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상주들 사이로 웃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보인다.<br />ⓒ 뉴데일리
    ▲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상주들 사이로 웃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보인다.
    ⓒ 뉴데일리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 자살로 유명을 달리한 가운데 모방자살 혹은 동조자살로 불리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란 독일 문호 괴테가 1774년 출간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한 말로 평소 자신이 존경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 23일 오후 광주 서구에서는 김모씨(34세)가 방안 옷걸이에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유족들에 따르면 김씨는 노 전 대통령 자살 소식을 접한 뒤 컴퓨터에 신병을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를 작성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같은 날 전남 광양시 광양읍에서는 신모씨(55세)가 112에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 죽음에 가슴이 아프다며 죽어버리겠다고 말한 뒤 자살을 시도했으나 때마침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생명을 건졌다.

    24일에는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봉화산 부엉이바위 부근 등산로에서 한모씨(38세)가 흉기로 손목을 그은 뒤 출혈이 심해지자 스스로 신고해 목숨을 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부엉이바위 인근서 등산객 자해 소동‥자매 '동반 투신자살'까지

    28일 오전 2시35분경 광주시 광산구 신촌동 모 아파트 화단에서 A(14.중 3년)양과 A양의 여동생(12.중 1년)이 숨져 있는 것을 인근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 광산경찰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날 새벽 '쿵'하는 소리가 두번 들려 베란다 밖을 내다본 동네 주민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자매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고 결국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들 자매는 부모님께 꾸중을 듣고는 전날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가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자매의 부모는 "이틀전 둘째가 성적을 속여, 첫째 아이와 함께 훈계 했었다"는 사실을 밝힌 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두 자매가 함께 집을 나가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자, 한참 동안 행방을 쫓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경찰 조사 결과 항상 반에서 1등을 해왔던 둘째가 최근 시험에서 8등으로 떨어지자 부모에게 1등을 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담임교사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진짜 성적'이 공개됐고 자매는 부모에게 심한 꾸지람을 들었다는 것.

    전문가들은 자살 동기가 각기 다르지만 유명인들 사이에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이 자칫 생명경시 풍조나 자살에 대한 안이한 생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사회 지도층 인사 중에서도 최고 위치에 있던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은 한참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에게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 ▲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진,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조문 중인 시민들.   ⓒ 뉴데일리
    ▲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진,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조문 중인 시민들.   ⓒ 뉴데일리

    전문가들, '유명인 자살→청소년 모방자살' 확대 우려

    실제로 지난해 최진실이 죽은 지(10월 2일) 하루 만에 2명이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 일각에선 베르테르 효과로 인한 '모방자살'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또 이은주 정다빈 유니 최진실 안재환 이창용 김석균 우승연 장채원 김지후 장자연 등 최근 1~2년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예인들은 대부분 우울증을 앓았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절박했던 나름의 이유들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자살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분명 베르테르 효과에 의한 자살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은 28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노 전 대통령 자살 사건과 관련, "오죽이나 답답했으면 그런 죽음을 선택했겠느냐"면서도 "거짓말하고 잘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게 드러나니까 자기도 창피하고 답답하고 하니까 자살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박 전 총장은 "자살이라는 것이 절대 바람직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자살자를 위해 미사를 올리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이자 인터넷신문 빅뉴스 대표인 변희재씨도 25일자 빅뉴스 칼럼을 통해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민생고에 허덕이는 모든 국민을 위로하고 다독여야 할 위치다. 안그래도 자살률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선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이라면 힘든 국민에게 '그래도 같이 살아야 합니다' 이렇게 함께 해야지, 자기 측근들이 위험하다고 죽어버리는 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이명박 정부가 못마땅해도 살아서 싸워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김진홍 목사는 25일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보내는 '김진홍 목사의 아침묵상' 칼럼에서 "노 전 대통령의 투신 자살 소식을 접한 순간 언뜻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염려가 있었다. 청소년 모방자살(模倣自殺)이 이어지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고 밝히며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지도자에게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통해 국민에게 본을 보여야 할 책무(責務)가 있는데, 비록 전직이라 하지만 대통령직을 거친 분이 그런 죽음을 선택한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대한민국은 자살률 1위 자리를 10년째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