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주 5일, 3개월 동안 ‘고압산소챔버’에서 치료…노화 관련된 텔로미어 길이 30% 연장
  • ▲ 아래쪽 염색체 끝의 붉은 모자 같은 것이 텔로미어다. ⓒ위키피디아 공개 그래픽
    ▲ 아래쪽 염색체 끝의 붉은 모자 같은 것이 텔로미어다. ⓒ위키피디아 공개 그래픽
    잠수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고압산소챔버’가 인간의 노화를 멈추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되돌렸다는 연구결과가 이스라엘에서 나왔다. 되돌린 나이는 무려 25살이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와 샤미르 메디컬센터 연구진이 노인들에게 고압산소요법(HBOT)을 쓴 결과 염색체 텔로미어를 연장하고 노화세포 증가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알자지라>가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압산소요법이란 대기압의 2~3배 정도 되는 고압의 산소를 채운 방(챔버)에 들어가 호흡하는 치료다. 보통 혈액에 기체가 차서 호흡곤란을 겪는 잠수병 환자나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에게 이 요법을 사용한다.

    텔로미어(Telomeres)란 세포 속 염색체의 끝에 있는 동그란 모양의 염기서열이다. 유전자 손상을 막는다. 노화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이 성장할 때는 텔로미어 길이가 그대로 유지된 채 세포분열이 일어나지만 노화가 진행될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줄어든다. 그러다 더 이상 짧아질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면 세포가 죽는다. 노화가 본격 진행되는 것이다. 근력이 줄어들고 피부 주름이 생기는 것도 텔로미어 길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65세 이상 남녀 35명을 대상으로, 90일 동안 일주일에 5번 HBOT 요법을 시행했다. HBOT 요법은 2기압의 산소가 차 있는 챔버에 들어가 20분 동안 호흡하고 5분 쉬는 방식으로 90분 동안 진행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HBOT 요법을 받기 전, 30회 받은 후, 60회 받은 후, 실험이 끝나고 1~2주 지난 뒤 혈액을 채취해 텔로미어 길이와 노화세포 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인체 면역력과 관련이 있는 백혈구, 즉 T세포, NK세포, B림프구의 텔로미어 길이가 20% 이상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는 참가자들의 텔로미어가 25년 전 상태로 돌아갔다는(젊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B림프구는 텔로미어 길이가 가장 길어졌다. HBOT 요법을 30회 받았을 때 텔로미어 길이는 이전에 비해 25.68%, 60회 받았을 때 29.39%, 실험이 끝나고 1~2주 지난 뒤에는 37.63% 길어졌다. “노화세포 또한 크게 감소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아비브 클리닉을 운영하는 샤이 에프라티 텔아비브대 교수는 “텔로미어 단축은 노화 생물학의 ‘성배’로 불린다”며 “전 세계 연구가들이 약학적 또는 환경적 개입을 통해 텔로미어를 연장하려 노력했는데, 우리의 HBOT 요법이 세포 단위에서 이를 이뤄냈다”고 자랑했다. 함께 연구를 한 샤미르 메디컬센터의 아미르 하단니 최고연구책임자(CRO) 또한 “생활습관 개선이나 운동 또한 텔로미어 연장에 조금 도움이 됐지만 3개월 간의 HBOT 요법이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나타냈다”고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