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 '학교 서열화' 이유로 점수 비공개…"조희연 사퇴하라" 좌우 릴레이 회견
  • ▲ 9일 서울시교육청은‘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평가대상 13곳 중 8곳은 자사고 재지정에서 탈락했다.
ⓒ 두은지 기자
    ▲ 9일 서울시교육청은‘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평가대상 13곳 중 8곳은 자사고 재지정에서 탈락했다. ⓒ 두은지 기자
    올해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대상 학교 13개교 중 60%가 넘는 8개교가 탈락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교육계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지만, 배경은 엇갈렸다. 학부모단체들은 ‘자사고 취소’ 결정을 규탄한 반면, 좌파 성향의 교육단체는 ‘자사고 일부 취소’ 결정을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9일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평가 대상 13곳 중 8곳은 설립 취지 등 자사고로 지정된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해당 학교에 관해 자사고 지정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 점수인 70점(100점 만점)을 넘기지 못해 탈락한 8개교는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등이다.

    반면 동성고·이화여고·중동고·한가람고·하나고 등 5개교는 이날 재지정을 통과해 2020학년도부터 5년간의 자사고 신분을 보장받았다.

    경희고·배재고·숭문고·이대부고·중앙고·세화고·신일고·한대부고…8곳 '탈락'

    시교육청은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이 내려진 8개교의 재지정 평가 결과 총점과 영역별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학교 서열화 논란’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권호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지정취소 학교로 선정된 8개교는 학교 운영 및 교육과정 운용 영역에서 비교적 많은 감점을 받았다”며 “점수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어서 밝힐 수 없고, 세부사항은 해당 학교에 개별통보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자사고 재지정 탈락 학교들이 청문 절차를 통해 ‘취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지침이 변경돼 2014년 숭문고와 신일고의 ‘취소유예’ 처분 사례와는 다르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시교육청은 2014년 운영평가 기준점수(60점) 미달을 이유로 경희고·배재고·세화고 등 8개교의 재지정을 취소한 바 있다. 하지만 자사고 재지정 취소 대상 학교였던 숭문고와 신일고는 청문 절차를 거친 뒤 ‘취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6개교는 교육부가 시교육청의 재지정 취소 결정을 직권취소하면서 자사고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시교육청 교육혁신과 관계자는 “2018년 교육부에서 내려온 자사고 관련 기본 표준안의 ‘청문을 통한 지정취소 유예 등은 금지한다’는 부분을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 9일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공정모)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재지정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두은지 기자
    ▲ 9일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공정모)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재지정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두은지 기자
    시교육청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와 관련해 교육부를 거듭 압박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이번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교육부가 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행정기관 간 의견 불일치가 있을 경우 조정수단으로 권한쟁의심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단체‧학부모단체 "조희연 사퇴하라" 비판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선 자사고 재지정 결과에 따른 교육단체와 학부모단체들의 릴레이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이념을 떠나 이날 시교육청 앞에 모인 단체들은 모두 조 교육감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로 구성된 교육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공정모)은 이날 오후 3시 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폐지는 교육학살! 강남8학군 부활! 교육깡패 조희연은 즉각 사퇴하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종배 공정모 대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사고를 ‘적폐’ 또는 ‘실패한 제도’로 낙인찍었다”며 “열심히 공부하는 자사고 학생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교육학살자'”라고 비난했다. 이어 “자사고 폐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조 교육감의 정치적 신념이 교육을 유린한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 대표는 “이번 재지정 평가 결과는 처음부터 자사고 취소를 목적으로 한 '짜맞추기 평가'로 진행됐다”며 “불공정한 평가 결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불안과 고통을 전가한 조 교육감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32개 좌파 교육단체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서교협)와 18개 좌파 시민단체가 모인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특폐시)도 이날 1시 시교육청 앞에서 '실패한 자사고 정책! 서울시교육청의 '봐주기 평가', '눈치보기 평가' 규탄한다!'는 기자 회견을 열고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결과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공약사항에 비추어도 한참이나 모자란 결정"이라며 "자사고 완전 폐지"를 주장했다.

    이날 지정 취소가 결정된 8개교는 22~24일 청문 절차를 거친 후 26일 교육부의 승인 절차로 넘어간다. 교육부가 자사고 취소 결정을 승인하면 해당 학교는 일반고로 전환된다.