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李 방탄용' 당헌 80조 개정… 28일 전당대회 전 결론 날 듯이재명 "찬성"… 박용진 "사당화 우려"… 강훈식 "시기 적절하지 않아"與 "이재명을 위한 꼼수 당헌 개정… 뒤가 켕겨도 많이 켕기는 모양"민주당, 당헌 개정 비판 소극적… 당 일각서 "다들 그냥 포기하는 심정"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이재명 방탄'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당이 사실상 '이재명 코드' 맞추기에 나서면서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사라지고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준위, 16일 당헌 80조 개정 여부 결정

    10일 민주당에 따르면,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당헌 80조 개정을 검토한 뒤 당 지도부에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민주당 전준위원장인 안규백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시대가 바뀌고 새로운 정치지도자의 새로운 방법의 정치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당 의원들과 전직 장관 20여 명이 지금 고발돼 있거나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실에 맞게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수사를 받는 당내 인사들이 기소됐다는 이유만으로 당직을 정지시키는 것은 과도한 징계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준위는 오는 16일 회의에서 당헌 개정 여부를 결정한 뒤 비대위에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당초 전준위에서 당헌 개정 논의가 이뤄진 것은 지난달 20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 1일 당원 청원 게시판을 처음 운영한 날 당헌 개정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의원의 극단적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들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이 의원을 지키기 위해 당헌 80조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기 때문이다. 현재 이 청원은 당원 7만여 명의 동의를 받아 당 지도부의 응답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 의원도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이 의원은 9일 CBS 라디오가 주관한 민주당 대표후보 토론회에서 당헌 80조와 관련 "이것을 개정하려는 것이 저 때문이 아니다"라면서도 "검찰의 야당 탄압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의원과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박용진 의원은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이 조항이 변경된다면 그야말로 민주당은 '사당화'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당 대표후보 강훈식 의원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다.

    "'이재명 방탄'이라는 의심 받을 만해"

    민주당 안팎에서도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당헌 개정을 추진하는 것을 '이재명 방탄용'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민주당 중진인 A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정치개혁 차원에서 마련한 당헌을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재명 의원 방탄용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최고위원후보로 출마한 윤영찬 의원도 "이재명 후보 1인 구하기라는 오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며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1인 사당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우려했다. 

    친문계로 꼽히는 민주당 B의원도 "굳이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 오해까지 받아가며 개정할 이유가 없다"며 "굳이 왜 지금 개정하려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누가 봐도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꼼수 당헌 개정'이 아닐 수 없다"며 "검수완박 입법도 모자라 '기소돼도 대표직 유지'라는 방탄용 당헌 개정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니 뒤가 켕겨도 많이 켕기나 보다"라고 비난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비명(비이재명)계 후보들과 소장파 의원 몇몇을 제외하고는 민주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당헌 개정에 따른 비판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B의원은 "대부분 비판적"이라면서도 "전당대회 와중에 이게 논쟁이 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봐서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의원은 "당원들로부터 이재명 의원이 큰 지지를 받고 있어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힘들다"고 짚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벌써부터 '줄서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 C의원은 통화에서 "이야기할 것은 해야 하는데 큰일이다. 그냥 복종하겠다는 것인지, 민주당이 사라져가고 있다"며 "(이재명 의원의 득표율이) 70%를 넘어가니까 다들 그냥 포기하자, 이런 심정인 것 같다"고 개탄했다. 

    이 의원 측은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을 적게는 70여 명, 많게는 100여 명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지방선거 직후 의원들이 대거 '이재명 책임론'을 쏟아냈던 상황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다.

    이와 관련,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들이 전당대회 전에는 개딸들만 이재명을 지지한다고 봤다가 대부분 당원의 지지를 확인했다"며 "중간지대에 있던 의원들도 다 이재명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