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빼고 여야 4당 '초고속' 합의 … 한국당 "국가전복 시도" 원내외 강력투쟁 예고
  • ▲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간사,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이종현 기자
    ▲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간사,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이종현 기자
    27일 안건조정위 구성→28일 안건조정위 통과→29일 정개특위 통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다수결로 통과됐다.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에도 여야 4당은 끝내 이를 강행했다. 지난 4월30일 새벽 선거법 개정안이 기습적으로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지 121일 만이다. 이로써 내년 4월 총선 전 선거제 개정이 가능해졌다.

    국회 정개특위는 이날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안건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친 선거법 개정안(심상정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을 재석위원 19명 가운데 찬성 11명으로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개특위 소속 의원 19명 전원이 참석했다. 민주당의 홍영표 위원장을 포함해 김종민·기동민·김상희·이철희·최인호·원혜영·김정호 의원, 한국당의 김태흠·장제원·이양수·임이자·정유섭·최교일·최연혜 의원, 바른미래당의 김성식·지상욱 의원, 그리고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과 무소속 이용주 의원 등이다.

    한국당 '국회법' 강조하며 반발했지만…

    이들 정개특위 위원 19명 가운데 8명의 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이용주 무소속 의원 등 1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당 의원 7명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기권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위원장석 앞으로 나가 "날치기" "국가전복 시도"라고 항의했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회의장에 나타나 항의의 뜻을 표했으나 홍영표 위원장은 특위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은 안건 의결을 밀어붙였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에 찬성한 여야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홍 위원장은 "내년 4월이 선거라 적어도 11월 말까지는 선거법에 대한 5당 합의가 이뤄져야 정상적으로 총선을 준비할 수 있다"고 강행 이유를 밝혔다. 사실상 내년 총선에 바뀐 선거제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한국당 소속 장제원 정개특위 간사는 "이런 의사진행은 말도 안 된다"고 고함치며 '국회법 해설책'을 집어던졌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권위주의 시대에도 이렇게 국회법을 위반해가며 선거 룰을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건조정위 사실상 무의미, 한국당엔 선택지 없어

    앞서 27일 한국당은 '안건조정위원회'를 요청했다.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안건에 대해 최장 90일간의 숙려기간을 두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은 직권으로 한국당 위원을 지정, 하루 만에 선거법 개정안을 조정안으로 의결시켰다. 

    이에 한국당은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원회 기간 단축은 합의를 통해 가능하도록 했는데, 여야 4당이 온전히 무시하고 날치기로 통과시켰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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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제 대체 뭐길래

    이날 정개특위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원 225명과 비례대표 75명으로 나눈다. 현행 선거제에 비해 지역구 의석은 28석이 줄어들고 비례대표가 대폭 늘어난다. 비례대표 75석은 전국단위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를 적용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명분은 사표 방지와 정당지지율을 제대로 반영하자는 것인데, 셈법이 복잡해 유권자들로서는 자신이 행사하는 표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또 개정안을 20대 총선에 적용할 경우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양당의 의석수는 대폭 줄어들고, 정의당 등 소수정당의 의석수가 늘어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이에 그간 한국당에서는 "민주당과 소수정당들이 범여권으로 재편할 것이고, 이들이 과반을 넘길 시 최악의 경우 개헌이 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한국당 의석을 강탈해 정의당에게 주겠다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최교일 한국당 의원은 "지금 날치기 처리 중인 법안의 공식이 4개나 되고, 국민도 국회도 잘 모른다. 뭐가 문제인지 한마디 논의 없이 처리했다. 이게 자유민주주의 나라인가"라고 되물었다. 

    남은 것은 두 단계

    이제 선거제 개정에는 단 두 단계만 남았다. 향후 이 안건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장 90일간 심사하고, 법사위에서 90일을 모두 소진한 뒤에는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본회의 부의 후 60일을 거치면 표결에 부칠 수 있다. 또 문희상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어 빠르면 11월 말 본회의에서 표결처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절차가 모두 진행돼 연내에 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내년 4월 총선은 바뀐 선거제로 치러질 확률이 높다. 다만 본회의에에 가더라도 법안 통과는 미지수다. 선거제 개정으로 지역구 의석이 줄어드는 관계로 개인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일부 여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확률도 있기 때문이다.

    "조국 정국, 시선 돌리기?"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제 개정안 처리 강행을 두고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후보자 청문회 일정인 9월 2~3일과 정개특위 활동기간 종료(8월31일)가 비슷한 시기에 맞물렸기 때문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고, 조국이랑 선거제를 서로 주고받는 모양새"라고 해석했다.

    조 후보자를 향해 '데스노트'를 꺼내들지 고심하는 정의당과 '선거제'를 주고받으면서 범여권 세력을 확장하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란 지적이다. 장제원 의원이 "한국당 의석을 빼앗아 정의당에 주려는 의도"라고 비판한 대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선거제 개정안 의결 강행에 대해 한국당은 '원내외 투쟁 병행'을 예고했다.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하고, 정개특위 소속 홍영표 위원장과 김종민 안건조정위원장을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날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법사위 회의 외에는 모든 상임위 회의가 줄줄이 취소됐다. 또 한국당은 30일 부산 송상현광장에서, 31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의 장외집회를 연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