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학 지원자, 정원보다 적어… 교육계 "지방대 지원 없이 정원감축 압박" 하소연
  • ▲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혁신지원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정원 미달의 대안을 대학 자율 정원 감축에 맡겼다. ⓒ 뉴데일리 DB
    ▲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혁신지원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정원 미달의 대안을 대학 자율 정원 감축에 맡겼다. ⓒ 뉴데일리 DB
    “정부 주도의 대학 입학정원 감축보다 인구감소가 빨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6일 '대학혁신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대학 정원 감축을 학교 자율에 맡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내년부터 전체 대학 정원보다 대입가능인원이 적은 현상이 발생하자 사실상 정부 주도의 대학구조조정을 포기한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의 '대학 적자생존' 방침에 지방대학의 '줄도산'을 우려했다. 정부의 지원책이 없는 상황에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가 심각한 운영난에 빠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재수생 등을 추산한 '대입가능자원'의 수가 대학 정원(2018년 기준)보다 부족한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2024년 대입가능자원 37만여 명… 대학정원 25% 미달

    내년 대입가능자원은 47만9376명으로, 대학 정원 49만7218명에 1만7800여 명 부족하다. 이후 학령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2024년의 대입가능자원은 37만3470명으로 대학 정원의 25%(12만4000여명)가량이 미달한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이에 따른 대책으로 2015년부터 3년마다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2023년까지 총 16만 명의 입학정원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따라 대학을 5단계로 나눠 중·하위 대학의 정원을 줄이고 국가장학금·국고사업 등 재정지원을 제한했다. 당시 교육부는 4만6000여 명의 대학 정원은 감축했다.

    이후 2018년 문제인 정부하에서 이루어진 2주기 평가에서는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기본역량진단'은 정원 감축보다 부실대학 퇴출을 목표로, 당시 교육부는 2015년 평가의 4분의 1수준인 1만여 명 정원 감축을 권고했다.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에 따르면 실제로 2주기 정원 감축 예상규모는 4305명으로, 당초 2주기 감축 목표인 5만명의 10%에도 못 미친다. 교육부 권고에는 절반 이하 수준이다.

    권역별로 수도권의 감축 규모는 37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은 반면 부산·울산·경남권은 1018명, 강원 808명, 대구·경북 754명 등으로 대학 정원 감축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2021년에 시행될 이번 3주기 '기본역량진단'에서 교육부는 정원 감축조차 권고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 수가 입학정원에 미달하면 재정지원을 받기 어렵게 평가방식을 바꿔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게 할 방침이다.
  •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6일 '대학혁신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 뉴데일리 DB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6일 '대학혁신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 뉴데일리 DB
    교육계와 지방대 측에서는 '지원 방안은 빠진 채 정원 감축만 압박한다'며 교육부를 비판했다.

    교육부가 지난 6일 발표한 '대학혁신지원방안'에는 지방대에 관한 구체적 정책지원은 빠졌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공영형 사립대 설립’은 운영 가이드라인 개발 정도만 제시됐다. '공영형 사립대'는 지방대의 운영비 50%를 국가가 책임지고, 이사 정수의 50% 이상을 공익이사로 꾸려 사학의 역량과 공공성을 강화하는겠다는 취지다.

    교육부가 올해 예산으로 사업비 812억원을 책정했지만 전액 삭감됐다. 지방거점대학을 위한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역시 대학혁신지원방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계 “지방대학으로 정원 감축 집중…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 유발”

    대학의 가장 큰 불만사항인 '등록금 동결정책'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고등교육법 제11조 제7항'에 따라 대학은 직전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8%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지만, 교육부는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엔 2008년부터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인상을 막았다. 교육부는 대학 혁신에 대한 지원예산 금액의 구체적인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전국교수노조와 학생·시민단체 등 21개 단체가 속한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대위'는 "수도권과 대규모 대학 정원 규제가 핵심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면서 "정원 감축은 지역대학으로 집중돼 수도권과 지역 간의 격차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지역 한 사립대 교수는 "재정지원이 걸린 '기본역량진단'에 '학생충원률'의 비중이 늘어, 정원을 최대한 줄여야 할 판"이라며 "학생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도권 대학이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결국 감축해야 하는 곳은 지방대"라고 한탄했다.

    김삼호 대교연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학벌주의'라는 문화가 존재해 학생들은 수도권 대학으로 더 집중될 것"이라며 "학생 모집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지방대의 경우 무한경쟁으로 내몰려 가장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