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보고서 삭제 의혹' 경찰 자택서 숨진 채 발견… "극단 선택 추정"'인파 몰려 사고 우려' 정보보고서 삭제 회유 의혹으로 특수본에 입건특수본 "아직 조사하거나 소환 통보한 적은 없어"… 사망 경위 파악 중
  • ▲ 서울 용산경찰서. ⓒ강민석 기자
    ▲ 서울 용산경찰서. ⓒ강민석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 안전을 우려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던 용산경찰서 간부가 11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45분쯤 자택에서 숨져 있는 정OO 경감을 가족들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정 경감은 10일 주변 동료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 경감은 '이태원 핼러윈데이 때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별도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부 보고서를, 지난달 26일 이 문건을 작성한 모 정보관의 업무용 PC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정 경감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해당 보고서를 삭제한 것으로 판단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직원들을 회유·종용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과실치사상)로 정 경감을 입건한 상태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날 정 경감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자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특수본의 무리한 수사 때문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특수본은 "아직 정 경감을 한 번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며 "강압수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10일 용산경찰서 소속 정보관들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으나, 정 경감에게는 소환 조사 일정을 통보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 특수본의 주장이다.

    이날 오전 특수본은 "정보과 직원들 조사가 끝나면 신속하게 정보과·계장 소환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수본은 정 경감의 사망과 관련해 "경찰공무원으로서 국가에 헌신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태원 사고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정 경감의 사망 경위를 파악한 뒤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다만 이태원 핼러윈 참사 원인규명 수사는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안전보고서 삭제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 또 다른 경찰 간부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 ▲ 정진석(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3주년 이태원참사 추모법회'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 정진석(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3주년 이태원참사 추모법회'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野 "특정인에 책임 몰면 안 돼"… 與 "정치적 해석 말아야"

    한편, 수사선상에 오른 경찰 간부가 돌연 사망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참사 책임을 특정인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추모 법회' 참석 후 "정말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연관 공무원들의 심적 책임감이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사건이야 우리가 정확히 규명해야 하지만, 이것을 특정한 사람으로 딱 단정짓고 책임을 몰아가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더이상의 희생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안타깝다는 말 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이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