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16일 자진사퇴… 입장문서 "사람 볼 줄 몰랐고 감독·관리 잘못했다" 남 탓의혹 보도한 조선일보 향해선 "친일 반민족 언론에 의해 제가 무너져 더 가슴 아파"장호권 전 광복회 서울지부장 "거대한 음모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이 씁쓸"
  • ▲ 김원웅 광복회장. ⓒ뉴데일리 DB
    ▲ 김원웅 광복회장. ⓒ뉴데일리 DB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 국회 경내에서 운영해온 카페 수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김원웅 광복회장이 결국 자진사퇴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관리를 잘못해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이라고 남 탓을 했다. 

    이에 장준하 선생 장남인 장호권 전 광복회 서울지부장은 "김 회장의 그릇에 어울리는 사퇴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김원웅, 취임 2년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

    김 회장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광복회장의 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취임 2년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한 김 회장은 "최근의 사태에 대하여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광복회장이 개인비리 사태로 자진사퇴한 것은 1965년 광복회 창립 이후 57년 만에 처음이다.

    김 회장은 사퇴 의견을 밝히며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자신 관련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불만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친일 미청산은 민족공동체의 모순"이라며 "민족의 갈등과 분열은 친일 미청산이 그 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반평생을 친일 청산에 앞장서 왔다"며 "친일 반민족 언론 조선일보와 대척점에 서서 싸워왔다"며 "그 조선일보·TV조선에 의해 제가 무너지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고 언급했다.

    "친일 반민족 언론 조선일보와 싸워왔다" 강조

    지난달 25일 TV조선은 김 회장이 지난 1년간 광복회의 국회 카페 운영수익금을 유용했다는 내용을 최초 보도했다. 특정 감사에 들어간 국가보훈처는 지난 10일 김 회장이 수익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보훈처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제보자 진술과 보훈처가 확인한 내용을 합해 김 회장의 비자금 사용액은 총 7256만5000원에 달한다. 한복·양복 구입 440만원, 이발비 33만원, 마사지 비용 60만원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또 강원도 인제에 설립한 협동조합 '허준약초학교'에 공사비 1486만원, '안중근 의사 모조 권총 구입 대금' 220만원 등을 비롯, 국회의원실 화초 구입비(300만원), 명절 상품권(200만원), 직원 상여금·야유회비(1420만원) 등의 사용 내역도 확인됐다.

    광복회 창립 57년 만에 사상 초유의 사태

    보훈처는 김 회장 등 관련자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김 회장은 보훈처 감사 결과 발표에도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사퇴 거부 방침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지난 14일 일부 회원들이 요청한 '회장 불신임안' 표결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 요구를 돌연 수용하며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회장 탄핵'을 위한 임시총회 자체가 광복회 창립 57년 만의 초유의 일인 데다 정치권에서조차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사퇴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장호권 "김원웅 그릇에 어울리는 사퇴 입장문"

    김 회장의 사퇴 성명에 장준하 선생의 장남인 장호권 전 광복회 서울지부장은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자신이 거대한 음모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이 씁쓸하다"고 개탄했다. 

    장 전 지부장은 "국민통합의 구심점이 돼야 할 광복회장으로서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내 주기를 바랐는데, 마지막까지 나라를 두 쪽 내는 분열적 언사를 늘어놨다"면서 "김 회장의 그릇에 어울리는 사퇴 입장문"이라고 꼬집었다.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인 장준하 선생은 1918년 8월27일 평북 의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광복군과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며 독립운동을 했다. 해방 뒤에는 월간 종합 교양지 <사상계>를 창간하고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펼쳤으며, 1975년 8월17일 포천 약사봉 계곡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광복회, 긴급 이사회 열고 허현 회장직무대행 지명

    광복회는 김 회장 사퇴 표명 다음날인 17일 사태 수습에 나섰다. 광복회는 17일 오전 비공개로 긴급 이사회를 열고 허현 부회장을 회장직무대행으로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회장 '사퇴동의안'도 가결돼 김 회장은 공식적으로 광복회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한 광복회는 오는 18일 임시총회를 열고 회계 등을 대상으로 한 감사보고와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복회는 부회장 등 현 임원의 임기가 내년 5월인 점을 감안해 당장은 현재 집행부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