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문제 다루며 부적절한 사례… "'최저임금 인상' 본질 비껴간 보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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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홈페이지 화면 캡처

    최근 정부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과 관련해 자영업자와 카드업계 간의 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KBS의 뉴스 리포트가 논란이다. 카드수수료 부담에 허덕이는 자영업자의 고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사례를 들었다는 지적이다. 지엽적인 문제로 시장 구조와 관련된 사태의 본질을 덮었다는 반응도 있다. "특정 의도를 가지고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4일자 KBS 뉴스광장 1부에서는 <"카드 수수료에 허덕" vs "인하 여력 없어"...정부 '진퇴양난'>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편의점·마트 업주들과 카드사들의 상황을 설명한 내용이다.

    월 10억원 매출 업주 사례 소개하며 수수료 지적

    기사에서는 대기업 가맹점들보다 수수료 부담이 많은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전했다.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 대부분 유통 대기업과 연계돼 있어 협상력이 낮은 중소자영업자들만 수수료를 많이 낸다는 주장과 카드사의 구조조정 우려를 담았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임대료보다 카드수수료를 더 많이 낸 마트 업주'를 소개한 대목이다. 한 달 임대료를 1250만 원을 내는 한 마트 업주가 카드수수료로 그보다 높은 1850만 원을 매달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상 카드수수료 상한선이 2%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를 역산하면 해당 업주는 월 1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통상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고 자기 혼자 또는 1인 이상 파트너와 함께 사업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자영업(自营業)의 범주를 벗어나는 사례다.

    KBS는 왜 수많은 자영업자 가운데 굳이 해당 사례를 예시로 들었을까. KBS 내부 한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리포트 구색에 맞추기 위해 일반화된 사례를 든 게 아니라 맞춤 사례를 섭외한 것 같다"며 "뉴스라는 것은 어떤 상황을 설명할 때 일반적 사례를 들어야하는데 이번 보도에서는 극단적 사례를 들었다"고 꼬집었다.

    관계자는 이어 "해당 리포트에 소개된 마트 업주는 사실상 연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업자인데, 카드수수료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보긴 힘들다"며 "내가 자영업자라면 월 수수료 몇천만원 낼 수 있다면 정말 얼마든지 내고 싶을 것, 왜 굳이 이런 리포트를 작성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해석했다.

    본질은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인데...

    더 큰 논란은 따로 있다. 해당 기사에서는 카드수수료 인하 문제를 단순히 '소상공인 vs 카드사'의 분쟁으로 한정했다. 그에 앞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업자들의 반발' 등 본질적인 정부 정책의 부작용을 빼놓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현재 자영업자들의 폐업 원인 1순위로 꼽히는 것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다. 임대료·카드 수수료는 부수적인 문제다. 아울러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뒤이어 무리하게 카드수수료를 인하했을 때, 카드사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파이터치연구원이 발표한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과 국민경제' 자료에 따르면, 수수료를 인하할 때 카드사는 연회비를 인상시키는 등 자금 부담을 회원에게 전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카드 연회비가 올라가면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약 15조원 감소하고 결국 가맹점 전체 매출액은 93조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보고서에서 "최근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늘어난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역으로 수수료를 인하했을 때 판매자의 수수료 지불부담은 줄어들지만, 매출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어 결국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카드 수수료 상한은 2007년 이전 4.5%에서 사업자 매출 규모에 따라 0.8~2.3%까지 대폭 떨어졌다. 이에 카드사들도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수수료를 더 내리면 카드사는 연회비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6개 카드사 노조로 이뤄진 금융공동투쟁본부 카드분과는 "정부의 획일적인 카드수수료 인하가 부당하다"며 12일부터 민주당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9차례에 걸친 카드수수료율 인하 정책에도 소상공인 경제 여건이 나아지지 않은 것은 정부 정책 방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의 정책 결정과정에 이해당사자인 우리 노조와 함께 소상공인 대표도 위원으로 포함시켜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한 관계자 역시 20일 통화에서 "투명한 적격비용 산정을 위해 소상공인들의 참여도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KBS의 14일자 보도에는 이런 '최저임금 인상 → 소상공인·영세업자 반발 →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긴급 대책 → 카드업계 반발' 이라는 사태의 본질적 구조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다. 시청자 혹은 독자들이 자칫 '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가 영세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유일한 정책 혹은 절대적 역할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KBS 내부 관계자까지 "이런 여러가지 정황과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마치 자영업자들과 카드사의 일방적인 대결로 몰고가는 듯한 해당 KBS 리포트는, 어떤 주장을 위해 강제로 독특한 사례를 끌어온 꼴"이라며 "이대로라면 정부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영식 KBS 이사 역시 "본질적인 내용의 유무가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여파가 가장 본질적인 문제인데, 이 기사에서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은 없고 카드사와 자영업자들의 대결구도처럼 한정지었다. 그런 면에서는 상당한 문제가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