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2월 대선 후보 시절 제주 찾아 4·3 추념식 참석 약속 "희생자 아픔 보듬는 것,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
  •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약속했다. 윤 당선인의 4·3 추념식 참석은 보수 정당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는 최초 참석 사례가 됐다.

    "4·3의 아픈 역사와 무고한 희생 기억하고 있어"

    윤 당선인은 3일 제주 봉개동에 위치한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우리는 4·3의 아픈 역사와 한 분, 한 분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며 "억울하단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소중한 이들을 잃은 통한을 그리움으로 견뎌온 제주도민과 제주의 역사 앞에 숙연해진다"고 했다. 

    이어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고 말했다. 

    4·3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생존 희생자들의 아픔과 힘든 시간을 이겨내 온 유가족들의 삶과 아픔도 
    국가가 책임 있게 어루만질 것"이라며 "무고한 희생자들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고 아픔을 나누는 일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주장했다. 

    또 윤 당선인은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74년이 지난 오늘 이 자리에서도 이어지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과거는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비극에서 평화로 나아간 4·3 역사의 힘"이라고 했다. 

    이번 4·3 추념식 방문이 대선 후보 시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대선 후보 자격으로 진행된 첫 제주 방문에서 4·3 추념식 참석을 약속했었다.

    "무고한 희생자 넋, 국민과 함께 보듬을 것"

    그는 이날 추념식에서 "지난 2월, 제가 이곳을 찾았을 때 눈보라가 쳤다. 오늘 보니 제주 곳곳에 붉은 동백꽃이 만개했다"며 "무고한 희생자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보수 정당 출신의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이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국가 원수로서 첫 사과를 한 후, 2006년 4·3 추념식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4·3 추념식에 불참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과 2020년·2021년 세번의 4·3 추념식에 참석했다. 

    이번 윤석열 당선인의 참석은 대통령 당선 이후 스스로 줄곧 강조해왔던 국민 통합의 일환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당선인께서는 역사적 아픔을 서로 보듬고 이해하는 것이 국민통합의 첫 계기라고 보고 있다"며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 당선인을 비롯해 김부겸 국무총리·박범계 법무부장관·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참석 인원을 299명으로 제한한 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