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리 주민 이씨 "대안 1안(강상면 종점)이 더 이득… 주민들 실망감 무척 커"강하면 김씨 "다들 서울로 출근하는데… 양평 사람들 위한 결정 내려 달라"상인 김씨 "강상면으로 개통되면 더 좋아… 양평~서울 교통문제 해소될 것"기사 박씨 "민주당, 시덥잖은 걸로 태클 걸어 고속도로 백지화" 분통양평군청 관계자 "강상IC가 훨씬 좋아…'김건희 특혜' 아닌 것 같다"서울~양평 6번 국도, 주말엔 명절 같은 교통체증… 우회도로 필요해
  • ▲ 뉴데일리 취재진이 7일 오전 양평군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양평군청으로 이동했다. ⓒ서성진 기자
    ▲ 뉴데일리 취재진이 7일 오전 양평군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양평군청으로 이동했다. ⓒ서성진 기자
    "고속도로가 생겨도 논란이 되는 산은 개발할 수 없는 땅인데, 민주당의 음모 때문에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어요."

    정치권 공방에 휩싸인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건설이 전면 백지화됨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갈등의 골도 점차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7일 뉴데일리가 경기도 양평군을 방문한 결과, 이 지역(양서·강상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잔뜩 화가 난 모습이었다.

    전날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야당 측이 김건희 여사 '양평 부지 개발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는 날파리 선동 탓"이라며 백지화를 선언했다. 

    그러자 고속도로 개발에 기대가 컸던 현지 주민들은 실망한 모습을 보이며 "민주당은 '김건희 특혜'에만 초점을 두는데, 양평군민과 나라를 위해 어떤 것이 옳은지 생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평군 병산2리에 거주하는 이모(70) 씨는 "10년 전부터 요구한 고속도로였는데 백지화되면서 주민들의 실망감이 굉장히 크다"며 "김건희한테 특혜를 준다는 (민주당 측) 주장은 말이 안 되며, 마을 사람들과 70년 살아온 나도 김건희 땅이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안 1안(강상면 종점)이 양평시민 모두에게 교통 면에서나 실리적으로 이득"이라며 "마을 주민들은 경제적 이득을 떠나 그저 고속도로를 통해 교통 불편을 해소하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강하면의 한 부동산중개소에서 만난 김모(52) 씨는 "요새 들어 양평이 공사도 많이 하고 인구가 늘다 보니 서울-양평 왕복 차로가 많이 밀린다"며 "지금도 많이 막히는데 개발 중인 아파트 4000여 세대가 다 차면 인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씨는 "양평에는 공장도 없고 회사도 거의 없다"며 "다들 서울로 출근하는데 고속도로 백지화는 사실상 우리를 고립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그러면서 "정치논리가 아닌 양평사람들이 살아가기에 편리한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상인 김모(여·45) 씨는 "(양평에는) 관광객이 많이 오는 편이기 때문에 고속도로가 이쪽(강상면)으로 개통되면 더 좋다"며 "강상면에 종점이 생기면 양평에서 서울로 가는 교통문제도 해소될 뿐더러 서울의 관광객들도 편하게 양평에 유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택시기사 박모(62) 씨는 "정치색을 떠나 강상면에 인구가 가장 많고, 휴가철에도 이쪽으로 인구 유입이 가장 많다"며 "민주당이 시덥잖은 것으로 태클을 걸어 고속도로 계획이 백지화됐다"고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 ▲ 서울양평고속도로가 백지화된 다음날인 7일 오전 경기 양평군청과 양평역 앞에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성진 기자
    ▲ 서울양평고속도로가 백지화된 다음날인 7일 오전 경기 양평군청과 양평역 앞에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성진 기자
    양평군 측 "노선 제시는 정치적 판단 없어… 주민들, 허탈감 못 감춰"

    양평군청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현재 군청 내부도 굉장히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평군 주무관 A씨는 "이 사업은 12만 양평군민의 숙원사업이었고, 역대 양평군수나 국회의원들의 숙제이기도 했다"며 "예타(예비타당성)까지 통과되고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돼 혼란이 적지 않다. 많은 문의와 민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A씨는 백지화와 관련 "예타 이후 고속도로가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종단지점이 기존보다 남쪽으로 옮겨지는 변경안이 나왔다"며 "그런데 그 종단지점이 되는 JCT(분기점) 인근이 김건희 여사 모친의 소유인 것이 드러나며 민주당에서 크게 다루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안은 강을 두 번 지나기 때문에 환경적 측면에서도 강을 하나만 지나는 변경안이 낫다"고 강조한 A씨는  "IC(나들목) 위치도 기존 안인 양서IC보다 (변경안인) 강상IC가 주민들이 이용하기에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다"고 평가했다.

    A씨는 그러면서 "그간 주민들은 변경안에 찬성하고 있었고, 특히 IC 위치를 바꾼 것은 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김건희 특혜 의혹'과 관련, A주무관은 "김건희 여사의 모친이 소유한 땅은 도로가 지나는 것이 아니라서 보상 대상도 아니고, IC가 아닌 JCT 주변이라 지가 상승을 기대할 위치는 아닌 것 같다"면서 "민주당에서는 특혜라고 문제를 제기하던데, 고속도로 관련 특혜의 여러 케이스를 알고 있지만, 이번 변경 노선이 특혜로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문제가 시끄러워졌는데, 차라리 문제가 있다면 확실하게 밝혀져서 그대로 진행되든, 또다른 변경안이 나오든 하면 좋겠다"며 "백지화만큼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A씨는 "정치권의 싸움에 양평이 계속 희생양이 되는 것 같아 속이 상한다. (나는) 공무원이기도 하지만 양평군민으로서 이런 부분은 속이 상하고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 ▲ 취재진이 직접 타고 온 6번국도는 다수의 교통정체가 발생했다. ⓒ서성진 기자
    ▲ 취재진이 직접 타고 온 6번국도는 다수의 교통정체가 발생했다. ⓒ서성진 기자
    6번 국도, 실제 경험해보니… "교통체증으로 운전 피로도 높아"

    이날 뉴데일리 취재진은 양평군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6번 국도를 이용해 서울-양평고속도로 예정 기점이었던 서울 송파구에서 양평군으로 이동했다.

    6번 국도는 서울과 강원도를 잇는 도로다. 주민들에 따르면, 6번 국도는 금요일부터 차량 정체로 통행이 힘들다. 실제로 도로를 이용해보니 도로 주변의 민가와 공사현장으로 출입하는 차량들이 많아 교통정체가 다수 발생했다. 또 평균속도가 낮은 만큼 고속도로처럼 빠르게 이동할 수 없었다. 

    양평을 거쳐 가는 대부분의 차량은 강원도에서 서울로, 또는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차량들이다. 금요일 오후 시간대 강원도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6번 국도는 흡사 명절 교통체증과 비슷해 우회도로의 필요성이 크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