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홍대 등에 '팔레스타인 저항에 연대 보내자' 노동자연대 대자보 붙어대학 측 "학교 내 포스터 부착은 허가 받아야… 정치 관련 내용은 부착 못해"대자보 부착 관련 비판 이어져… "외부 단체 개입 아니냐, 상당히 의아하다"노동자연대 측 "대자보 부착, 허가 필요 없어… 학교 측 통제에 동의 못해"
  • ▲ 13일 오전 서울 홍익대학교 인문사회관 내 게시판과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출입구 부근 게시판에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연대를 보내자’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진선우 기자
    ▲ 13일 오전 서울 홍익대학교 인문사회관 내 게시판과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출입구 부근 게시판에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연대를 보내자’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진선우 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격화해 사상자 규모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주요 대학가에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특정 단체의 대자보가 붙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대자보는 학교 측의 사전 허가 없이 부착됐고, 이로 인한 학생들의 민원이 이어져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13일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에 따르면, 최근 노동자연대청년학생그룹의 이름으로 '인종차별적 테러 국가 이스라엘에 맞서는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연대를 보내자'는 제목의 대자보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명지대·한국외대·홍익대·부산대에 부착됐다. 

    대자보를 부착한 학생들은 각 대학의 재학생·졸업생으로, 이들은 노동자연대청년학생그룹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든 팔레스타인인들의 정당한 권리"라며 "하마스의 공격은 최근 더 심화하던 이스라엘의 만행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이스라엘은 그야말로 잔혹한 서방 제국주의의 경비견"이라고 비난하면서 "윤석열정부도 재빨리 성명을 발표해 죄 없는 사람들을 짓밟아온 깡패국가 이스라엘을 편들고 나섰다"고 비난했다. 

    이날 뉴데일리 취재 결과, 해당 대자보들은 학교 측의 사전 검수와 허가 없이 무단으로 부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홍익대 관계자는 "학교 내에 포스터(홍보물)를 붙이려면 학교 측의 허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라며 "포스터 부착이 불가능한 경우는 종교, 정치, 연합동아리, 특정 기업 홍보와 관련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대자보를 학교의 허가 없이 붙인 것으로 확인된다면 철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생의 자유로운 의견에 의한 개인적인 대자보라고 판단돼 놔뒀지만 외부 단체의 개입이 있다면 학생의 확인을 받고 유관 부서와 논의를 통해 철거 진행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민원에 따른 대응과 관련, 이 관계자는 "어떤 민원이냐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며 "외부 단체 개입이라는 성격의 민원이면 확인 후 철거를 진행하고, 단지 정치적이거나 개인의 성향에 따른 민원이라면 철거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 홍익대학교 내 포스터(홍보물) 게시 관련 규정. ⓒ진선우 기자
    ▲ 홍익대학교 내 포스터(홍보물) 게시 관련 규정. ⓒ진선우 기자
    이를 두고 학생과 주민들은 "대자보를 붙인 이들이 순수한 학생 신분이 아닌 노동자연대 소속이라면 외부 단체의 개입 아니냐"며 비판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대자보를 학교에 게재한 것을 두고 여러 지적이 나왔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A씨(23·여)는 게시판을 보며 "정치적으로 큰 관심은 없지만,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분들이 이 대자보를 보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퇴직한 전 연세대 교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B씨(60대·남)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상당히 의아하다"며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테러를 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과연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저항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B씨는 이어 "대자보를 보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인종차별적 테러를 행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저항을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 C씨(29·남)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는 워낙 오래된 문제"라며 "대자보에는 1948년에 이스라엘이 인종청소를 통해 건국했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이전을 기준으로 보면 과연 팔레스타인이 원래부터 거주했던 지역이 맞는가 의심스럽다"고 대자보 내용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노동자연대청년학생그룹 측은 대자보 부착과 관련해 "대학가에서 대자보를 붙이는 데 무슨 허가를 받느냐"며 "물론 학교 측에서는 도장이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으나, 학생들의 자치적인 활동이고 권리이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통제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대자보를 부착하게 된 이유로 "대학가에도 팔레스타인 저항의 정당성에 대해 알리고 다같이 목소리를 내자는 차원에서 같은 날 다같이 대자보를 붙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