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직권으로 의견 물은 것" 해명… 그러나 '지도부 직권 전당원투표' 규정도 없어
  • ▲ 이낙연 더불민주당 당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낙연 더불민주당 당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을 위해 진행한 전당원투표가 민주당 당규상 유효투표율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은 논란이 일자 "이번에 시행된 전당원투표는 의견수렴용"이라며 당규에 명시된 전당원투표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2일 전당원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번 전당원투표율은 26.35%(21만1804표)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찬성 86.64%(18만3509표), 반대는 13.36%(2만8295표)로 압도적으로 찬성표가 나왔다.

    유효투표율 미달 지적에 "의견 묻고자 한 투표"

    하지만 발표 직후 민주당이 진행한 전당원투표의 유효투표율이 민주당 당규상 전당원투표 유효투표율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전당원투표에 권리당원 중 26.35%가 참여해 투표율이 총 유권자의 3분의 1에 미달했다는 것이다.

    전당원투표는 민주당 당규 제2호 '당원 및 당비규정'에 의해 가능하다. 이 당규에 따르면 전당원투표는 발의 서명인 수의 100분의 10을 충족해 청구(제37조 1항)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20일 이상 30일 이내 기간 동안 선거운동을 거쳐야 한다.(제38조 2항) 이에 따라 전당원투표가 실시되면 투표권자의 총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된다.(제38조 3항)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이번 투표가 여론수렴 과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공보국 명의로 "당원투표는 당대표·최고위원 및 당의 지도부가 직권으로 실시한 투표로서, 당이 구축한 모바일투표 플랫폼을 이용하여 당원들의 의견을 묻고자 하는 투표"라며 "당규 제2호 제9장 권리당원 전원투표에 명시된 규정은 권리당원의 청구로 이뤄지는 전당원투표에 관한 것으로, 지난 주말에 당이 실시한 전당원투표와는 별개의 조항이다. 따라서 지난 주말 당원들의 의견을 물은 전당원투표는 유효투표 (3분의 1 이상의 투표) 조항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의결 아닌 여론수렴, 지도부 직권 투표 가능"

    그러나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지도부가 직권으로 전당원투표를 부칠 수 있는 별도의 조항도 존재하지 않는다. 당 지도부가 직권으로 당원들에게 현안을 묻는 전당원투표를 진행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이번 전당원투표는 당원의 여론수렴 기능을 한 것으로, 의결을 하지 않아 전당원투표에 부치는 것은 가능하다"며 "과거에도 당원들이 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의미의 전당원투표는 여러 번 진행됐다"고 에둘렀다. 과거에도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전당원투표는 지도부 직권으로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전당원투표는 사실상 의결 기능을 했다. 민주당은 의결 결과를 통해 당무위와 중앙위를 거쳐 오는 3일 당헌 개정 절차를 마무리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지난 29일 의원총회에서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서울·부산시장) 후보 추천의 길을 여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당원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野 "정무적 판단에 의한 초당헌적 투표… 민주적 절차 무시"

    이를 두고 야당은 민주당의 전당원투표가 '초당헌적 투표'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당헌·당규에 근거규정도 없이 본인들의 정무적 판단에 의해 초당헌적 전당원투표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당헌 개정 작업에 착수하는 것 자체가 여론의 비판을 당원들에게 같이 뒤집어쓰게 한 것"이라며 "늘상 민주를 외치던 집권여당이 당내 절차를 무시하고 아무런 효력도 없는 전당원투표를 당원 결집용 정도로 사용한 것이다. 절차적 하자로 원천무효"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진행된 전당원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당헌 96조 2항을 개정해 2021년 4월 재·보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고자 한다. 이에 찬성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를 실시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도록 한 당헌 제96조 2항에 '단 전당원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추가해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을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