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등교수업 출결‧평가‧기록 가이드라인'… 가정학습 출석 인정, 중간·기말고사 등 학교 재량
  • ▲ 오는 13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등교 개학이 이뤄지는 가운데, 교육당국이 등교하지 않고 '가정학습'을 하는 것도 출석을 인정하기로 했다. ⓒ정상윤 기자
    ▲ 오는 13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등교 개학이 이뤄지는 가운데, 교육당국이 등교하지 않고 '가정학습'을 하는 것도 출석을 인정하기로 했다. ⓒ정상윤 기자
    고등학교 3학년의 '등교 개학'이 13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교육당국이 등교하지 않고 '가정학습'을 하는 것도 출석을 인정하기로 했다. 교내 감염을 우려하는 학부모에게 사실상 '등교 선택권'을 준 셈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등교 여부가 가정환경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결국 '반쪽 개학'을 맞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8일 교육부가 발표한 '등교수업 출결‧평가‧기록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교에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 증상자가 나올 경우 등교 중지 기간에도 출석을 인정하고, 교외 체험학습 사유에 '가정학습'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교외 체험학습은 학생이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은 뒤, 여행 등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면 출석을 인정받는 제도다.

    다만 교육부는 우한 코로나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 또는 '경계'인 동안에만 가정학습을 체험학습으로 인정하겠는 방침이다.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2월 23일부터 '심각' 단계를 유지 중이다.

    '가정학습' 출석 인정… 연간 20일 안팎 수준

    체험학습 인정 기간은 지역과 학교마다 다르다. 원칙적으로는 학교장 권한이지만, 시도별로 상한선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회 '연속 10일 이내'로 체험학습을 허용한다. 통상 인정 기간은 연간 20일 안팎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청과 학교마다 서로 다른 교외 체험학습 허용 기간의 편차를 최소화하도록 각 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각 교육청들은 학습 인정 기간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기말고사는 학교 판단에 따라 치른다. 교육부는 확진자가 발생해 학교 전체가 시험을 치를 수 없으면 우선 시험 일정을 조정하고, 불가능하면 학교가 교육청과 협의해 '인정점' 부여 기준이나 대체 시험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인정점은 자가격리 등으로 학생이 시험을 치르지 못할 경우 이전 성적의 70~80%를 시험 점수를 인정해 주는 제도다.

    교육부가 이 같은 방침을 세운 건 학생들의 안전을 이유로 등교 선택권을 보장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라는 게 교육계 중론이다.

    지난 4일 교육부가 등교 개학 일정을 발표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등교를 미뤄달라는 청원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등교 선택권'을 달라는 의견을 낸 한 청원인은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에 관한 사안이기 때문에 등교 개학을 할 경우 부모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계 "가정환경 따라 등교 선택"… 가정학습 악용 우려도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등교 선택권'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내놨다. 가정환경에 따라 등교 여부가 결정될 수 있고, 등교를 안 하는 학생이 많으면 '반쪽 개학'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체험학습과 인정점 제도를 본래 취지와 달리 등교나 시험을 거부하는 용도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가정 내 돌봄이 가능한 학부모들은 부모 판단에 따라 자녀의 등교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가정학습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아이를 학교로 보낼 수밖에 없다"며 "여전히 감염이 걱정되는데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가정의 경우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고 토로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이번 교육부 발표로 등교하지 않는 학생이 많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제대로 된 수업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등교하는 학생이 많은 학교일수록 집단 감염 가능성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고 우려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등교나 시험을 거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학습 제도를 사용하는 사례가 일부 있을 것 같다"며 "교육부가 학부모와 학생의 학습 선택권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등교 일정을 발표해 문제가 됐고, 비판이 확산하자 이번 방침을 급하게 내놓은 것이라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