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VOA "본질은 김정은의 사악함이다" 이인영 발언 비판… 野 "北 대변인 노릇 하다 국제 망신"
  • ▲ 지난달 2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하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통일부
    ▲ 지난달 2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하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통일부
    "대북제재 성과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이인영 통일부장관의 최근 발언을 두고 미국 워싱턴 정가와 전문가집단이 발칵 뒤집혔다.

    북한 민생 악화는 '김정은 체제의 사악함' 자체에 있음에도 '북한 제재' 탓으로 돌리는 이 장관과 문재인정부의 '대북 저자세'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일제히 쏟아졌다.

    야권에서는 "이인영 장관이 창피해도 너무 창피하다"며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워싱턴 정가 강타한 이인영의 '대북제재 재검토' 발언

    미국 국영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일 "바이든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하기도 전에 한국 통일부가 '제재 재검토'를 거듭 요구하는 것에 워싱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며 미국 정가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달 2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의 삶이 어려워진 원인이 대북제재 때문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장관은 인터뷰에서 "5년간 강한 제재가 이뤄졌고, 이제는 제재가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지 아닌지 살펴볼 때가 된 것 같다"며 "포괄적 검토를 통해 제재가 일반 북한주민에 미치는 영향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나아가 "한국정부는 인도주의와 관련 확실하게 주저 없이 제재면제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명한 입장"이라고도 밝혔다. 

    또 '남북 철도·도로협력'을 염두에 둔 듯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비상업용 공공 인프라와 같은 분야로 조금 더 제재의 유연성이 확대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美 전문가들 "北 주민을 고통에 빠뜨린 장본인은 김정은"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 장관이 김정은정권의 정책 실패를 외면하고 '대북제재'를 북한 민생 악화 원인으로 꼽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VOA에 "이 장관은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제재의 영향을 재검토하는 대신 김정은의 정책이 주민들의 고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도록 주문해야 한다"며 "한반도의 모든 문제는 김씨정권의 사악한 본질과 압제 시스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도 VOA에 "어떤 제재도 인도적 지원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현 경제위기는 제재 때문이 아니라 형편없는 경제계획과 관리상의 무능함이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주민들이 식량난을 겪는 와중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등 군비 확충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는 당사자는 바로 북한"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삶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한, 김정은의 정책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주민을 고통에 빠뜨린 장본인은 김정은"이라며 "김정은의 자체 제재(self-sanctions), 국경봉쇄, 무역차단, 최근 당대회에서 자인한 끔찍한 경제부실 운영, 희소한 재원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전용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분명히 했다.

    野 "이인영, 국제 망신… 북한 주장 반복하는 '대변인' 노릇"

    이 같은 질타가 쏟아진 것과 관련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이 장관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국제 망신"이라고 개탄했다.

    김 의원은 "이 장관의 발언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물론, 김정은정권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문제의 근원은 외면하고 '북한바라기'에만 몰두한 이 장관과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를 먼저 재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국회 외통위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장관이 나서서 북한의 핵문제가 마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듯한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며 "북핵 위협 실체에 대한 몰이해, 안보 불감증에서 비롯된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 장관이 콕 집어 '5년간'이라고 언급한 것은 북한 측이 해제를 요구하는 2016~17년 사이 채택된 '5건의 유엔 제재'를 특히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 요구 때문에 미북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것"이라며  "통상전문가들은 2016년 이후 결의된 대북제재를 그 효과면에서 90% 정도라고 평가하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정부 장관이 이를 무시하고 '북한 대변인' 노릇이나 한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