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P 적용, 국제형사사법재판에 회부해야11월에 서울서 국제회의 열어 공론화 예정
  • 김태훈 북한인권 이사장ⓒ뉴데일리tv
    ▲ 김태훈 북한인권 이사장ⓒ뉴데일리tv
    작은 고추가 맵다. 
    소국이지만 소신과 강단이 있는 나라들이 있다.
    발트해에 위치한 인구 270만 명의 소국 리투아니아가 그렇다.
    리투아니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 방침을 따라, 지난해 6월 자국을 경유해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화물열차 운행을 금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에서 400km 떨어진 역외 영토다.
    러시아 해군 발트함대가 주둔한 곳이다.
    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이곳에 배치돼, 러시아에게 군사적으로 중요한 땅이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연결되지 않아서, 둘 사이를 이으려면 벨라루스와 리투아니아를 통과하는 육로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리투아니아가 러시아에게 EU 제재라는 명분을 내세워 화물열차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자국보다 힘이 강한 나라한테 눈치를 보지 않고, 해야할 말을 한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앞서 2021년 11월 중국의 반발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럽 최초로 대만대표처를 개설한 바 있다.

    슬로베니아도 리투아니처럼 작지만 강하다.
    슬로베니아는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 논의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인권 침해 가해자 처벌과 대북 제재 이행을 옹호하는 국가로 알려졌다.
    또 슬로베니아는 2013년부터 매 2년마다 국제 R2P 회의를 개최한다.
    R2P는 자국민을 보호할 능력을 잃은 실패한 국가나 독재국가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이뤄지는 경우, 그 나라의 주권을 일시적으로 무시하고 국제사회가 인도주의적 개입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태훈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은 슬로베니아에서 개최한 R2P회의에 최근 참석했다.
    <뉴데일리>는 그를 만나 R2P회의 토론 결과를 공유하고, 북한인권을 국제사회에서 더 알리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슬로베니아 R2P회의는 어떤 국제회의인가.
    슬로베니아 수도 루블라냐의 법과대학교에서 지난 2013년부터 매 2년마다 R2P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R2P국제회의에 슬로베니아 대통령까지 참석해 발표한다.
    2005년 유엔 회원국 정상들이 모여서 합의를 본 원칙이 R2P 원칙이다.
    R2P는 'Responsibility To Protect'의 약자다.
    각 국가는 주권국가다.
    주권국가는 ▲genocide(집단학살) ▲war crime(전쟁범죄) ▲ethnic cleansing(인종청소) ▲crime against humanity(반인도범죄) 4대 범죄로부터 자국과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기본적 인권을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는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인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국민들을 반인도범죄, 전쟁범죄, 인종청소, 집단학살에 노출시키면 안 된다.

    그런데 보호책임을 못하는 북한같은 국가가 있다.
    김정은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반인도범죄로 자국민을 탄압하고 있다.
    이에 10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R2P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적용하는가.
    처음에는 이렇게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말을 안 들으면, 집단적으로 개입한다.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한다.
    그래도 안 되면, 군대가 동원된다.

    대표적인 예로 리비아가 있다.
    리비아의 카다피가 독재 때문에, 유엔에서 R2P를 적용해 그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했다.
    그리고 유엔군이 개입해 카다피를 잡아 처형했다.
    미얀마, 우크라이나, 수단, 시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인종청소, 제노사이드, 반인도범죄, 전쟁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R2P를 어떻게 제대로 적용할 것인가 토론하는 것이 R2P국제회의다.

    -회의 가서 느낀 점은?
    시리아, 미얀마, 우크라이나,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의 심각성은 다 안다.
    그런데 북한인권에 대해서 잘 모른다.
    놀랐다.
    일반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이 국제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제가 실제로 느꼈다.
    이래선 안 되겠다.
    국제사회에 모멘텀을 불러일으켜 북한인권에 대한 절박성을 알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을 끌어올릴 것인가?
    11월 말에 사단법인 <북한인권>이 서울에서 R2P 국제회의를 최초로 열어볼까 추진 중이다.
    R2P를 북한인권에 어떻게 적용할지, 세계 석학들을 불러 북한인권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 시켜볼까 한다.
    11월 R2P회의에서 식물상태가 된 UN 안보리 상임이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북한인권 문제를 공론화하고 개선할지 토론해볼 생각이다.

    -11월 국제회의에 누구를 초대할 것인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을 초대해볼 생각이다.
    이분이 R2P원칙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슬로베니아는 나라가 작지만, 인권에 대해 관심이 큰 나라다.
    R2P를 깊고 오랫 동안 다룬 나라다.
    그래서 법조인 출신 슬로베니아 최초 여성 대통령을 R2P 서울 국제회의에 초대해볼 생각이다.
    또 한미 정상회의를 하면서 북한인권에 관심을 보여준 윤석열 대통령과 슬로베니아 대통령이 참석해준다면 국제적 관심을 끌 수 있다.
    북한인권 개선에 모멘텀이 될 것 같다.
    여기에 전 유엔사무총장과 세계 석학들도 모셔 국제회의를 제대로 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