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후보자 인사청문회… 주호영 '4·8비밀합의서' 공개… 박지원 "사실이면 사퇴"
  • ▲ 박지원(사진) 국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27일 국회 본청에서 열렸다. ⓒ이종현 기자
    ▲ 박지원(사진) 국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27일 국회 본청에서 열렸다. ⓒ이종현 기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후보자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월15일 남북평양회담 당시 대북특사 역할을 하면서 경제협력자금 30억 달러 제공 비밀합의서에 직접 서명했다는 의혹이 27일 제기됐다. 박지원 후보자는 "사실이면 후보자직을 사퇴하겠다"며 부인했다.

    '6·15평양회담' 대북송금에 직접 관여

    국회 정보위원회는 27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박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정보위원으로 활동 중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 후보자가 6·15평양회담 당시 대북송금에 직접 관여했다며 박 후보자의 서명이 담긴 '4·8비밀합의서'를 공개했다.

    주 원내대표가 공개한 합의서에는 '남과 북은 민족의 화해와 협력, 민족 공동의 번영 및 인도주의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의지를 담아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남측은 민족적 협력과 상부상조의 정신에 입각해 북측에 2000년 6월부터 3년간 25억달러 투자 및 경제협력차관을 사회간접부문에 지출한다. 남측은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5억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합의서에는 박 후보자의 서명도 담겼다.

    박 후보자는 남측이 북측에 약 5억 달러를 송금하는 데 관여한 의혹으로 2003년 6월 구속된 뒤 법원에서 징역 3년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런데 여기에 차관 형식을 빌린 25억 달러의 추가 투자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의혹이 새롭게 나온 것이다.

    "이 문건을 본 적 있는가? 이런 문건에 사인을 한 적 있는가"라는 주 원내대표의 질의에 박 후보자는 "기억에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주 원내대표는 재차 "이런 종류가 기억이 없을 수 있는가? 이 문건이 위조인가"라고 재차 추궁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제가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어떤 경로로 (문건을) 입수했는지 모르겠지만 기억도 없고 (사인을) 하지도 않았다"고 부인했다.

    박 후보자는 오후에 재개된 주 원내대표의 질의에서 "경제협력 합의서가 조작된 것 같다"며 "사실이면 후보자 사퇴를 포함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가 공개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에는 북한 측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송호경의 친필 서명과, 남한 문화관광부장관 박지원의 친필 사인이 선명하다.

    간첩 잡는 국정원장이 남북관계 물꼬 트겠다니?

    박 후보자의 월권성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시작 무렵 "대통령님께서 제게 과부한 소임을 맡게 된 뜻은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라는 것이라는 국민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정원법에 규정된 직무범위는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배포)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업무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등이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국정원장의) 중요 임무는 방공, 스파이를 잡는 것이지 북한과 물꼬를 트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통일부와 원팀으로 해서 나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다.

    4선 의원인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박 후보자와 야당 간 기싸움은 인사청문회 시작 무렵부터 팽팽했다. 하태경·이철규·조태용·주호영 등 통합당 의원들이 박 후보자의 자료 불성실 제출 등을 문제 삼으면서다. 

    하태경 의원은 "단국대를 겁박해 (2000년에) 학력을 위조했다"며 박 후보자를 압박했다.

    72학점 비는데 어떻게 졸업했나?... 단국대 허위 학력 의혹

    하 의원은 "1965년 당시 교육법시행령상 졸업하려면 총 160학점이 필요하다"며 "이중 전공필수과목을 72학점 이상 들어야 하고, 교양필수학점은 35학점 이내만 인정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이어 "그런데 박지원 후보자의 경우 교양필수과목에서 35학점, 전공선택과목에서 53학점만 수강해 총 88학점만 인정된다. 전공필수는 하나도 듣지 않았다"며 "졸업에 필요한 160학점 중 72학점이 비는 것으로 졸업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 후보자는 굳은 표정으로 "저는 분명히 광주교대를 졸업하고 성적증명서를 내서 단국대에 편입해 성실하게 수강했다"며 "그런 의혹은 제게 묻지 말고 단국대에 가서 물으시라"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1965년 조선대학교를 다녔다는 서류를 내고 단국대에 편입했고, 이후 인사청문회 도입 시기인 2000년 원 대학을 조선대에서 광주교대로 변경해달라고 단국대에 요청했다. 박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단국대 성적증명서 제출 등 요구를 거부했다.
  • ▲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공개한'4·8 비밀합의서'.  ⓒ뉴시스
    ▲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공개한'4·8 비밀합의서'. ⓒ뉴시스
    조태용·이철규 통합당 의원들도 연신 박 후보자의 각종 의혹·자격 논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조 의원은 △박 후보자의 불법송금 전력이 북한과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 △국정원장으로서 전문성 부족 문제 등을 거론했다. 특히 "(후보자는) 대북 비밀협상과 국내 정치전문가라고 보이는데 선거를 앞둔 문 정권의 마지막 국정원장으로 임명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