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수사권 가진 경찰…'간첩 전력' 신영복 글씨체 사용2020년 경찰청장 이·취임식, 2021년 경찰청 시무식 등서 써文 "존경하는 사상가 신영복"… 文정부 홍보에도 신영복체 사용"경찰 등 공안기관서 文정부 눈치 본 것… 해선 안 될 짓" 지적
  • ▲ '신영복체'가 사용된 국가정보원 원훈석. ⓒ사진=국정원 제공
    ▲ '신영복체'가 사용된 국가정보원 원훈석. ⓒ사진=국정원 제공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대표적인 간첩 전과자인 고(故)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서체, 이른바 '신영복체'를 공개행사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신 전 교수는 북한 연계 지하당 조직인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1968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한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이다.

    16일 박영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당시 경찰이 신영복체를 다섯 차례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경찰청은 ▲2020년 7월23일 제21대 경찰청장 이임식 ▲2020년 7월24일  제22대 경찰청장 취임식 ▲2020년 8월7일 제36대 서울청장 취임식 ▲2021년 1월4일 '2021 경찰청 시무식' ▲2021년 7월9일 제37대 서울청장 취임식 등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신영복체가 새겨진 플래카드를 제작해 사용했다. 금액은 각각 60만원, 30만원, 22만원, 60만원, 21만원으로 총 193만원에 달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평소 존경하는 사상가로 신 전 교수를 꼽아온 만큼 문재인정권에서 신영복체는 국가기관 홍보에 자주 사용됐다. 또 신 전 교수의 제자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이 알려져 야권 인사들과도 인연이 깊다.

    앞서 2021년 6월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국가정보원 새 원훈석(院訓石) 제막식에서도 신영복체가 사용됐는데, 당시 전 국정원 요원들은 '간첩 손글씨'라며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신영복체는 문 전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에도 쓰인 바 있다. 2017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영복체가 담긴 서화작품을 선물했고, 2018년 2월 북한 김여정을 청와대로 초청했을 당시 시 주석에게 선물한 서화와 같은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했다.

    문재인정권에서 신영복체가 지속적으로 사용된 것과 관련,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황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상시에 신영복을 좋아한다고 거듭거듭 이야기했다"면서 "국정원·경찰 등 공안기관은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황 평론가는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기관에서 확신범의 글씨체를 사용했다는 것은 더이상 붙일 것도 뺄 것도 없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