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사회연구소, 최저임금 인상 관련 보고서 발표… 지난해 10월 '최저임금 인상' 성공 정책 평가
  • ▲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으로 저소득 노동자들의 월급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인파 속에서 인형탈을 쓰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 ⓒ뉴시스
    ▲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으로 저소득 노동자들의 월급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인파 속에서 인형탈을 쓰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으로 저소득 노동자의 월급이 줄어들었다는 좌파성향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좌파성향 연구기관에서 최저임금으로 인한 노동자 소득감소를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5일 발표한 ‘2018∼19년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 불평등 축소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이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두 자릿수 이상 인상되자 고용주들이 근로자 노동시간을 줄인 결과 월급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시급 8% 올랐는데… 월급 4% 감소

    연구소는 소득별 계층 구분을 10분위로 나눠 임금인상률을 비교했다. 2018∼19년도 기준 가장 아래에 위치한 1분위(하위 10%) 노동자의 시급 인상률은 19.9%로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월급은 1.9%로 가장 낮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전년도(2017~18)와 비교해서도 시급은 증가했지만 월급은 줄어들었다. 1, 2분위 노동자의 시급은 2017~18년 대비 8.3~8.8% 인상됐지만, 월급은 오히려 -4.1∼-2.4%를 기록했다.

    하위계층과 상위계층 간 월급격차는 더 벌어졌다. 상위 10%와 하위 10% 간 시급격차는 2018년 3.75배에서 2019년 3.59배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월급격차는 2018년 5.04배에서 2019년 5.39배로 증가했다.

    연구소는 이 같은 현상을 고용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노동시간 쪼개기’로 대응한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시급은 올랐지만 일하는 시간이 줄어 소득하위계층의 월급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2018년 1분위의 주당 노동시간은 전년 대비 0.2시간 줄었다. 2019년에는 2.8시간으로 14배나 감소했다. 2분위의 경우 2018년 주당 노동시간이 전년 대비 0.3시간 증가했으나, 2019년에는 3.1시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시간 쪼개기’ 탓 월급 감소… "기간제 사용기간제한 적용해야"

    연구소 역시 1분위에서 초단시간(주 15시간 미만) 노동자가 증가해, 이들의 노동시간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1분위에서 초단시간 노동자가 2018년 33.7%에서 지난해 41.9%로 8.2% 올랐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고용주들이 근로시간을 쪼갠 배경을 각종 편익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근로자의 주당노동시간이 15시간 미만일 때 고용주는 근로자에게 △유급주휴 및 연차휴가 지급 △퇴직금 지급 △고용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 의무에서 자유로워진다. 이 연구소가 이 같은 제도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그래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상의 유급주휴와 연차휴가, 퇴직금을 보장해야 한다”며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도 적용하고, 고용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 의무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책은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정부에 권고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이 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이전부터 인상에 따른 부작용으로 학계에서 지적했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10%씩 올리기 전부터 학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며 “인건비 부담이 심해진 자영업자(고용자)들이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자영업자들에게 초단시간 노동자들에 대한 퇴직금·4대보험도 지급하라는 것은 그야말로 ‘장사 접고 나가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고용주도 이득을 보고 노동자도 이득을 보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애초에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늘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파성향 최저임금 문제 지적 '최초'… 최저임금 인상 '성공 정책' 꼽기도

    다만 학계에선 좌파성향 연구기관에서 최저임금 문제를 지적한 것은 의미있다고 봤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친정부성향 인사인 김유선 이사장이 속한 곳이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10월 문재인 정부 1기 노동정책을 평가하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 △노동시간 단축 △쌍용차·KTX 여승무원 등 장기분규 사업장 문제 해결 등을 현 정부의 성공적 노동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7월 최저임금 일률 적용이 불합리하다며 정부에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