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축회의 65개 회원국, 알파벳 순서로 매월 돌아가며 의장국… 北 자격논란美 “北 의장 맡는 동안, 대사 아래 직급이 참석"…日·加 “회의서 北 견제할 것”유엔워치 “北 같은 나라가 군축기구 이끌어선 안 돼… 회의 불참해야”
  • ▲ 2020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군축회의 모습. 당시 강경화 외교장관이 참석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20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군축회의 모습. 당시 강경화 외교장관이 참석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스위스 시간으로 5월30일부터 약 한 달간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는다. 이를 두고 미국·일본·캐나다가 문제를 제기했다. 유엔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국제 시민단체는 유엔의 순회 의장국 체제를 비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北, 한 달간 유엔 군축회의 순회 의장국 맡자… 美·日·캐나다 문제 제기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북한이 5월30일(이하 현지시간)부터 6월24일까지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았다”고 전했다. 65개 회원국이 모인 유엔 군축회의는 알파벳 순으로 매달 의장국을 맡을 나라를 정한다.

    북한이 5월 말부터 6월 하순까지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는다는 소식에 미국·일본·캐나다가 문제를 제기했다. 세 나라 모두 회의에는 참석하겠지만 북한을 대상으로 한 감시와 견제는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월 “북한이 주재하는 모든 공식·비공식 군축회의에 미국은 대사급 미만의 대표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북한이 유엔 군축회의 순회 의장국을 맡게 된 것과 관련해 북한과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해 오는 27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방송에 따르면, 일본은 핵과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며 관련 기술을 퍼뜨리는 북한이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 

    일본은 “우리는 미국과 한국, 유럽을 비롯해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들과 협력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북한이 의장국을 맡았다고 회의에 불참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캐나다 “北,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韓 “北이 의장국 맡는 것이 왜 문제냐”

    캐나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나라가 어떻게 유엔 군축회의를 이끌 수 있느냐”며 북한이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은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반복적인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국제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여전히 깊이 우려한다”면서 “다만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협력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주재하는 모든 군축회의에 실무자급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은 캐나다가 미국·일본처럼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은 북한이 잘못된 메시지를 발산하지 않도록 견제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방송에 따르면, 한국은 “현 시점에서는 특별히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북한이 제네바 군축회의(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은 의사규칙 제9조에 따른 것으로, 한국은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안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감시 시민단체 “北이 유엔 군축회의 이끄는 것 허용해서는 안 돼”

    그러나 유엔 감시 시민단체인 ‘유엔워치’는 “북한이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는 한 달 동안 회원국들은 회의에 불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워치’는 세계 30개 비정부기구와 공동으로 내놓은 성명에서 “북한은 세계 최고의 무기 확산국으로, 북한은 국제조약을 어기고 핵무기를 제조하는 것은 물론 유엔 대북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올 초부터 많은 미사일 시험을 실시했고 앞으로 더 많은 시험을 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으며, 조만간 핵실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정보기관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한 ‘유엔워치’는 “따라서 유엔이 도덕적 나침반을 가진 조직이 되려면 북한 같은 나라가 군축 관련 국제기구를 지휘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유엔워치’는 “(유엔 기구에서) 국명(國名)의 알파벳 순으로 의장국을 맡게 한 시스템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북한이 국제기구의 의장직을 맡도록 허용하는 어떤 시스템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2011년에도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았다. 이때도 회원국들은 불법 핵 개발과 대량살상무기 및 관련기술 확산으로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는 나라가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을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