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출국금지' 무죄… 서정욱 변호사 "목적만 정당하면 수단은 정당하지 않아도 되나"'아들 50억 퇴직금' 곽상도 무죄… 강민구 변호사 "퇴직금 계산하면 그분 연봉은 얼마인가"'기부금 횡령' 윤미향 벌금형… 이헌 변호사 "재판 지연 심해… 국민 법감정에 반하는 판결"
  •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왼쪽부터)과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규원 검사.ⓒ연합뉴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왼쪽부터)과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규원 검사.ⓒ연합뉴스
    최근 각급 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여야는 물론 법조계에서까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뇌물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과 '후원금 유용' 의혹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심에서 각각 무죄와 벌금형을 선고 받은 데 이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을 출국금지한 조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까지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다.

    '김학의 출금' 무죄 판결… 법조계 "논리적으로 앞뒤 안 맞아"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이날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던 김학의 씨를 불법 출국금지시켜 재판에 넘겨진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규원 검사,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등 3명의 직권남용 혐의를 대상으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긴박한 상황에서 법률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긴급 출국금지를 했다고 해서 곧바로 직권남용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이들의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김학의 불법 출금'을 대상으로 한 안양지청의 수사를 막은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에게 2~3년 징역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법원의 1심 판결은 증거관계와 법리에 비추어 전반적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항소를 통해 반드시 시정할 것"이라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판결에 법조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인 강민구 변호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위법한 지시는 맞는데 직권남용 혐의가 없다는 판결은 '남의 물건은 맞는데 도둑질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처럼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 역시 "출국금지가 국민의 기본권인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인데, 목적만 정당하면 수단이나 방법, 절차는 정당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며 "살인범을 잡았는데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풀어 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성토했다.

    서 변호사는 또 "김학의 전 차관이 당시 구체적인 혐의가 없었고, 출국한다고 도주 우려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1심 선고는 수긍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 ▲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유용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 직후 법원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유용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 직후 법원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상윤 기자
    '기부금 횡령 의혹' 윤미향, 檢과 '쌍방 항소'… "국민 법감정에 반하는 판결"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지난 10일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500만원형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기소된 8개 혐의 중 '법인·개인계좌에 보관하던 자금 가운데 1700만여 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사실'만 인정했다.

    앞서 징역 5년을 구형했던 서울서부지검은 1심 판결을 두고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지난 16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가운데, 같은 날 윤 의원도 자신의 일부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내면서 맞불을 놨다.

    이와 관련,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는 1심 판결이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진 지 약 2년6개월 만에 나온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이 그간 어떻게 진행됐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재판 지연이 굉장히 심했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국회의원까지 됐는데, 국민 법감정에 반하는 판결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아마 문재인정권 시절의 검찰이 이 문제를 기소하다보니 공소유지도 제대로 못하는 등 수사상 미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 측에서는 항소심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정욱 변호사도 "공공성을 가진 재단에서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모집한 것이 어떻게 무죄가 되는지 법리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면서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모집했다는 것 자체가 횡령의 공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 곽상도 전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곽상도 전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곽상도 무죄에 여야 모두 비판… "사법부 판단, 납득하기 어려워"

    지난 8일에는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김만배 씨로부터 뇌물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을 대상으로 1심 재판부는 "과다한 퇴직금이지만 아들 병채 씨가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알선이나 대가성이 있는 돈으로 보기 힘들다"며 뇌물 등 주요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상식을 벗어나는 판결"이라는 여론이 나오자 야당은 곽 전 의원을 대상으로 한 특검 도입을 주장했고, 여당에서도 국민들의 비판여론을 감안해 향후 대응방침을 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

    검찰은 지난 13일 오후 "1심 판결은 증거와 법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사회 통념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다툴 예정"이라며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강민구 변호사는 "곽상도사건의 경우 근무한 지 얼마 안 된 아들이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는데, 법적으로 명시된 퇴직금 지급 방식으로 계산하면 그분의 연봉은 도대체 얼마냐"면서 "곽 의원의 아들이기 때문에 그만큼 퇴직금을 줬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또 "곽상도·윤미향부터 '김학의 출금'까지 재판부에서 대부분 무죄로 판결했는데, 법조인들 감정하고 이렇게까지 어긋나는 것은 이상하다"며 "사법부의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