걱정해야 한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이 지금 그렇다.

    지금 당장의 달콤함에 속아 성장의 숨통을 막아버리면 잔혹한 긴축에 시달리는 그리스처럼 될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는 성장 위주의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컴퓨터 달린 불도저라는 소리도 들리다. 그의 별명이.

    레임덕을 무서워하지 말고 정치적 중립성을 꾸준히 지켜나가면서 성장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이뤄내기 위해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