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잘하는 공수처, 강하고 안정적인 공수처, 협업하는 공수처""공수처 구성원의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하는 방파제 역할 할 것"'타기관과 협업 매우 중요… 검찰총장 내가 먼저 만나러 가겠다"
  • ▲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2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2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오동운 신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취임 일성으로 "수사를 잘하는 공수처, 강하고 안정적인 공수처, 협업하는 공수처"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오 처장은 2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직사회 부패 척결이라는 역할과 책무를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취임사에 앞서 오 처장은 "그동안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계신 공수처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격려하면서도 "공수처장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고 했다.

    오 처장은 공수처가 '독립된 수사기관'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공수처는 독립된 반부패 수사기관으로서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확립하고 반부패 수사역량을 강화해 청렴한 공직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이 있음에도 국민들께서 공수처라는 수사기관을 탄생시킨 것은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통한 공직사회 부패 척결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해결해달라는 염원의 발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수처는 그동안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게 사실"이라면서도 "저는 권력에 대한 독립적이고 엄정한 수사와 견제라는 공수처 설립 취지와 그 기능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공수처가 본연의 기관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더욱 성장 발전시켜야 하는 2대 공수처장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공수처가 국민 기대에 부응하고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기 위해 저는 공수처 구성원 여러분께 다음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수사기관은 수사를 잘해야… 견제·협업에 최선"

    오 처장은 "수사를 잘하는 공수처, 강하고 안정적인 공수처, 협업하는 공수처"를 목표로 제시했다.

    오 처장은 "요리사는 음식을 잘 만들어야 하고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하며 학자는 연구를 잘해야 하고 운동선수는 운동을 잘해야 한다"며 "공수처는 수사기관으로서 수사를 잘해야 한다. 수사를 잘하는 기관으로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공수처 구성원이라면 의당 갖추어야 하는 기본자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는 수사기관이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다할 때라야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수사업무구조를 효율화, 최적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보고, 서면작업, 요식행위는 걷어내고 모두 간단명료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 ▲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2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전달받고 미소를 짓고있다. ⓒ서성진 기자
    ▲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2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전달받고 미소를 짓고있다. ⓒ서성진 기자
    오 처장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외풍에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저는 외부의 압력을 막아내 공수처 검사들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과 직무상 독립을 보장하는 방파제와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수처는 고유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되 다른 수사기관과 협업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공수처는 법무부, 검찰, 경찰과 상호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고위공직자 부패범죄 일소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오 처장은 "공수처의 수사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기관의 인력파견 등 모든 방안을 포함하는 수사기관 간 협력 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여러 협업방안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다.

    ◆"법불아귀 승불요곡… 설립 취지에 맞게 냉철한 기관으로"

    끝으로 오 처장은 한비자에 나오는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는 구절을 인용했다.

    그는 공수처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다 찾은 구절이라며 "공수처가 설립 취지에 맞게 냉철하게 고위공직자범죄를 엄단하는 강한 반부패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난 2022년 9월 취임식에서 '법불아귀 승불요곡' 구절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이 총장은 "법 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다"며 "검찰권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행사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 처장은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타 기관과의 협업에 대한 질문에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을 낮추고 예방해 협력을 구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국민의 사랑을 받아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국민의 신뢰를 받는 독립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배려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오 처장이 전날 대통령의 임명안 재가로 공식 임기를 시작하면서 공수처는 약 4개월 간 수장 공백 사태의 종지부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