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숙객 다수 '손혜원 팬들'… 인근 숙박시설은 "손님 뚝" 울상… 목포 홍보효과는 기대
  • ▲ 23일 저녁 8시. 전남 목포 대의동에 위치한 창성장 입구. ⓒ정호영
    ▲ 23일 저녁 8시. 전남 목포 대의동에 위치한 창성장 입구. ⓒ정호영
    숙박을 위해 '창성장'을 찾은 것은 23일 오후 8시였다. 창성장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조카와 보좌관의 딸 등 3명이 공동소유한 숙박시설이다. 이날 손 의원의 기자회견이 있었던 목포 대의동 나전칠기박물관 건립예정부지 맞은편에 있다.

    "호기심 전화 많아서…전화 안 받아"

    창성장 입구 전자식 자물쇠에는 비밀번호가 걸려 있다. 들어갈 수가 없었다. 문을 두드려도 응답이 없다. 간판에 적힌 안내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30분에 걸쳐 수 차례 시도 끝에 가까스로 전화가 연결됐다. 수화기를 든 사람은 창성장 관계자가 아닌 일반 투숙객이었다. 

    "저는 투숙객인데요, 혹시 예약하셨어요?"
    전화를 받은 투숙객은 "블로그나 카톡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왜 직원이 받지 않고 직접 받으셨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 입구에서 기다리는데 관계자를 불러주면 고맙겠다"고 하자 투숙객은 깜짝 놀라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창성장엔 중년으로 보이는 여직원 혼자 업무를 보고 있었다.

    창성장 객실은 모두 10개. 방은 절반 정도 비었다고 했다. 결제를 위해 들어간 관리실에서는 CCTV 10여 대가 창성장 곳곳을 살피고 있었다. '명의자 세 분과는 어떤 관계냐' '최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느냐' '그들이 언제까지 일했느냐' '주로 무슨 일을 했느냐.'  이어지는 기자의 질문에 여직원은 "그냥 직원이라…죄송하다"는 답변 뿐이었다.

    동네 주민의 반응을 묻자 "밤에 보셨겠지만, 여긴 해만 떨어지면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는다"며 "동네분들은 좋아하시는 것 같다. 묵으시는 분들이 결국 주변에 돈을 쓰니 동네 활성화에 조금은 기여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전화는 왜 안 받았느냐"고 묻자 "솔직히 요즘에는 호기심으로 전화를 거는 경우가 많다"며 "장난 전화라기보다 궁금해서 거는 분이 많고, 전화로는 예약을 받지 않아 전화는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투숙객 대부분 손혜원 지지자로 보여

    1층 2호실에 짐을 풀었다. 침대와 그림액자·거울·탁자 등 기본적인 소품만 설치돼 있었다. 창성장은 지난 8월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고 한다. 방마다 비치된 것으로 보이는 안내서에도 "목포 창성장은 1963년 지어져 2018년 새롭게 재탄생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안내서에 적힌 출입문 비밀번호는 직원에게 안내받은 것과 달랐다. 사건이 터진 이후 변경한 것으로 보였다. 창성장 안팎을 둘러보기 위해 다시 방 밖으로 나갔다.  

  • ▲ 창성장 내부. 정면은 관리실과 2층 계단, 좌측은 다용도실, 우측은 로비로 이어진다. 로비에는 4개의 객실이 있으며, 2층에는 5개의 객실, 2층 외부에 하나의 객실이 있다. ⓒ정호영
    ▲ 창성장 내부. 정면은 관리실과 2층 계단, 좌측은 다용도실, 우측은 로비로 이어진다. 로비에는 4개의 객실이 있으며, 2층에는 5개의 객실, 2층 외부에 하나의 객실이 있다. ⓒ정호영

    투숙객들은 주로 손 의원 지지자로 보였다. 손 의원 사건을 통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손 의원을 직·간접으로 응원하기 위해 방문한 투숙객도 있었다. 이들은 이날 창성장 인근에서 손 의원의 조카 손소영 씨가 운영하는 커피점 '손소영갤러리'에서 차를 마시고 이곳에 왔다고 했다. '손소영갤러리'는 24일 '일신상의 이유'로 휴업했다.

    오후 10시. 로비 한쪽 소파에 중년남성 투숙객 A씨가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방송을 통해 손 의원 사태를 보고 인천에서 내려왔다는 이 남성은 "이 거리 자체가 내 눈에는 뭐가 문화재인지 모르겠다. 이런 버려진 골목은 인천에도 있다"며 "손 의원이 왜 이 목포에 꽂혀 수억원을 꽂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손 의원을 적대적으로 보는 사람이나 기사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용도실에서는 부산에서 왔다는 중년여성 B씨가 차를 마시고 있었다. B씨는 "오늘 유튜브로 (손 의원) 기자회견 봤는데 기자들이 정말 물어야 할 건 안 묻고 한 얘기 또 해서 성질이 나더라"라며 "내가 봤을 땐 투기가 절대 아니야"라고 주장했다. 30대로 보이는 남성 투숙객 C씨도 웃으며 "저한테 그 돈 있으면 여기 안 산다"고 맞장구쳤다.

    갑자기 로비에서 전화가 울렸다. 아무도 받지 않아 대신 수화기를 들었다. 방을 예약하고 싶다는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저는 투숙객인데요…"라고 말하자, "왜 투숙객이 전화를 받으세요?"라고 물어왔다. 몇 분 전의 상황과 똑같은 상황이 연출돼 씁쓸한 미소가 비어져나왔다.

    2층을 지나 옥상에 올라서니 환한 보름달이 밝게 거리를 비췄다. 대한민국 사회 전반을 뒤흔든 손 의원의 기자회견과, 손 의원 지지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며 빚어진 소동, 주민들의 근심과 걱정, 가지각색 목포 시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목포에서 처음 맞이한 이 밤의 달빛과 밤하늘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 ▲ 24일 오전 11시. 시민 5명이 창성장 외부를 바라보고 있다. ⓒ정호영
    ▲ 24일 오전 11시. 시민 5명이 창성장 외부를 바라보고 있다. ⓒ정호영
    다음날인 24일 오전 11시.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짐을 챙겨 창성장을 나서려는데 정문 밖에서 기다리던 남성 2명이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밀며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문밖으로 나서자 근처에 있던 또 다른 중년여성 2명이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그 중 한 여성이 "부산에서 새벽 5시반에 올라왔다"며 "손 의원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다른 여성은 전화기를 귀에 대고 "언니, 우리 (창성장에) 다 왔어"라며 마치 보물을 찾아낸 어린아이처럼 들뜬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했다. 좋든 싫든 창성장은 이미 명물이 돼 있었다. 

    창성장은 게스트하우스를 표방한다. 손 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까사(CASA)'다. 쿠바의 민박 시스템 이름이다. 손 의원은 '지방 특색을 살린 게스트하우스'를 짧고 발음하기 쉬운 '까사'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로 창성장 간판에는 'MOKPO CASA 1'이라고 쓰여 있다. 이는 창성장의 공용 WI-FI 비밀번호이기도 하다. 손 의원은 창성장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까사 2호, 3호를 만들어갈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 ▲ 목포 인근 게스트하우스 골목. 이 골목에만 숙박 업소가 4곳 밀집해 있다. ⓒ정호영
    ▲ 목포 인근 게스트하우스 골목. 이 골목에만 숙박 업소가 4곳 밀집해 있다. ⓒ정호영
    인근 게스트하우스들은 불안에 떨어

    창성장 인근에는 수많은 숙박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포털 '네이버'에 '목포 대의동 숙박'을 검색하면 두자릿수 이상의 숙박 시설이 뜬다. 일반 모텔이나 여관뿐 아니라 '까사' 아니, 게스트하우스도 상당수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리모델링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그리고 최근 이번 사태를 통해 좋든 싫든 '목포의 명물'로 이름을 올린 창성장과 손 의원을 어떻게 바라볼까.

    목포 죽동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중년여성 E씨는 "아직 매출에 큰 영향은 없지만, (손 의원 같이) 영향력 있는 분들이 계속 들어오면 경쟁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을까봐 두려운 마음은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 밤 이 게스트하우스는 만실이었다고 한다. 주방에서 캐나다 여성과 20대 남성에게 식사를 대접하던 E씨는 "이번 일이 잘 풀리길 바라지만, 손 의원은 아직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도시 재생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벌어진 일 같지만, 과하다 싶은 부분은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창성장을 '목포다운 게스트하우스'라고 지칭한 것과 관련해 E씨는 다소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 출신으로 30년 이상 목포에서 살았다는 E씨는 "주민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목포다운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손 의원이)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하다"며 "목포 주민으로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분들이 자존심 상하는 말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제도 만실이었다"고 했다. E씨는 "SNS를 통해 깔끔하고 저렴하다는 점을 홍보하고, 맡은 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안 좋아 국민들이 여행을 못하게 되는 게 문제"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젯밤 우리 집에는 아무도 묵지 않았다"

    반면 인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50대 중반 남성 송모 씨는 "어젯밤 우리 집에는 아무도 묵지 않았다. 문의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만 해도 객실 7개가 전부 찰 정도로 인기였지만 최근엔 주 1~2명 정도만 찾는다고 한다. 창성장에 대해서는 "신경을 아주 크게 쓰진 않지만 아무래도 매출에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목포 토박이라는 송씨는 "언젠가는 게스트하우스 옆 차고를 리모델링해 작품 전시장을 만들고 싶다"며 "꿈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목포 주민들도 모두 각자의 사연과 꿈이 있었다. 매스컴을 통해 영향력 있는 인물의 한마디, 행동 하나, 불거지는 의혹 하나에 좋든 싫든 신경을 곤두세우며 하루하루 현실에 부닥쳐 나가고 있었다.

    이틀 동안 만나본 목포 주민들의 생각은 저마다 달랐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목포가 전 국민적 관심지역으로 떠오르고, 많은 국민이 직접 찾아와 도시가 활기를 띠게 되기를 바라는 듯했다.

    두 달 전 오픈했다는 목포시 중앙동의 한 레스토랑 여종업원은 "뉴스 보도를 보면 (손 의원에 대한 의혹 제기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목포가 주목받으면서 외지인들이 찾아오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