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위해 떠난다" 이호철, 2019년 中 기업인 간담회 참석이화영, 北에 500만 달러 완납 후…'3철' 이호철과 中 출장
  • ▲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8년 3월10일 오후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함께한 시간, 역사가 되다' 전해철 북 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8년 3월10일 오후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함께한 시간, 역사가 되다' 전해철 북 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른바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 가운데 이호철 전 민정수석(노무현정부)이 2019년 4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의 중심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중국 단둥 출장에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수석은 노무현정부 시절 국정상황실장, 제도개선비서관, 민정수석 등을 지냈다. 이후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일인 2017년 5월10일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긴 뒤 해외로 출국했다. 

    30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2019년 4월26일 중국 단둥 오룡산 내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진행된 '경기도-중국 기업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전 수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 부동산 개발 회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수석은 간담회 시작 전 이화영 전 부지사,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등과 함께 꽃다발을 들고 행사장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한 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는 밤늦게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당시 국외출장보고서에는 해당 간담회 취지로 단둥-북측 국경지역 개발관련 회의, 북측 진출방안 협의라고 적혔다. 또, 간담회를 통해 국경지역 개발 및 한-중 기업의 북한 진출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쓰였다.

    그러나 이 전 수석의 이름은 출장보고서에 담긴 간담회 참석자 명단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아태협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간담회라고 하기보단 술을 마시는 만찬 자리였는데, 이 전 수석이 중국 단둥 기업인들과 통역 없이 중국어로 대화하며 자리를 주도했다"고 회상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기업인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북측 국경지역에 호텔, 리조트 등을 짓는 관광지 개발을 주로 논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앞서 이화영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의 회장 스마트팜 비용 완납 이후 약 2주 만에 남북협력사업 협의와 투자유치를 명목으로 3박4일 중국 단둥·베이징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출장 첫 일정은 '한·북측 대표자 회의'였는데, 이는 경기도가 아태협에 맡긴 묘목·밀가루 등 인도적 남북교류협력 지원 사업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 회의 직후 이어진 간담회에 이 전 수석과 함께한 것이다. 간담회는 압록강유역집단 회장, 단둥오룡산여유(旅游)유한공사 사장, 단둥하구여유유한공사 사장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 부동산·관광지 개발 사업을 하는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검찰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이 중국 출장 역시 쌍방울그룹의 북한 진출을 돕기 위한 행보라고 의심하고 있다. 중국 출장 시점이 김성태 전 회장이 임직원들을 동원해 북측에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비용 500만 달러를 완납한 때이기 때문이다.

    이후 쌍방울그룹은 2019년 1월17일 조선 아태위와 맺은 경제협력 합의를 토대로 2019년 5월12일 북한의 대남협력기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관광지 및 도시개발, 지하자원개발협력, 물류유통사업 등 6가지 사업 우선권을 갖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해당 합의서에는 쌍방울과 민경련 산하 개선총회사의 구체적인 관광지 및 도시 개발사업 내용에 중국 단둥과 맞닿은 북한의 신의주 특별개발구(국제경제지대) 부지 990만㎡ 이상을 개발한다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수석과 이화영 전 부지사는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대북 사업에 호흡을 맞췄다. 노무현정부 당시 '이호철-이화영 라인'이 대북 비선 채널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후 이 전 수석은 국정상황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 등 정부 요직에, 이화영 전 부지사는 19대 국회에 여당 현역 의원으로 입성해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실제로 대북 사업가 고(故) 권오홍 씨가 2007년 6월 공개한 대북 접촉 비망록 '나는 통일 정치쇼의 들러리였다' 에도 이 전 수석과 이화영 전 부지사가 정상회담 등 주요 대북 이벤트 등에서 활동한 구체적인 정황이 담겼다. 권 씨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친노(친노무현)그룹과 북측의 다리 역할을 했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출신이다.

    권씨는 이 책에서 이 전 수석과 이화영 전 부지사가 정상회담 성사를 앞두고 남북 소통 채널에서 자신을 배제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호철이 국정상황실장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이화영이 하는 일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화영의 활동이) 이호철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 전 수석은 지난 2020년 3월 이화영 전 부지사의 21대 총선 예비후보 사무소를 찾아 지지를 촉구하는 등 공개적으로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회장의 대북송금 사실을 사전에 인지해 공모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21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수원지법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공모 혐의를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병합 심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