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러시아 남하 저지하기 위해 시작된 영일동맹 …거문도 점령한 대영제국러일전쟁에서 빛을 본 ‘영일동맹’…일, 전쟁승리와 대한제국 독점력 확보까지중국과 러시아 견제하기 위해 다시 뭉쳤다…원활화협정 게임체인저 되나?일본, 영일동맹˙쿼드에 이어 오커스까지?…윤정부 취임식서 국제적 연대 강조
  • ▲ 영일동맹 ⓒ 트위터@British Honour 캡처
    ▲ 영일동맹 ⓒ 트위터@British Honour 캡처

    영국과 일본의 안보협력이 긴밀해질 예정이다지난 5일 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목적으로 군사동맹 성격의 원활화 협정을 합의했다이에 두 나라의 동맹이 역내 안보지형과 새로 출범한 윤 정부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이 집중된다.

  • ▲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트위터 propagandopolis 캡처
    ▲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트위터 propagandopolis 캡처

    1902년 러시아 남하 저지하기 위해 시작된 영일동맹 거문도 점령까지 한 대영제국

    영국과 일본은 러시아의 남하 정책을 막아야 하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1902년 처음으로 동맹관계를 맺었다. 앞서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일본은 청나라에 배상금 3억 냥과 요동반도·대만 등의 할양을 요구했다. 하지만 프랑스·독일·러시아의 간섭으로 일본은 요동반도를 반환하게 된다. 이는 훗날 러일전쟁의 근원이 됐다.

    반면 청일전쟁에서 일본에 패배한 청나라에서는 외세배척·반제국주의 성격의 의화단 운동이 발생했다. 그러나 일본·러시아·영국·프랑스 등 연합군이 베이징을 점령하면서 청나라는 외국군의 베이징 주둔을 허용하는 신축조약을 체결했다신축조약으로 배상이 종결됐음에도 러시아는 만주에서 철군하지 않았다. 일본은 러시아가 만주를 세력권으로 편입시키고 이어 한반도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대한제국에서 자신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침해받을 것을 우려했다.

    영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남하를 경계했다. 러시아의 남하가 자국의 식민지를 위협한다는 판단 아래 영국은 러시아의 남하를 막았고, 양국은 세계 도처에서 대립했다. 그러던 중 영국은 청의 영향력을 벗어나려고 러시아를 끌어들인 조선 정부가 러시아에 영흥만 조차를 허락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영국은 러시아가 영흥만을 군사 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조선의 거문도를 불법 점령했다. 당시 영국은 거문도를 포트 해밀턴이라고 불렸다. 이같이 러시아의 남하를 경계하던 영국과 일본은 1902년에 1차 동맹관계를 맺었다.이후 1905년 2차, 1911년 3차 영일동맹이 이어졌다.

  • ▲ 포츠머스 회담ⓒ트위터 american duce
    ▲ 포츠머스 회담ⓒ트위터 american duce

    러일전쟁에서 빛을 본 영일동맹, 전쟁승리와 대한제국 독점력 확보까지

    러일전쟁이 발발하기 전 일본이 영국과 동맹관계를 맺은 것은 신의 한수였다. 영국은 일본 군함 증강에 힘을 보탰고, 곧 러시아는 일본과의 해군력 경쟁에서 추격당했다. 일본은 뤼순 ·서해·울산 해전에서 러시아를 이겼다

    전세가 불리하게 흘러가자 러시아는 당시 세계최강함대를 자랑하던 발틱함대를 한반도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수에즈 운하를 소유하고 있던 영국이 발틱함대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것을 반대했다. 이로 인해 발틱함대는 선택의 여지 없이 희망봉을 돌아서 한반도로 가야 했다. 장기간의 항해·무더위·상한 음식으로 사기가 바닥난 발틱함대는 19055월 간신히 대한해협을 통과하던 중 일본함대의 습격을 받고 패배했다.

    이후에도 일본은 쿠릴열도를 점령하는 등 승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일본도 전쟁이 장기화되자 재정손실을 크게 입었고, 러시아의 피해 규모를 넘어서게 됐다. 이에 일본은 미국에 중재를 요청했고 포츠머스 조약으로 러일전쟁은 마무리됐다

  • ▲ 영일 총리ⓒ10downing street 캡처
    ▲ 영일 총리ⓒ10downing street 캡처

    중국과 러시아 견제하기 위해 다시 뭉쳤다원활화협정 게임체인저 되나?

    영일동맹으로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고 대한제국의 독점적 지배를 얻었던 일본이 무슨 목적으로 111년 만에 영국과 다시 손을 잡았을까두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동맹관계를 부활시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5일 영국 런던에서 정상회담을 갖은 후 원활화 협정(RAA·Reciprocal Access Agreement)에 합의했다. 협정의 주요 사항은 양국이 군사 공동훈련을 위해 상대국 영역에 들어갈 때 두 나라 군인들은 비자를 면제받고 무기와 탄약을 쉽게 반입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이로 인해 대규모 군대의 상대국 입국이 가능해졌고, 양국 합동 군사훈련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특히 일본은 두 가지 이유로 영국과의 안보연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먼저 일본은 러시아로부터 홋카이도를 방어해야 하고 중국으로부터는 센카쿠열도를 수호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일본이 미일동맹으로 1차 방어막을, 영일동맹으로 2차 방어막을 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영국과의 연대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호주 때문이다. 일본은 과거 태평양전쟁때 호주를 침략한 역사가 있어 양국 관계는 껄그럽다. 하지만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호주는 안보협력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영국이 중재국 역할을 해주면 영국-호주-일본 삼각동맹의 가능성이 열린다.

  • ▲ 시진핑 목 조이는 쿼드ⓒ트위터 캡처
    ▲ 시진핑 목 조이는 쿼드ⓒ트위터 캡처

    일본, 영일동맹˙쿼드에 이어 오커스까지?윤정부 취임식서 국제적 연대 강조

    이같이 일본의 우방국과의 안보협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영일군사동맹 다음으로 일본의 오커스(AUKUS) 참여가 거론되고 있다. 오커스는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인데 일본이 참여해 조커스(JAUKUS)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일본이 오커스에 참여하는 것과 관련해 긍정적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일본은 중국 견제 목적 안보동맹체인 쿼드에 가입한 상태다.

    그동안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은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 전후로 수십 년간 한미동맹, 미일 동맹 라인으로 지속되어왔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에 발맞춰 군사동맹라인에 변화가 오며, 오커스와 쿼드가 추가됐고, 2차 영일군사동맹까지 더해질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오커스나 쿼드 어디에도 가입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미국·일본·호주·인도·영국 5개국의 군사 협력만으로 아태 자유민주진영을 수호할 수 있다는 인식이 고착화되기 전에 한국이 빨리 군사동맹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취임식에서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연대와 책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취임사에서 드러난 윤 대통령의 국제정치 철학을 유추해본다면 앞으로 한국 대외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