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中 정상회의에 '北 비핵화' 빠져""북핵, 방향 틀면 모스크바와 북경 타격""균형자론은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아""韓日관계 개선은 韓美관계 강화 전제조건"
  • ▲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이 30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제주평화연구원 주관으로 전직 외교부 장관 4명이 참석한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의 실현을 위한 지혜' 특별세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이 30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제주평화연구원 주관으로 전직 외교부 장관 4명이 참석한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의 실현을 위한 지혜' 특별세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버튼만 누르면 핵미사일을 쏠 수 있게 배치하도록 중국과 러시아가 묵인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자체 핵무장' 혹은 '전술핵 재배치' 밖에 없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3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주포럼의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의 실현을 위한 지혜' 세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 러시아의 바로 코앞에 붙어 있는 조그마한 약소국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실전에 배치해 남한을 위협하고 있다"며 "북한이 핵미사일 방향만 틀면 모스크바와 북경을 타격할 수 있는데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주변 약소국의 핵미사일 개발을 허용 혹은 방치하는 사고방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국과 관련해선 "전략적으로 한국이 직면한 북핵 위협을 공유하고 억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번 한일중 공동선언에는 5년 전에 들어갔던 북한의 비핵화가 아예 들어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한중관계 진전을 가로막은 대표적인 걸림돌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을 꼽았다.

    그는 "중국은 '왜 미국의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느냐'고 하는데, 미국은 주한미군을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15억 원이나 드는 사드 장비를 자국 돈으로 샀고, 우리는 미국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요청하면 기지용 부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동맹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소파협정을 파기할 빌미가 생기게 되는데 우리가 과연 그럴 수 있는가. 한국 국민은 한미동맹 합의 파기를 원치 않는다"며 "그런데도 중국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허용했다며 여러가지 제재로 보복했다. 이게 한국 국민이 중국을 불신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일관계 개선은 한미관계 개선 강화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의존하는 것은 결국은 한미관계인데, 한미관계는 한일관계가 안 좋으면 강화될 수가 없다"며 "한반도 유사시 7개 주일미군 기지 없이 우리에겐 전쟁을 지속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이를 묶어서 하나의 전구(戰區)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균형외교' '실용외교'로 표방되는 '동북아 균형자'론의 허구성을 지적하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 비전인 '글로벌 중추국가'(GPS)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한쪽 진영에서 우리가 계속해서 힘을 가지고 그 반대편 나라와의 관계가 악화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 가운데 서서 소위 균형자 역할을 할 수는 없다"며 "균형자 역할이라는 건 우리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면 전체의 세력 구도가 변하는 것인데, 한국이 과연 그런 위치에 있는가. 우리는 움직인 뒤 스스로 소명하는 위치에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정학적으로 돌이켜 보면 한국이 처한 위치에서 미중일러 4개 국가와 동일한 관계를 갖기는 쉽지 않다"며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자유민주주의 제도와 시장경제라는 걸 확실히 해야 한다. 우리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발전한 만큼 거기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레토릭만 가지고서는 우리가 GPS라고 볼 수는 없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한다는 인식 하에 우리도 이에 대한 대가(역할)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향해 "외교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 그 책임은 우리 외교부에 있다고 본다"며 "외교가 상대 측을 만나 좋은 얘기를 하고 함께 밥을 먹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을 외교부 장관이 국민에게 설득하고 외교의 중요성을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교에 실패하면 전쟁이고,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하는 게 외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