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의 북한군 도발, 항상 우리의 생각을 뛰어 넘었다”
  • 지난 3월 2일, 유엔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관한 70여년 유엔 역사에서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로 평가되는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통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용인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5월 7일 36년 만에 개최한 7차 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김정은은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발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 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다”라며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선언 하였다.

    특히 2013년에 채택했던 기존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항구적 전략 노선으로 규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떠보기 위해 북한은 비핵화 관련 언급과 남북대화를 하려고 하는 등 이율배반적인 정치적 쇼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대처를 해야 할 것인가?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북한의 도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다양한 도발형태를 예측하여 효율적인 대책을 갖추는 것이다.필자는 그 동안 변화하는 전쟁과 진화하는 테러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현실과 북한의 대남전술 변화에 따른 우리군의 대응태세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오늘부터는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북한의 핵위협의 실체와 실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새로운 위협에 대한 준비와 그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실전적인 정책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 북한 핵무기 사용의 현실 

    국제정치학에는 '안정-불안정의 역설'(stability-instability paradox)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는 핵무기를 가진 국가들 간에 갈등 해소를 위해 핵무기를 동반한 전면전쟁은 자제하지만, 그보다 낮은 수준의 무력사용을 동반한 국지전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려는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진다는 말이다.

    이 이론에 부합된 대표적인 사례는 1999년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 발생한 인도령(領) 카슈미르지역의 카길(Kargil War)전쟁이었다. 이 전쟁은 파키스탄이 핵개발 완료 후 국지전을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 모아 자국의 이익을 취하려고 인도에 대한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었다.

    다행히 전쟁은 핵전쟁으로의 확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는 달리 2달 만에 인도군의 승리로 끝이 났다.카길전쟁에서 패한 파키스탄은 그 후 전면전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인도의 인적, 물적 피해와 그로 인한 국가적 부담을 강요하기 위해 2001년의 뉴델리 국회의사당 습격, 2008년 뭄바이 연쇄 테러 등 다양한 형태의 빈번한 국지도발로 자국의 체재유지와 내부 갈등을 해소하기도 하였다.

  • ▲ 퍼레이드하는 파키스탄 군.ⓒ파키스탄 육군
    ▲ 퍼레이드하는 파키스탄 군.ⓒ파키스탄 육군

    특히 카길전쟁 이후 인도는 파키스탄의 핵 공격이 있을 시에만 보복적 차원에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원칙을 채택하였다. 반면 파키스탄은 핵공격이 아닌 인도의 재래식 공격이라 할지라도 자국의 생존이 위태로운 경우에는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인도와 파키스탄의 이러한 분쟁은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김정은이 7차 당 대회 때 주장한 것처럼 북한은 대외적으로 자신들이 핵공격을 받거나, 재래식 공격이라 할지라도 현 북한체제 도전과 위협을 받을 경우엔 가차 없이 핵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즉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는 미국이 선제 핵공격을 하거나 재래식 전쟁일 경우라도 완전히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우리 군이 참수작전을 통해 적 수뇌부(정확히는 김정은)를 타격할 경우에도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북한이 핵무기의 사용을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 핵무기의 사용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마주하게 될 실질적인 도발은 우리의 핵의 대한 두려움을 이용한 예상하지 못한 양상의 도발일 것이다.

    ◇ 핵무기의 위세를 내세운 국지도발 

    파키스탄이 핵무장에 성공한 후 카길전투를 일으킨 가장 큰 이유는 자국이 핵보유국인데 이정도 국지도발에 인도가 섣불리 대응하지 못할 거라는 오만한 생각과 핵사용을 두려워하는 국제사회의 묵시적 암묵에 의한 핵보유국의 인정이었다.

    또한 인도에 대해 핵무기의 사용을 표면적으로는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수많은 테러와 국지전만으로 자국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 ▲ 북한이 공개한 SLBM .ⓒ노동신문
    ▲ 북한이 공개한 SLBM .ⓒ노동신문

    '안정-불안정의 역설' 이론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북한이 공언하는 것처럼 한반도에서는 전면전이나 국지전 시 핵을 사용할 확률은 극히 낮다. 그 이유는 미국이 한국에 약속한 핵우산은 북한이 남한에 핵을 사용했을 경우,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위력을 가진 핵공격을 북한지역에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주장대로 북한이 체재 위협을 핑계로 제한적인 핵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 순간 북한은 정권 그 자체의 소멸을 각오해야 할 것이며 실제로도 소멸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향후 한반도에서 예측 가능한 북한의 도발형태는 핵무장카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탁월한 국지전형태의 도발일 것이다.

    또한 그 가능성은 대북제재가 강화되어 김정은 체재의 내부 결속이 어려워지고 국제적으로 정치적, 군사적 고립이 가속화 될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우리군은 일찌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및 국지 도발에 대비해 '선 조치, 후 보고'를 통한 교전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신속하고도 강력한 도발 원점과 지원세력에 대한 광범위한 타격 등의 시행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같은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대응태세는 북한의 도발의지를 사전에 억제하고, 상황 발생 시, 효과적인 극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의 섣부른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하지만 세상일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지난 십 수년간 북한은 제1,2연평해전과 천안함 침몰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목함지뢰도발처럼 항상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 예측불허의 도발을 일삼아왔고 매우 영악하게도 한번 도발한 방식은 다시는 사용하지 않고 도발에 따른 결과 또한 매우 치밀하게 계산한 후 도발을 강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군과 정부는 기존의 정형화된 형태가 아닌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형태의 도발방식을 새롭게 예측하여 어떠한 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신 개념의 국방태세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 개념의 국방태세의 확립에는 보다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국민적인 공감대가 함께 하여야 할 것이다.

    이태훈 우석대 국방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