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보고서… 산업부, 자료 삭제 등 조직적으로 감사 방해
  • ▲ 최재형 감사원장. ⓒ이종현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 ⓒ이종현 기자
    감사원이 20일 월성1호 원자력발전소를 대상으로 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되고, 산업부가 경제성 평가 과정에 관여해 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다"고 결론지었다. 국회가 지난해 9월30일 감사를 요구한 지 386일 만이며, 지난 2월 말 법정 감사 시한을 넘긴 지 234일 만이다.

    감사원이 월성1호기 조기 폐쇄가 부당했다고 판단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정책이 명분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판매단가·이용률·인건비·수선비 입맛대로 적용

    감사원은 이날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2018년 6월11일 A회계법인이 한수원에 제출한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최종안)에는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원전의 계속가동에 대한 경제성 평가 시 판매단가·이용률·인건비·수선비 등의 입력변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며 "실제 경제성 평가 시 적용된 한수원 전망 단가의 경우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됨에도 A회계법인은 이를 보정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해 계속가동의 경제성(전기판매수익)이 낮게 산정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그 근거로 ▲판매단가를 전년도 판매단가가 아닌 한수원 전망단가로 적용한 점 ▲전기 판매량 산정 시에는 월성1호기 이용률을 85%에서 한수원이 산정한 60%로 바꾸어 적용하고, 판매단가 산정시에는 84%로 적용한 점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에 따라 감소되는 월성본부 또는 월성1발전소 인건비·수선비 등을 적정치보다 과다하게 감소시킨 점 등을 꼽았다.
  • ▲ 월성 1호기. ⓒ뉴시스
    ▲ 월성 1호기. ⓒ뉴시스
    감사원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부적절한 행태에도 목소리를 냈다. 

    특히 감사원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른 '성실 의무'를 저버린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은 2018년 4월4일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 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가동을 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한수원, 다양한 대안 검토 안 해… 산업부 직원들은 감사 방해

    감사원은 이와 관련 "산업부 직원들은 (산업부장관이 정한) 방침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 방안 외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다"며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도록 평가 과정에 관여해 경제성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이 2018년 9월 퇴직해 인사조치가 어려운 점을 들며, 재취업·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인사자료 통보'를 요구했다.

    보고서에는 산업부 직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방해했다는 점도 적시됐다. 감사원은 "산업부 B국장과 부하직원 C는 2019년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삭제(2019년 12월)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게는 직원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점을 들어 '엄중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정 사장은) 월성 1호기 계속가동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실시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며 "한수원 직원들이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부적정한 의견을 제시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것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월성1호기는 설계수명이 다해 2012년 11월 가동이 중단됐다. 이후 한수원은 7000억원을 들여 월성1호기를 전면 개보수하고 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2022년까지 수명 연장을 승인받은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8년 6월, 3년 만에 뒤집어졌다. 당시 한수원 이사회는 부족한 경제성을 이유로 월성1호기의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가동중단 결정 타당성,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 한계"

    다만, 감사원은 월성1호기 가동중단 타당성과 관련해서는 유보적 견해를 취했다. 감사원은 "국회 감사요구 취지 등에 따라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 과정과 경제성 평가의 적정성 여부를 위주로 점검했다"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감사 결과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의 타당성과 관련되는 것에도 선을 그었다. 감사원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이나 그 일환으로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추진하기로 한 정책결정 당부(當否·옳고 그름)는 이번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野 "문재인 정부 탈원전정책 사망선고"

    반면, 야당은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가 실질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의 '사망선고'라고 규정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월성1호기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그동안 원칙을 무시하고 근거도 없이 추진됐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사망선고"라고 주장했다. 

    윤 대변인은 "한수원에 대한 산업부의 압력, 산업부장관의 눈감아주기, 자료 삭제 지시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비위행위가 있었음에도 감사 결과는 진실을 말해주었다"며 "이제 탈원전 명분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