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연안 항구 봉쇄에 곡물창고 파괴까지… 이러다 수출할 수천만t 곡물 손실될 수도”WFP “우크라 항만에 곡물 450만t 적재돼 있어”…세계 주요 곡창지대 흉작까지 겹친 상황
  •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주에 있는 한 곡물창고를 미사일로 파괴했다. 당시 상황은 CCTV에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캡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주에 있는 한 곡물창고를 미사일로 파괴했다. 당시 상황은 CCTV에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캡쳐.
    러시아군의 흑해 항만 봉쇄가 길어지면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장했다. 유엔 산하기구는 “러시아군의 해상 봉쇄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백만t이 항만이나 선박에 묶였다”고 밝혀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러시아, 흑해 항구 봉쇄해 곡물 수출 막아…농기계 수탈하기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일 SNS에 올린 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흑해 연안 항구를 봉쇄한 탓에 전 세계에 곡물 수출을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곡물 수천만t이 손실될 것이고, 결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식량 위기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24와 영국 데일리 메일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외신 인터뷰를 통해서도 “러시아가 흑해를 통제하면서 선박 운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중단이 전 세계 식량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농민들의 트랙터를 약탈해 체첸까지 가져가고, 중부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주에 있는 곡물저장시설을 미사일로 파괴했다”면서 “러시아군은 이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굶주림에 빠지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일랜드 의회와 이탈리아 하원을 상대로 한 화상연설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는 1840년대 아일랜드 대기근을 언급하며 “러시아에게 굶주림은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지배의 도구”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하원을 상대로는 “많은 나라에서 최악의 굶주림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해상 봉쇄가 길어질 경우 세계 각국이 식량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WFP “현재 우크라 항만에 곡물 450만t 발 묶여…식량위기 우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같은 날 러시아의 흑해 연안 봉쇄로 인한 식량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마틴 패트릭 WFP 이사는 “우크라이나 항만에는 약 450만t의 곡물이 묶여 있다”며 해당 곡물을 수출하지 못하면 일부 국가에서 식량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WFP가 우크라이나 항만에 묶여 있다고 밝힌 곡물양은 우리나라의 2020년 곡물 생산량과 비슷하다. 데일리 메일은 “실제 이집트와 튀니지는 필요한 곡물의 80%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레바논 또한 두 나라에서 필요 곡물의 60%를 수입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식량위기는 사실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수출하지 못하는 것 하나로만 오는 게 아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3000만t과 밀 2500만t을 수확했다. 이 가운데 밀은 1800만t 가량을 수출했다. 같은 해 밀 3700만t을 수출한 러시아, 2600만t을 수출한 미국·캐나다, 1900만t을 수출한 프랑스보다는 수출량이 작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최근 북미의 프레리, 남미의 팜파스, 중국 동북 3성 등 세계 주요 곡창지대에서 곡물 생산량이 급감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 2월 터지자 문제가 커졌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해상봉쇄로 곡물 수출을 못하면서 전 세계 곡물가격과 식량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