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령 어기지 않으면 인사 불이익 없을 것"… 법조계 "가족 위해 사실상 협박" 분노
  • ▲ 조국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 조국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조국 법무부장관이 연일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신과 가족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보고받지도, 지휘하지도 않겠다던 조 장관이 이제는 인사 불이익까지 언급하며 검찰을 흔든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조 장관의 행보가 사실상 검찰에 대한 수사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조 장관은 전날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저는 법무부장관으로서 제 친인척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거나 보고받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면서도 "수사를 일선에서 담당하는 검사들의 경우 헌법정신과 법령을 어기지 않는 한 인사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취임사에서부터 "적절한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며 감찰을 통한 검찰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자신과 가족의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들에 대한 인사권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국, 인사권 언급하며 연일 '검찰 압박' 

    조 장관의 인사 불이익 발언은 그의 5촌 조카 조범동(36)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날 나왔다. 조씨는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인물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허위공시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를 받는다. 

    조씨가 구속되면서 검찰은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모펀드의 운용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구속된 조씨가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정 교수는 물론 조 장관 역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이번주 안에 정 교수의 소환조사 일정을 잡는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수사 속도와 조 장관의 검찰 압박 수위는 비례한다. 조 장관은 취임 직후 1호 지시로 장관 직속기구로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지원단은 검찰개혁방안 마련과 함께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을 주요 기능으로 한다. 조 장관은 마찬가지로 검찰개혁을 목적으로 하는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신속한 발족도 지시했다.  
  • ▲ 검찰. ⓒ정상윤 기자
    ▲ 검찰. ⓒ정상윤 기자
    또 추석 연휴에는 검찰 조직문화의 폐해로 자살한 고 김홍영 검사의 묘소를 참배하며 개혁의 명분을 찾았다. 조 장관은 이와 함께 피의사실공표 금지와 관련해 검찰 공보준칙 개정을 위한 당정 협의도 가질 예정이다. 검찰의 수사상황 유출 의혹과 정치검찰 논란을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언론은 물론 검찰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조 장관 발언, 압박이 아닌 협박"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조 장관의 행보가 검찰에 대한 사실상의 수사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조 장관의 발언을 거꾸로 보면 '법령을 어기면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결국 자신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인사권을 행사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조 장관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장관에게 주어진 감찰권과 인사권을 사용해 검찰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출신 법조인도 "조 장관의 발언은 압박이 아니라 협박이다. 인사권을 가지고 부하직원을 협박한 안태근 사건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 법조인은 "검찰 내부에서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와서 집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 장관의 각종 의혹들이 모두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검찰에 대한 압박으로 의혹에서 빠져나온 것 아니냐는 불신을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헌 한변 공동대표는 "이 시점에 검찰 수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온다 하더라도 일반 국민이 승복할지 의문"이라면서 "조 장관의 압박으로 의혹에서 빠져나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