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식 '투수 분업화' 정착시킨 '선진야구' 개척자사회인야구 선수가 쓴 '야구 지도자' 이광환 일대기
  • 90년대 '신바람 야구'로 불린 자율 훈련 방식을 LG트윈스에 도입하며 프로야구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야구 개혁가' 이광환 감독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이 나왔다.

    직접 사회인야구 선수로도 활동하며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범준 작가가 쓴 '이광환 야구 이야기(도서출판 기파랑)'는 ▲이 감독의 화려했던 아마야구 선수 시절부터 ▲돌연 미국과 일본으로 야구 유학을 떠나 선진 야구를 체득하게 된 과정 ▲귀국 후 특유의 자율야구 시스템을 LG트윈스에 정착시키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일화까지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 과정마다 묻어 있는 이 감독의 발자취를 재조명했다.

    "기본과 기초에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따로 없다"

    실업야구 최강 팀 한일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부상으로 일찍 은퇴한 뒤 1977년부터 3년간 모교인 중앙고등학교에서 야구부 감독을 지낸 이 감독은 한일은행 선수 시절 사제의 인연을 맺은 김영덕 감독의 부름을 받아 1982년 OB베어스의 창단 타격코치로 부임했다.

    이후 스포츠생리학을 공부하면서 스포츠과학의 현장 적용법을 알고자 노력했던 그는 1985년 OB베어스 수석코치를 사임한 뒤 일본 세이부 라이온스와 미국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한 시즌씩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특히 덕아웃에 한 자리를 내주는 카디널스 구단의 배려로 시즌 내내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밀착 관찰'한 이 감독은 훈련에 있어서 기본과 기초를 다지는 데 서양인과 동양인이 다르지 않고, 프로와 아마추어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바람 야구'로 90년대 LG트윈스 돌풍 이끌어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그는 1988년 OB베어스의 2군 감독으로 복귀했으나 '자율야구'를 정착시키려는 시도가 반대에 부딪히면서 1990년 시즌 도중 사퇴했다.

    1992년 백인천 감독의 후임으로 LG트윈스의 감독이 된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이 체득한 '선진 야구'의 노하우를 선수들에게 전수했다.

    그는 기초훈련뿐 아니라 경기 운영에도 메이저리그 방식을 도입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스타시스템(Star System)'으로 알려진 '투수 분업화'다. 이는 투수의 보직을 '선발', '셋업', '롱릴리프', '마무리'로 나누는 것으로,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투수 운용의 정석이다.

    그러나 거센 반발도 있었다. 선수들의 몸관리는 구단이 앞장서되 훈련에 있어서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으로 선수와 구단은 물론, LG팬들과도 갈등이 생겼다. '야구 개혁가' '파이오니아' 등의 호평도 있었지만, 성적이 저조할수록 혼란을 부추기는 기사들이 연일 쏟아져 나왔다.

    그로인한 부담감과 압박감도 심해졌으나 이 감독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그의 방식대로 1994년 LG트윈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최약체' 서울대 야구부 감독 시절이 제일 행복"


    이 감독의 야구사랑은 프로야구를 떠난 뒤에도 계속 됐다. 유소년야구 육성, 티볼 보급, 여자야구 보급에 앞장섰으며, 야구의 발전에 '역사'를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제주도에 사비로 야구박물관 건립했다.

    그리고 무보수로 시작한 '최약체' 서울대 야구부 감독을 10년 동안 맡기도 했다. 감독을 처음 맡았을 때 서울대 야구부의 성적은 1승 1무 199패였다.

    그러나 이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공부로 1등만 해오던 학생들이 야구부에 와서 실패를 경험하며 희생과 협동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훗날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서울대 야구부 감독 시절이라고 회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듯 하다.

    ◆ 저자 소개

    저자 정범준(필명)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초·중·고를 마쳤다.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 '넷벤처'라는 잡지사에서 일하면서 출판계와 인연을 맺었다.

    지금까지 '제국의 후예들', '이야기 관훈클럽', '거인의 추억', '작가의 탄생', '마흔, 마운드에 서다', '흑백 테레비를 추억하다', '돌아오라 부산으로'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